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에 대한 욕심을 고민하는 연예인들이 많다. 어떻게 웃음을 줄까?
확실히 예능과 코미디는 그 환경부터가 다르다. 예능은 일단 찍고서 편집해서 내놓는다. 열 개 던져서 하나 건져도 그것으로 분량을 삼으면 된다.
그러나 코미디는 아니다. 딱 정해진 분량을 찍어 그것을 내보낸다. 이경규가 녹화 길게 하는 걸 싫어하는 것은 아마 그 영향일 듯. 과거의 코미디들은 녹화를 길게 할 일이 없었다. 대신 그 준비기간이 길었지.
대사 하나하나에도 다양한 고려가 있었다. 여기서 이 대사를 하면? 그리고 그 대사에 웃지 않을 경우를 대비했다. 하나를 던지고, 그래서 반응이 없으면 그때 또 하나를 던지고, 혹은 반응이 있으면 그에 편승해 하나를 던지고, 예전 잘 나가던 코미디언들이 예능에 잘 적응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능은 실시간이지만 코미디는 바로 그 한 순간을 위해 전력을 투구하는 것이거든.
개그콘서트도 그렇다. 일주일동안 알아서 아이디어 구상하고, 대본 짜고, 합 맞추고, 그래서 무대 위에 선다. 무대 위에 올라서 몇 개 던져서 하나 건진다, 허락되지 않는다. 무대 위에 오르는 순간 그 모든 것은 완결되어 있어야 한다. 10분 분량이면 10분 동안에 녹화가 끝나도록.
솔직히 예능이란 조금 날로 먹는 게 아닌가. 그저 던져서 하나 터지면 그만이다. 그러면서 예능을 걱정하는 것은 또 무슨 심보인가.
그리 연구를 한다.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서. 트랜드에 대해서. 어떤 것을 하면 재미있을까. 재미없어할 때는 또 어떻게 할까. 마치 타자를 상대하는 투수처럼 그렇게 쉴새없이 고민하고 궁리해서 겨우 하나 내놓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웃길 때까지 던진다. 참 편하지 않은가.
물론 프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거기서 드러난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까를 안다. 재미있도록 유도한다. 유재석 강호동이 강한 이유다. 그들은 코미디세대이기도 하다. 이경규도 강하다. 심형래가 그냥 아무렇게나 해도 슬랩스틱이 되듯 그들도 굳이 미리 짜맞추지 않고서도 코미디가 가능하다. 그에 비하면 약간의 재치 가지고 뭐라도 되는 양 나대는 예능인들이란. 아니 예능인도 아니지. 예능에 한 발 담근 연예인. 아이돌.
강호동이며 유재석이며 독서량이 대단하다. 살아온 삶의 궤적도 있고, 스스로 배우고 익힌 다양한 직간접적인 지식도 있고, 항상 궁리하는 것이 있고, 웃기고 싶다면 먼저 공부부터 하는 건 어떨까.
발성조차 제대로 안 되고, 몸개그가 뭔가에 대한 이해도 없고, 아니 코미디라는 게 뭔지 알기나 알까? 그저 예능 나와서 추켜주니 뭐라도 된 양. 웃음이란 인간이 갖는 감정 가운데 가장 복합적이고 가장 첨예한 감정이다. 아니 감정이라기보다는 표정이다. 하물며 불특정다수를 상대하는게 그리 쉬울까.
과연 아이돌이라는, 혹은 배우이거나 가수라는 기존의 타이틀을 벗어던지고도 전처럼 웃길 수 있을까? 왜 게스트로는 그리 웃기면서도 고정이 되면 웃음이 사라지는가. 혹은 특정한 환경에서는 웃음을 주는데 그 밖의 경우에는 그리 저조한가. 과연 현재의 자신의 위치가 단지 의외성으로 웃음을 터뜨리는가. 아니면 진정 웃기기에 사람들은 웃어주는 것일까.
어쩐지 예능시대로 접어들며 웃음을 조금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연예인 자신이나, 혹은 대중이나. 단 한 번의 녹화를 위해 나머지 시간을 투자하는 코미디언에 비해, 그 한 번의 웃음을 위해 그냥 막 던지고 보는 예능인들처럼. 뭐 전부 그렇지는 않겠지만.
웃음을 욕심내는가? 아니면 단지 예능을 하고 싶은 것인가?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무것도 않고 그저 웃음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개인적인 단순한 재능은 그저 소모될 뿐이다.
같잖다. 그런 생각이 든다. 갑자기 생각이 너무 많아진 까닭이다. 예능일까? 웃음일까?
웃음을 고민하기 전에 그 웃음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부터 선행하기를. 당연한 예의일 것이다. 웃어주는 대중에 대한. 웃음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진정한 프로들을 위한.
나는 그래서 아이돌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아이돌은 아이돌일 뿐. 이것도 웃음이다. 웃는다.
'예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놀러와 - 꺾기가 아니라 굴리기다. (0) | 2010.12.28 |
---|---|
밤이면밤마다 - 김태원의 토크가 감동을 주는 이유... (0) | 2010.12.28 |
런닝맨, 개그콘서트 - 심형래와 슬랩스틱... (0) | 2010.12.27 |
영웅호걸 - 여인, 순수와 만나다! (0) | 2010.12.27 |
천하무적야구단 - 드라마가 완성되다! (0) | 2010.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