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기대 이상이다. 하도 혹평이 있어서 이거 제대로 망했구나. 하지만 꽤 괜찮지 않은가.
물론 무리수도 있다. 나르샤에 고백한 학생이라든가 되도 않는 카라의 커버라든가. 하지만 의외로 진지한 학생들의 고민과 그를 해결해주는 영웅호걸들의 자세가 흐뭇함과 어떤 유쾌함마저 느끼게 한다.
여학생들에게는 과연 서인영이 대세구나. 왜 아닐까?
"그러니까 남자친구를 못 사귀지!"
"평생 남자친구 없고 싶어요?"
가차없다. 거리낌없이 하고 싶은 말을 바로 내뱉는다. 그런 당당함. 그런 자신감. 더구나 패션이며 무대 위에서의 모습이 화려하고 세련되다. 로망이랄까? 동경이랄까?
소녀시대와 카라가 일본에서 특히 젊은 여성들에 인기가 있는 이유. 그 전에 걸그룹이 대세가 된 이유. 이제는 단지 이성으로서의 아이돌만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성으로서 자신의 모델을 아이돌에서 찾기도 한다. 서인영은 젊은 여성들에게 아이돌이다.
멋지지 않은가. 남자와 사귀기 위해서는 먼저 남자와 눈부터 마주치라. 도움이 되었는가는 모르지만 작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붓기가 안 빠진다는 여학생의 고민을 들어주는 정가은의 표정도 진지했고. 정말 어린 청춘의 고민을 들어주는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은혁의 말처럼 가장 전문적이었으며, 그리고 사려가 깊었다. 역시 경험함으로써만이 얻게 되는 지혜라는 것도 있는 모양이다.
아이유를 불러 가수로 데뷔할 수 있을까 여부를 묻는 여학생을 보는 노사연의 표정에도 애정이 흘러넘쳤다. 비록 아직 데뷔도 못한 그저 지망생에 불과하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가수의 꿈을 가진 누군가의 모습이 남같이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노사연도 어느새 원로의 대열에 들었으니까. 그녀의 말마따나 자신의 외모를 웃음의 소재로 삼아 오로지 노래실력 하나로 버텨온 시간들이 있었으니. 약간은 짠했고.
하지만 역시 나르샤에 고백을 한 남학생이나, 니콜에게 눈웃음을 배운 남학생 - 하지만 눈웃음을 짓는 니콜의 모습이 참으로 귀여웠으므로 어느 정도는 용서가 된다 - 그리고 박가희 앞에서 부모님께 편지를 써 읽은 남학생의 경우는 지나치게 제작진의 의도가 개입된 결과가 아니었을까.
대충 그 부분에서 상당부분 사전에 짜고 들어갔구나. 느닷없는 카라의 커버댄스도 그랬지만, 참으로 적절하게 나오는 감동코드가, 하긴 아이유 앞에서 노래를 부른 그 학생도 제작진의 의도가 개입된 결과겠지. 더구나 학생들과 팀을 짜는 과정에서도 그 인연이 이어지고 있었으니. 뭐 나름대로 재미는 있었지만.
이후로는 너무나 전형적인 전개였다. 학생들과 팀을 짜고, 팀을 짜서는 퀴즈를 풀고, 사실 조금 지루하기는 했다. 어쩔 수 없이 아직 학생들을 데려다 놓고 거기서 뭘 기대할 수 있겠는가? 섣부른 오글거림에, 그렇다고 영웅호걸들이 그런 상황을 주도할 만큼 예능에 능숙한 것도 아니고. 이건 이휘재, 노홍철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도 노사연과 팔씨름을 한 여학생은... 나이차이가 있는데. 확실히 노사연의 말처럼 정상적으로 겨루었다면 노사연이 이겼다. 가만 보면 알겠지만 여학생은 온몸을 움직여가며 힘을 주었는데, 노사연은 단지 팔힘만으로 그것을 버티고 있었다. 정도와 사도의 대결이랄까?
하긴 어차피 대부분의 예능은 전형적이다. 아니 대부분의 음악, 대부분의 드라마, 대부분의 소설은 전형적이다. 다만 그 가운데 어떻게 그것을 드러내어 전하는가. 이를테면 공부하다 말고 졸음을 못 이겨 모로 눕는 박가희나, 아예 공부따위 포기하고 누워 자고 있는 서인영이나, 괜히 부산하기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신봉선, 역시나 국어문제가 나오니 멍한 표정이 되어 버린 니콜 등등... 홍수아와 정가은이 가장 먼저 문제를 맞추고 통과한 것조차 의외성으로 재미가 있다. 바로 이런 게 영웅호걸의 매력일 테지만.
