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KBS연예대상 - 1박 2일 vs 남자의 자격...

까칠부 2010. 12. 26. 01:50

뭔가 내부적으로 딜이 있었던 삘이다. 중요한 상 세 개를 1박 2일의 멤버 다섯 가운데 셋이 쓸어가 버렸다. 남자 최우수상, 남자 우수상, 엔터테이너상, 대신 남자의 자격에 주어진 것은 박칼린에 대한 특별상. 올 한 해 가장 뜨거웠던 예능 가운데 하나였음에도 너무 소홀하지 않았을까? 김국진이나 김태원 정도는 챙겨줄 수 있었을 텐데도. 하지만 이경규에게 대상을 주어야 하니까.

 

일단 기본적인 시청율만 놓고 보았을 때 남자의 자격은 아직 1박 2일에 미치지 못한다. 그 팬층의 두터움에도, 그 화제성에서도, 같은 해피선데이지만 1박 2일과 남자의 자격은 아직 그 급에서 차이가 난다. 아무리 이경규의 커리어가 대단하고, 올해 남자의 자격이 대단했어도 가장 중요한 지표인 시청율만 놓고 보았을 때 이경규에게 상을 주기란 참 애매하다. 그렇다고 강호동에게 3년 연속으로 줄 수도 없고, MBC를 떠나 KBS로 와서 이만한 성과를 이루어낸 이경규에 대한 예우를 포기할 수도 없고.

 

물론 그렇다고 이경규가 자격 없이 상을 받았다는 것은 아니다. 누가 뭐래도 올해 예능으로써 가장 크게 이슈가 되었던 것이 무한도전의 프로레슬링과 남자의 자격의 합창편이었다. 가장 이슈가 되었고 또 많은 뉴스를 양산했고. 고작 5%를 밑돌던 시청율이 어느새 1박 2일 다음의 자리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이경규가 있었고. 커리어로 보나 실적으로 보나 오로지 KBS에서 이경규만이 강호동과 경쟁할만한 위치에 있었다. 다만 가장 중요한 시청율에서 밀리고 있다는 점은 상당한 패널티였으리라.

 

결국 남자의 자격 멤버들의 수상과 이경규의 수상을 바꾼 게 아닐까. 일단 대상 이외의 상들에 대해서는 1박 2일 멤버들에게 돌리면서 남자의 자격에게는 대표적으로 이경규에게만 대상을 주기로. 팀워크상은 박명수와 유재석에 대한 예우일 것이다. 코미디부문이야 개그콘서트팀이 가져가는 것이 당연할 테고. 김병만과 이수근의 수상소감은 코미디가 놓인 현실인 동시에 큰형다운 걱정이기도 했다. 박영진이 말한,

 

"코미디언이 입고 나온 옷이 다음날 불티나게 팔리는 그날까지!"

 

강호동의 그 한 마디가 왜 그리 멋질까.

 

"우리는 코미디언 아니가!"

 

개그콘서트의 코너인 달인을 1박 2일 멤버들과 함께 연기하고, 개그콘서트에 평소 관심을 가져준 것을 후배로서 고마워하는 이수근에게 어깨를 감싸 안으며 던진 말이다. 이제는 예능인으로 불리지만 강호동은 어쨌거나 코미디언이다. 이경규도. 심형래도. 신동엽도. 뿌리를 잊지 않은 선배가 있어 아주 어둡지만은 않다.

 

어쨌거나 이승기의 수상은 그래서 전혀 의외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승기가 쇼, 오락 부문 남자 최우수상에 호명되는 순간 이경규가 대상을 받겠구나. 김국진이었다면 조금 애매했을텐데, 이승기였기에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 KBS연예대상에서 KBS는 이경규에게 대상을 주려 한다. 그리고 예상이 맞았는지, 아니면 우연이었는지 이경규에게 상이 돌아갔고. 이경규의 말마따나 그의 대상은 남자의 자격 멤버 모두가 함께 받은 상이다.

 

가장 의외라면 역시 쇼, 오락부문 여자우수상의 구하라. 솔직히 나도 뭔 소리인가 했다. 구하라도 무척 놀란 모양이더라. 누가 예상을 했을까? 신봉선이며 박미선이며 쟁쟁한 선배들이 하나둘이 아닌데. 예능인으로서 신봉선과 박미선의 커리어와 실력은 구하라가 감히 견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황수경 아나운서야 그동안 열린음악회를 진행해 온 공로로 하나 정도는 받을만 했으니 나머지 셋 가운데 누가 상을 받을 것인가. 그런데 가장 커리어도 역량도 떨어지는 구하라가 상을 받았으니.

