원래는 정가은과 홍수아가 팬이었다. 그러나 손님이 밀리면서 보조였던 이진까지 팬을 잡게 되었고, 두 사람이던 보조는 박가희 혼자 남았다. 혼자서 세 사람 분량의 보조를 모두 도맡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끝내는 설거지를 서두르다 아직 달구어진 채이던 팬에 손을 데기도 하고.
니콜이 돈까스를 튀기던 뒤에는 신봉선과 이휘재가 있었다. 니콜이 돈까스를 튀겨 접시에 올리면 소스를 뿌리고, 다른 재료를 세팅하고, 스프와 함께 내가는 일을 둘이 다 도맡아 하고 있었다. 이휘재는 말을 잃었고, 신봉선은 멍하니 표정마저 잊고 있었다.
홀은 과연 쉬웠을까? 밀리는 주문에 익숙지 않은 서빙에,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손님의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고. 그래도 주방보다는 쉬웠겠지 싶었지만 홀서빙이 그렇게 만만한 일만은 아니다. 그 넓은 레스토랑에 고작 서빙이 다섯이다. 노홍철이 힘이 남아 떠들고 다닌 게 아니다. 익숙하지 않은 그 공백을 메우려던 것이다.
희생정신이라 하면 그러면 정가은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팬을 잡았던 홍수아는 무얼까? 보조를 맡다가 요리가 밀리자 팬을 들고 기름에 범벅이 되도록 표정조차 바뀌지 않고 스파게티를 만들던 이진은? 손님이 요청하니 요리를 만들던 사이 애써 포즈까지 취해 보여주고 있었다. 혼자서 설거지에 재료준비에 보조 일에 말할 틈조차 없었던 박가희는? 나중에는 팬까지 잡느라 손이 곱았다.
기름에 전 니콜의 손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잠시의 틈에도 멍한 표정밖에 지을 수 없었던 신봉선이나, 찌질함조차 잊은 채 화면에서 사라져 버린 이휘재 역시 최선을 다하기는 마찬가지다. 홀서빙을 맡은 나르샤, 서인영, 유인나, 지연, 아이유, 노홍철 역시 수훈갑이었고.
도대체 누가 희생정신의 극이라는 것일까? 물론 예능을 보다 보면 그날 유독 눈에 뜨이는 멤버가 있기는 한다. 나도 감상이든 비평이든 할 때는 그런 멤버들을 중심으로 글을 쓰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머지는 없는 사람들일까? 함께 고생하고 함께 노력하고. 하나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최소한 보이기에. 그런데 유독 두 사람만을 언급하는 건 무슨 센스일까? 그것도 희생정신에, 더구나 최고봉이라 한다. 무슨 뜻일까?
정가은도 열심히 했고, 니콜도 열심히 했고, 더불어 주방에 있던 이휘재, 신봉선, 이진, 홍수아, 박가희,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홀에 나가 있던 노홍철, 나르샤, 아이유, 지연, 유인나, 서인영도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 하나 허투루 해서 될 레스토랑이 아니다. 한 사람이라도 자기 역할을 잊었다면 영웅호걸 레스토랑편은 말 그대로 예능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후반이 그래서 예능이 되었다. 주방을 전문가들에게 맡겼을 때.
누가 더 웃겼다. 누가 더 존재감이 있었다. 그것과는 별개의 것이다. 누가 더 희생했고, 희생정신을 발휘했다. 이건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다. 희생이라는 게 무엇인가? 희생정신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알지 않은가? 모르는가? 그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다른 출연자들에 대해서. 그들이 희생했으면 다른 이들은?
하기는 덕분에 어쨌거나 정가은의 이미지도 좋아지는 것일까? 그동안 인지도도 바닥이더니만. 니콜이야 최소한은 되었고. 카라에 대한 대중의 호감이 그리 만만치 않다. 정가은만 궤도에 오르면 영웅호걸은 안정되는 것일까? 기분이야 그닥 좋지 않지만 그것 하나 위안삼는다. 제작진도 그것을 바랐던 모양이고.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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