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리지가 고정인 줄도 전혀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어느새 고정이 되었구나. 그리고 병풍이 됐구나.
말 한 마디 없었다. 전혀 존재감이 없었다. 그런 사람이 있었던가? 외모로 튀기에도 송지효 자체가 상당한 비주얼이라는 말이지. 과연 런닝맨에서 리지의 존재감이란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문득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있었다.
"리지야, 어서 가!"
리지가 유재석에게 잡혔을 때, 시원에게 같이 붙잡혀 있음에도 필사적으로 유재석을 방해해 리지를 구하며.
그러고 보면 리지의 위치가 애매하다. 미성년자라 나이도 꽤 되는 다른 남자멤버들과 엮기도 그렇다. 자칫 러브라인으로 흐르면 그것도 꽤 난감하다. 지석진은 누구를 챙길 입장이 아니고 - 캐릭터 자체가 어울리지 않고 - 유재석은 메인MC로서 이미 챙겨야 할 대상이 많다. 이들을 제외하고는 김종국부터가 상당히 위험하고.
지금껏 리지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래서다. 뭐라도 어울려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새로 들어온 멤버라 어색한데다가,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갈지가 애매하니. 미성년자이고 아이돌이기에 지켜야 하는 그 선이 서로 다가가기를 꺼리게 만들고 있다. 송지효가 개리와 송중기와의 러브라인을 타고, 하하와 광수와의 관계를 이용해 굴욕과 망가짐을 무릅써가며 지금의 위치에까지 온 것과는 비교가 된다.
어찌해야 할까? 하지만 대안은 있지 않은가. 앞서 말한. 언니다. 송지효는 이미 런닝맨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송지효가 없으면 런닝맨은 유지가 될까? 유재석, 김종국, 그 다음이 지금으로서는 송지효다. 같은 여성이기에 부담도 적다. 송지효로서도 이제까지의 러브라인이나 불량지효와는 다른 이미지를 필요로 한다. 조금은 진부해진 러브라인에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리지가 송지효와 언니동생하는 사이가 되면 이점이 꽤 많다. 첫째로 송지효에게 동생을 보살피는 다정한 이미지가 더해진다. 리지는 송지효를 대상으로 이제까지의 활달한 소녀 이미지를 계속 가져갈 수 있다. 현재 송지효에게는 우호적인 관계가 부족하다. 송중기와 러브라인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개리와 겹치고, 그렇다고 다른 멤버들과 우호적으로 오고가는 것도 없고. 아무래도 송지효에게도 부드러운 이미지가 필요하다. 더불어 예능초짜인 리지에게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연기하도록 하기보다 기존의 캐릭터를 가져가는 게 낫겠고.
둘째로는 진부하기까지 한 개리와 송중기의 러브라인에, 그리고 하하와 광수와 송지효의 사이에 변화가 가해질 필요가 있다. 지금으로서는 딱 두 회만 봐도 뻔하다 싶을 정도로 그 구도가 단순하다. 그런데 여기 철없는 리지가 들어와서 음모와 배신의 캐릭터를 담당하면? 물론 악의적이어서는 안 되겠지. 귀엽게 다른 멤버들과의 사이에서 송지효를 곤란하게 하거나, 송지효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멤버들에게도 플레이에 있어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준다 하겠다. 지난주도 개리와 송지효가 함께 카트를 밀고 갈 때 둘 사이를 응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리 입장이었다. 남자의 입장 뿐이라는 것도 너무 일방적이고 작위적이다. 송지효의 입장을 대변하는 존재가 필요하다.
어떻게 해도 리지는 송지효를 붙잡는 수밖에 없다. 송지효 역시 리지를 잡아 이제까지의 캐릭터와 관계에 변화를 꾀하는 것이 유리하다. 서로 윈윈이라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는 합을 맞춰야겠지. 개리와 송지효와의 러브라인처럼.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관계를 가져가는가. 유재석의 힘을 빌어야 할까.
확실히 게스트와 고정이 다르다. 게스트는 차려진 밥상을 받아먹으면 된다. 손님상은 항상 화려하다. 그러나 고정은 자기가 알아서 챙겨먹어야 한다. 항상 꾸준히 먹는 밥상은 늘 그렇다. 맛있는 걸 먹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꼬셔야겠지. 캐릭터란 결국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다. 누구와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솔직히 지난주 런닝맨은 재미가 그다지라. 뭔가 허술하고 허전하고. 몇 번 보고 금새 바닥이 드러난 느낌이다. 기대가 되는 것과 뻔히 예측이 되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최시원은 꽤 독특한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다음주는 또 심형래?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재미가 없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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