 

대충 이유를 추측해 보자면 일단 화제성이다. 연예대상도 하나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기왕에 잔치를 열었으니 흥행이 필요하다. 이경규에게 대상을 준 것도, 이경규에게 대상이 가기까지 김병만 등을 거론하며 분위기를 띄운 것도 바로 흥행을 위해서다. 신봉선이나 박미선보다는 인기 걸그룹 구하라라면 화제성은 충분하지 않을까. 더구나 최근 카라는 일본에서의 활동으로 화제를 몰고다니는 중이다.

 

더구나 청춘불패에 대한 예우도 빼놓을 수 없다. 올 한 해 시청율 대비 가장 뜨겁게 미디어를 채워넣었던 것이 바로 청춘불패였다. 기사거리가 쏟아졌고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 장관상까지 받으며 KBS의 공익성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는 역할도 톡톡히 했다. 착한 예능이라던가? 걸그룹이 농촌체험을 한다는 화제성에, 농촌과 농업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공익성에, 더구나 시청율도 10% 정도 나와주었고. 10%면 그럭저럭 선방했다 할 수 있다. 그러면 그 대표는 누구일까?

 

노주현은 일단 빼고, 김태우도 중간에 빠졌으니 빼고, 써니와 유리, 현아도 중간에 하차했으니 빼고, 김신영이 있지만 김신영은 작년에 이미 상을 받은데다 그다지 화제성에서 약하다. 가장 청춘불패에서 관심을 받고 이슈를 주도했던 것은 다름아닌 구하라.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그나마 가장 분량을 챙기기도 했었다. 사실상 청춘불패의 시청율은 김신영의 예능이 아닌 아이돌이라는 화제성에 많이 의존하고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예능으로서의 재미보다는 화제성이 프로그램의 인기를 이끌었다.

 

그래서 G7가운데서도 가장 인지도 있고, 가장 인기있고, 그동안도 가장 분량을 챙기며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구하라에게 상이 돌아간 것이 아닌가. 솔직히 내가 보기에 청춘불패에서 그다지 김신영의 역할이 인상적이지 못하기도 했었다.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지만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거슬리는 것이 김신영의 역할이었다. 혹시 모르지. 써니와 유리가 하차하지 않았다면 특히 그 가운데 써니에게 상이 돌아갔을지.

 

물론 어떤 뜻으로 상을 주었는가, 그건 당사자들만이 알 일이다. 그것은 곧 누구에게 상이 돌아가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키는 그런 결과는 없었으리라는 것이다. 강호동이 아닌 이경규가 대상을 받고, 다른 누구도 아닌 젊은 이승기에게 최우수상이 돌아가고, 남자의 자격 멤버들은 이경규를 제외하고 상이라고는 하나도 받지 못하고, 하지만 그것도 결국 나름의 기준에 따른 것이고 그 나름의 이유에 따른 것일 것이다. 단지 보는 입장에서는 그것을 받아들일 뿐.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이야 이처럼 각자의 자유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남자의 자격 팀이 크게 상을 받지 못한 것은 확실히 서운하다. 뭐라도 상이 주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국 박칼린의 특별상과 이경규의 대상. 하기는 이경규의 대상이 그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으니. 1박 2일은 확실히 상을 받을 만 했고. 이슈가 되고 있는 구하라의 경우는 알아서 이유들이 있겠지. 이승기가 남자 최우수상을 받은 것처럼. 그런 것 일일이 따지고 들면 시상식 같은 건 못 본다.

 

재미있었다. 역시 개콘 멤버들은 개그맨이다. 타고난 재치에만 의존하는 비코미디언출신의 예능인과 차별되는 부분이다. 사이사이 마치 연예대상 회장 전체를 무대삼아 깨알같은 개그를 선보인 박명수처럼. 단지 웃음만을 목적으로 했을 때 개그맨 - 아니 코미디언 이상이 없다. 연예대상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코미디언들 자신이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하늘같은 대선배들처럼.

 

"눈위를 걸어가듯 뚜벅뚜벅 무소의 뿔처럼 걸어갈 생각입니다."

 

멋진 축제였다. 원래 버라이어티란 이런 쇼를 의미했다. 다채롭고 화려하고 재미있는 쇼. 음악이 있고 연기가 있고 코미디가 있고 감동이 있고. 훌륭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주인공이야 당연히 코미디언이고 예능인들이었을 테지만, 그들을 지켜보는 자체가 한 바탕의 멋진 버라이어티한 쇼였다. 새벽까지 잠 못 이루고 지켜본 시간들이 전혀 아깝지 않다. 잠을 이루기가 아까울 정도다. 멋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