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글거려 죽는 줄 알았다. 원래 오글거리는 내용인 것 알고 보는 거지만 그러나 오늘은 유독 그 정도가 심했다. 가끔 만화를 볼 때도 이런 장면 나오면 일단 긁고 보느라 책을 덮는데.
원래 두려움이란 무지에서 나온다. 저 앞에 무엇이 있는가 알지 못할 때 사람은 두려움을 느낀다. 과연 어떻게 될까 알지 못할 때도 두려움을 느낀다. 차라리 사나운 맹수가 있는 것을 알면 돌아가기라도 하지.
아이들이 겁이 많은 이유도 그래서다. 어른들은 안다. 그것이 나뭇가지라는 것을. 단지 비닐조각이 흩날리고 있는 것일 뿐임을. 어디선가 길고양이가 우는 것이고, 바람에 전깃줄이 우는 것이고.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것을 알기에 아직 아는 것이 너무 적다. 경험도 부족하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겁먹고 그럴까?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을 겪어 보지 못한 아이에게 사랑이란 너무 버겁다. 사랑하는 자신이 무섭고, 사랑으로 인해 변해가는 것들이 무섭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상대의 마음을 알지 못해 무섭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알 수 없기에 더 무섭다.
강무결이 서준을 떠난 이유. 역시 마찬가지로 위매리 앞에 까칠하게 구는 이유. 느닷없이 아이가 되어 투정을 부리고 떼를 쓰고. 더구나 사랑이라는 것을 해 본 적 없기에. 사랑받은 적이 없으니 사랑해 본 적도 없고 사랑에 빠져 주체할 줄 모르는 자신이 그리 생소하고 어색하다. 한 걸음 더 나가는 것이 그리 무섭고 겁난다.
어른이란 그런 것이다. 어른의 사랑과 아이의 사랑이 다른 이유. 아이는 사랑을 모른다. 그래서 절제할 줄 모르고 내달리며 모든 것을 불사르고 끝난다. 반면 어른은 재고 따지고 자기를 지키고 상대를 지키는 여유가 있다. 어찌 보면 비겁한 것이지만 현명한 것이다. 그래서 절제하는 가운데 마음놓고 달려갈 수 있다. 말했듯 차라리 사나운 맹수가 버티고 있으면 용감하게 도망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안 되니까. 어머니가 끓여준 맛없는 된장찌개에도 그냥 먹자고 말해주는 바로 그런 것이. 정에 굶주리고 사랑에 고프고 그러나 그래서 더 무섭고 겁나고. 위매리가 사고를 당해 정신을 잃은 정인에게서 떠나지 못할 때 느닷없이 솔직해지는 것도 그래서다. 무서우니까. 겁나니까. 위매리가 이대로 영영 떠나 정인에게로 갈까봐. 잡기도 무섭고, 그렇다고 떠나가는 것도 무섭고,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고 방황하는 것도 어떻게 해도 그 결과에 대해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어쩌면 강무결이 그렇게 비겁해지고 마는 것도 그만큼 진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감당할 수 없이 진심이 되었기 때문에 강무결도 저리 아이가 되어 억지를 쓰는 것이다. 아이의 사랑이라는 거겠지. 사랑받은 적 없는, 사랑이 무언지 모르는 아이.
하기는 위매리도 마찬가지. 정인도 역시. 아이들은 그래서 방황한다. 그래서 무모해지기도 한다. 무모하다는 것은 두려운 것조차 두려운 것이다. 겁먹은 아이들. 그래서 방황하는 아이들. 때로 무모해지고, 그래서 때로 비겁해지고.
다만 그럼에도 너무 오글거리지 않았을까. 살짝 짜증도 났다. 시청율이 그래서 이것밖에 안 되지 않은가. 인내심의 한계에도 도전해봤고. 나는 애들을 무척 싫어한다. 너무 아이들이니까.
아무튼 재미있었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인내한 보람이 있었달까. 장근석의 오버스런 허세연기가 조금 거슬리기는 했지만 연기도 좋았고 매력있었고.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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