처음 고민상담을 하던 때부터 짝을 고르고, 공부를 하고, 문제를 풀고, 그 사이사이 보여지는 멤버들의 표정들. 조금은 뚱한 지연이라든가, 관록이 느껴지는 노사연, 유인나의 귀여운 표정들이나, 노홍철의 디스에 바로 표정이 바뀌어 버리는 이진 등등... 정가은의 해녀복장은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있다. 정가은 자신이 민망해 하는데 보는 사람도 함께 민망하다. 그래도 고민상담을 할 때는 정말 해맑을 정도로 진지했다.
다만 이런 것들은 제작진과는 상관없는 영웅호걸멤버들 자신의 역량이라. 아니 역량이랄 것도 없이 그냥 타고 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런 것들을 캐치해 보여주는 카메라가 과연 이 PD가 무엇을 추구하는가를 알 수 있게 하지만 그러나 뭐랄까 아주 약간의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하겠다. 그것은 어쩌면 영웅호걸이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 - 예능으로서 검증되지 않는 멤버들에 있을 것이다. 앞으로 영웅호걸이 해결해갈 과제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오늘 인상에 남았던 것은 역시 이휘재란 대단하구나. 은혁도 그렇게 못하는 MC는 아니다. 고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디 가서 땜빵으로 자기 존재를 충분히 알릴 정도는 된다. 하지만 여섯 영웅호걸들에 그대로 묻혀 보이지조차 않았다. 데시벨도 높지만 역시 영웅호걸의 주역은 영웅호걸 자신들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그것을 노홍철이며 이휘재며 적절히 잘 통제하며 이끌어가고 있는가. 아예 은혁은 보이지조차 않았다. 어쩌면 그것이 오늘의 산만한 지루함의 한 원인이었을지도.
니콜은 영웅호걸에서 가장 예쁜 것 같고. 무대위에서는 한카리스마 하지만 예능에서 그녀는 천연스러운 귀여움을 보여준다. 자연스럽게 지어지는 다양한 표정들이 무대에서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전혀 다른 타입의 매력이 항상 눈길을 끈다.
아이유는 정말 이제는 대세. 남학생들은 거의 아이유다. 그러나 문제가... 사실 이것도 처음 듣고 웃은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 고등학교 3학년들 임시교사로 가는데 고등학교 2학년인 아이유와 지연이 끼어 있는가? 이제 20살인 니콜조차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일찌감치 사회로 나와 프로로써 활동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건 너무 균형이 안 맞지 않을까. 물론 그것도 나름대로 자기 나이에 맞는, 자기 경험에서 나오는 강의내용이라는 색다름을 기대할 수 있게 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기대했던 것보다는 아무튼 좋았다. 하지만 그건 혹평을 먼저 들어서지 지난주의 기대에는 한참 못 미쳤다. 은혁마저 질려버리게 만든 왁자함은 영웅호걸이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증거겠지만, 프로그램의 주제에 대한 멤버들의 자세나 제작진의 연출은 아직은 미숙한 부분이 엿보인다. 캐릭터며 관계는 잡아가고 있지만 프로그램이 추구할 방향 자체에 대해서는 혼란이 온듯한 느낌이랄까? 어떤 이유에서인지 어떤 일관되고 안정된 느낌이 사라진 것이 불안하기도 하다. 그러나 결국은 영웅호걸 보자는 프로그램이라는 거겠지.
전과 같이 멤버 하나하나를 디테일하게 잡아내는 카메라는 없었지만 워낙에 보여주어야 할 사람과 장면들이 많았으니까. 그게 산만했고 또 지루했고, 그러나 그것이 신선하기도 했었고. 그에 대한 내 점수는?
다음주를 기대해 본다. 의외로 또 화려해 보이면서도 하나같이 그다지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경우가 아닌 터라. 연예인 가운데 그저 순탄하게 주어진 길로만 스타가 된 경우가 드물기는 하지만서도. 더구나 A급이라 할만한 스타는 아이유 말고는 없다. 미안하지만 니콜의 인지도마저 그렇다. 그것이 어떻게 강의로 녹아들 것인가.
영웅호걸의 강점과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회차라 하겠다. 어느 쪽을 볼 것인가. 나야 강점을 보기로 했으니 재미있다.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한 때다. 조금은 불안하다. 재미는 있었다. 일단은. 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능과 코미디 - 어느 웃음욕심에 대해서... (0) | 2010.12.27 |
---|---|
런닝맨, 개그콘서트 - 심형래와 슬랩스틱... (0) | 2010.12.27 |
천하무적야구단 - 드라마가 완성되다! (0) | 2010.12.26 |
무한도전 - 초심을 잃었다? 싱글파티... (0) | 2010.12.26 |
KBS연예대상 - 1박 2일 vs 남자의 자격... (0) | 2010.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