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그린 것 같지 않은가? 어디 만화에서 본 것 같다. 한정된 선수자원에, 마침내 경기가 계속되는 동안 부상자가 속출하고, 선수자원도 바닥나고, 유격수가 공을 잡아도 1루에 던지지 못하고, 타자는 공을 쳐도 1루까지 뛰는 자체가 문제고, 그러나 그래도 여전히 최선을 다한다...
예능이라기에도 이렇게까지 그린 것 같은 장면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이 천하무적야구단의 매력이 아닐까? 프로의 경기에서는 보기 힘든. 아마추어 경기에서도 오히려 볼 수 없는. 디테일하게 다가가 찍는 카메라가 있기에 가능한. 사실 굳이 취미로 하는 야구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야구는 아마추어더라도 예능에 있어서는 프로라는 것이겠지. 그것이 이런 비장하면서도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 수 있는 것일 테고.
어차피 뛰지 못할 것이니 일부러 공을 굴려 진루타를 치는 이하늘, 연투로 어깨가 상해 공을 잡고서도 원바운드로 던져야 하는 김성수,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쳐 있고, 또 한 사람 한 사람이 몸이 정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홈런을 칠 수 있다는 것이 김성수의 대단한 점일 테고. 17점을 내주고서도 그런 상황에 10점까지 쫓아갈 수 있었다는 것이 천하무적야구단의 저력일 것이다. 최소한 야구를 하는 그 순간 만큼은 그들은 프로선수 못지 않았다. 야구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눈물을 흘릴 것 같은 그런 멋진 그림들이 그렇게 나올 수 있었다.
아쉽게도 준결승전에서 탈락. 아마 대회는 프로그램의 폐지가 결정되고 마지막 상처럼 주어진 것이었을 것이다. 확실히 급조한 티가 났다. 전국적인 규모도 아니고 한정된 팀만이 모여 급하게 일정을 짜고, 제비뽑기로 출전할 티믈 뽑고, 마치 이것으로 더 이상 끝인 양. 그냥 마지막으로 한 번 전국대회에 도전해 보라는 양.
그러나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으니까. 어렵사리 예선을 통과했고, 준결승에서 우승팀과 최악의 상황에서도 끝까지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할 수 있는 바를 다 했으니 후회는... 하지만 스포츠란 이기고 나서도 더 나은 경기를 욕심내는 법이다. 만족은 없다. 만족은 단지 그 순간에 머물고 싶은 안이함의 결과다.
대회가 끝나고 모여 골병든글러브 시상식을 하며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는 것도 무척 보기 좋았다. 그동안 흘린 땀들. 그동안 견뎌내야 했던 인고의 시간들. 무엇보다 야구 그 자체가 좋아 달려왔던 시간들. 고마웠던 사람들과 자랑스러웠던 순간들과 그 시간들을 함께 공유하며 웃고 떠드는 한 바탕의 잔치가.
다만 옥의 티라면 야구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돌 불러서 뭘하자는 것일까? 야구 룰도 모른다는 아이돌 불러다가 되도 않는 멘트나 던지고. 아무리 행사 있으면 달려오는 아이돌이고, 아직 신인이기에 절대 거절할 수 있는 토요일 버라이어티 출연이 미끼로 던져졌기는 하지만. 구색맞추기식의 아이돌이 오히려 흥을 깼달까? 모르지. 당시 시상식장에서는 아이돌들의 축하공연이 있어 흥을 더했을지도. 하지만... 하긴 그것은 시청자들을 위한 축제이기 이전에 그들 자신을 위한 포상이었을 것이다.
처음 이하늘, 김창렬, 임창정 등 그야말로 연예계에서 내놓은 양아치들이 모여 동호나 김준, 오지호 등 멤버들을 하나하나 모아가는 장면들이 그리 신기했었는데. 하긴 미쓰에이가 아니더라도 초반 주장 마르코부터도 야구의 룰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예 야구가 뭔지도 모르는 인간에서부터, 어떻게 치고 던지고 달려야 하는지도 모르는 한심한 주제들까지, 마리오도 당시는 포수를 보고 있었다. 뭣 하나 정돈되는 법 없이 제멋대로에 산만하기까지 한 그런 양아치스러움이 좋았다. 기세등등하다가도 곧잘 깨지고 좌절하고 실망하는 모습들이 안쓰러우면서도 이입이 되었었고. 언제부터인가 더 이상 챙겨보지 않게 되었지만. 다시 그 시절을 떠올리니 - 한민관이 외쳐부른 임창정과 마르코의 모습마저. 마르코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예능으로서의 재미는 부족했지만 하나의 시즌이 끝나는 내용으로는 상당히 의미있지 않았을까. 시합은 처절했고, 눈물은 진했으며, 웃음에는 뿌듯한 정감이 있었다. 언제고 다시 만나자는 다짐까지. 언제고 다시 시작하면 나 역시 빠뜨리지 않고 계속 지켜보리라.
재미있었다. 웃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마음이 있어서. 땀과 열정과. 지나온 시간들과 기억과. 단지 예능이란 웃음만을 위해 보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이론이지만. 지난 시간 그다지 가당찮은 이유로 고개를 돌렸던 그 순간들을 후회한다. 멋진 마무리였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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