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매리와 이어질 수 없는 이유. 정인은 어쩔 수 없이 오빠일 수밖에 없다. 형일 수밖에 없다.
오빠란 참 애매한 존재다. 어른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도 아니다. 분명 몸은 아이지만 동생이나 부모나 자신을 아이로 보지 않는다. 기대하고 요구한다. 바라고 보챈다. 아직 자기도 감당하기 힘든데.
강무결은 제멋대로고, 위매리는 전혀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기대는 가운데 아버지는 위압적으로 다그쳐오고. 그래서 반항도 해 보지만 오빠 - 형의 책임이란 부모에게도 향하는 것이다.
마음놓고 울 수도 없다. 아버지는 그에게서 눈물마저 빼앗아 버렸다. 인질로 잡힌 그를 아버지가 구한 순간, 그래서 정인에게 강해질 것을 요구하는 순간, 그래서 그는 우는 것을 잊어벌렸다. 눈물을 강제로 거세당하고 말았다. 약해질 수 없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데 익숙지 않다.
항상 단정하고, 항상 냉정하고, 항상 침착하고, 그러나 그 내면에 어떤 혼란과 두려움이 있을지 누가 아는가. 하지만 알아주는 이 없이 그는 항상 혼자 앓고 혼자 괴로워한다. 그러면서도 철없는 두 동생의 투정에 아버지와 맞서기도 한다.
물론 그런 오빠에게 애정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보호해줄 수 있는 누군가를 바라는 이도 있다. 하지만 위매리는 아니다. 어려서 의지할 수 있는 아버지의 존재가 거세된 위매리에게 기댈 수 있는 오빠란 한없이 기대게 되는 존재다. 자기도 모르게 정인에게 응석을 부리고 마는 것은 그래서다. 오히려 자기 손을 필요로 하는 강무결에게 끌리는 것도 차라리 보살피는데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정인과 위매리가 이루어질 수 없는 이유다. 기대고 의지하는 것도 익숙한 사람들에게나 가능하다. 정인은 위매리를 동생으로서 보살필 수 있지만, 위매리는 단지 정인에게 오빠로서 기댈 뿐이다. 그건 위매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색할 뿐.
하지만 오빠라고 항상 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를 잃은 기억을 떠올리면서.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불안해하게 되면서. 한계를 넘어선 오빠는 그래서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를 구하게 된다. 이제까지 동생처럼 보살피던 위매리가 그녀가 그로부터 멀어지려는 순간 여자로 끌어올려진다. 정확히 어머니를 대신할 수 있는 모성이다. 크리스마스 케잌을 앞에 놓고 위매리와 나누는 대화는 그것을 보여준다. 이 순간 함께 케잌을 먹고 싶은 이, 괜히 응석을 부리고 싶은 대상.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위매리와 그리고 아버지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한 계기가 될 수 있겠다. 약해져서는 안 되는 존재가 약해지는 것은 더 강해지기 위한 이유일 터이므로.
과연 어떨까? 이제까지는 상당히 정석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가장 오글거리던 것은 쇼케이스에서 밴드 멤버들까지 무대에 오르고 모두가 기다리고 있을 때 뒤에서부터 강무결이 무대 위에 오르던 장면. 설마라는 말조차 없었다. 당연히 그러겠거니. 그리고 역시 벼락스타가 되어 있겠지. 강무결의 성장도 부쩍 정인으로 하여금 짜증나게 만드는 이유였을 것이다. 다 큰 녀석이 왜 나에게 응석을 부리는가?
하여튼 흥미로운 캐릭터다. 정석적이기는 하지만 김재욱의 독특한 색깔이 더해지며 상당히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결같으면서도 이중적인. 그리고 그 가면 하나가 오늘 부서져내렸다. 아버지와 그리고 떠나버린 어머니, 기대기만 하는 동생들 속에서.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역시 이것이 계기가 되려나? 서준과 이어질지 모른다는 예상은 조금 벗어난 것 같고.
그러고 보니 이게 참 완전히 아이들 드라마다. 그렇게 매번 한 가지 주제로 제목을 쓰게 되는 이유는, 결국에 악역을 맡은 것이 모두 어른들이기 때문에. 정인이나 서준이나 끝내 악역이 되지 못하고, 철없던 이안조차 철이 들어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신 여전히 철이 들지 않은 것은 정석과 위대한과 방실장, 강소정. 아이들은 바로 그런 어른들과 다투며 성장해간다. 아마 그것도 시청율이 낮은데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역시 이쯤에서 정인과 서준이 악역이 되어 주어야 한다. 이안도 찌질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고. 그래야 아이는 어른이 되고 만화는 드라마가 된다.
극중 위매리의 나이가 24살임에도 항상 보면서도 고등학생일 보는 듯 어리게만 보이는 것도 그래서다. 어른들의 존재가 너무 분명하니까. 그런 어른들로 인해 아이들은 자라서도 아이가 된다. 강무결도, 심지어 한 회사의 대표인 정인마저도 마치 아이같은 모습이다. 억지로 어른흉내를 내는.
이미 결말은 예정되어 있다. 모두가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거기까지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어떻게 멋지게 꾸며낼 것인가. 어른은 아이들의 성장을 인정하고, 아이들은 서로를 마주하고.
어쨌거나 그래도 인디밴드가 아이돌과 같은 인기를 모으는 장면은 판타지라도 좋았다. 하지만 음악 외적으로 소모되는 모습은 미디어시대의 부작용일까? 뭐 역시 판타지니까. 만화니까. 그렇게 본다. 그렇게 보았다.
얼마 안 남은 회차 잘 마무리하기를. 끝이 좋아야 다 좋다.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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