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프레지던트 - 이상과 현실의 경계...

까칠부 2010. 12. 24. 12:03

볼수록 어떤 정치인을 떠올리게 한다. 시민단체에 있었고, 그리고 현실을 알았고, 또한 이상을 추구했던. 그리고 바로 그 주위사람에 의해 불행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결국 그를 궁지로 몰아간 것도 형과 아내와 그리고 측근들이었지. 구식 정치에 물든 조소희의 조급함이 결국 장일준도 그리 몰아가지 않을까.

 

참 멋지다. 어떻게 해도 장일준은 현실정치인이다. 그리 부패하고 부정한 구태정치인인 고상열을 앞에 두고서도 - 심지어 과거의 악연이 있었음에도 그를 몰아내자는 김경모의 제안에 고민한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썩고 낡은 정치인이더라도 그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김경모가 더 순수한 이상주의자 같고 장일준은 야심에 눈이 어두운 썩은 정치인 같다.

 

하지만 그게 정치 아닌가? 권력따위 상관없다며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면 결국에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 싸워야 한다. 이상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싸워야 하고,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라도 손에 흙을 뭍히고 피를 묻혀야 한다. 스스로 더러워지기를 두려워해서는 진흙탕에서 이길 수 없다.

 

막연한 국민을 위한 정치. 나라를 위한 정치. 과거의 시민단체 활동조차 드라마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힘과 힘, 욕망과 욕망, 지략과 지략, 누가 권력을 손에 쥐는가? 권력을 탐하는 이와 그 권력을 쟁취해가는 과정과 그에 얽히는 욕망과 인간의 정들. 권력의 실체에 보다 직접 다가간다.

 

그래서일까? 이제까지 어느 드라마보다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재개발지역에서의 용역깡패들과 그 뒤에 도사린 정치인의 모습을 - 그리고 그와 타협하는 사회운동가의 모습을 이리 날선 모습으로 보인 예가 또 있었던가. 결국에 그 정치인과 사회운동가는 권력과 금전을 앞에 두고 서로 야합하려 한다. 집안에서는 권력을 위해 자식마저 내팽개치는 비정한 아버지가 있고.

 

그리고 그러면서도 전혀 더럽다거나 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겉으로 포장하려 하지 않는 선명함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야심이나 욕망을 굳이 미사여구로 감추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낡고 부패한 박을섭을 통해 국민과 국가의 이름이 나옴으로써 철저히 그를 조롱하고 무시한다. 오히려 당당하게 내 야심을 채우겠다. 나 자신을 위해 권력을 쟁취하겠다. 그는 남자가 된다.

 

하기는 원작자부터가 마초다. 카와구치 카이지의 캐릭터는 하나같이 - 심지어 여자캐릭터마저 마초로 그려진다. 유민기의 어머니 유정혜의 원작에서의 캐릭터가 그같은 마초적인 캐릭터였을 것이다. 꽤 오래전이고 결국 완결까지 보지 못해 단정은 못하겠지만. 다만 카와구치 카이지의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스타일과는 달리 간결하게 힘을 뺀 것이 오히려 드라마에 힘을 살린다. 단언한다. 원작보다 최소 수십배는 낫다.

 

바로 이런 게 정치다. 이런 게 현실정치다. 우리가 고르고 선택해야 할 정치인이다. 순수한 이상이나, 국가와 국민에 대한 사명이나, 그보다는 멋이 있어야겠지. 그 멋이란 바른 길을 가는데서 오는 아름다움이다. 때로 비열하고 비정하고 야비하더라도 올곧게 자신의 뜻을 이루는 그런 당당함. 그런 게 없다.

 

아무튼 인상에 남았던 한 마디는,

 

"요즘은 정치인도 연예인처럼 되어서..."

 

고상렬의 그 말은 확실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손이 고와서 뽑아주었다!"

"잘생겼잖아?"

"TV에 많이 나오대?"

 

장일준도 그런 한 예겠지. 누가 일일이 공약을 보고 그의 프로필을 살피고 그의 이념이나 사상적 지향에 대해 살피고 하겠는가? 잘생기고, 말 잘하고, 행동하는게 세련되면. 그래서 공약보다는 선거캠페인송이 오히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바람과 대세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뭐 그렇다고 고상렬 같은 인간이 대선씩이나 나와서야 곤란하겠지만.

 

최수종의 카리스마는 대단하고, 홍요섭의 단지 착하지만은 않은 반듯한 신사 캐릭터는 역시라 할 만하고, 제이는 정말 의외, 변희봉 선생이야, 성민에 대해서는 내가 요즘 아이돌에는 아무런 기대가 없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분노도 없다. 꽉 짜여진 듯 연기들이 정말 대단하다. 존재감도. 그것만도 보는 재미가 있을 정도.

 

연말이라 술약속이 많아서. 많이 마시지는 안아도 자리는 지켜야 하니까. 본방 지키기가 그렇게 힘들다. 그제도 못했는데. 다음주는. 다음부는 반드시. 기다리며 볼만한 가치가 있는 드라마라 하겠다. 제대로 된 간만의 만족할만한 정치드라마일 것이다. 좋다. 아주 만족한다. 재미있다. 무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