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말대로 김억삼이라. 억 마디 하면 세 마디가 진짜인가?
"그 낙에 사는 사람인데..."
이제는 아예 대놓고 뻥을 치며 그것을 즐기고 있다. 과연 저것이 사실일까? 아니면 구라일까?
때로 앞뒤가 안 맞는 때도 있고, 고증이 엉망인 때도 있고, 자기가 했던 말인데 전혀 달리 말하는 경우도 있고,
하지만 김태원의 토크를 듣고 있으면 웃고 있는 가운데 무언가 가슴 뭉클한 게 있다. 페이소스라는 거겠지.
세상에 컴플렉스 하나 없이 사난 사람이 어디 있을까? 누구나 하나쯤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그에 구애되며 살아간다.
김태원도 마찬가지다. 김태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죄다 컴플렉스 투성이다. 자신도 말하지.
"컴플렉스의 화신이었다."
그러나 연륜이라는 것일까? 확실히 1집의 거친 감수성에 비해 11집의 마치 물처럼 담담해진 그의 음악세계는 그가 살아온 삶의 역정을 보여준다 하겠다. 최근의 음악이 아무래도 조금 심심하다 싶은 것은 그만큼 격랑이 가라앉고 파도에 깎여 어느새 둥그스름해진 때문일 것이다.
바로 그런 점이 아닐까. 11집 사랑을 들으며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던 이유. 생각이나를 들으며 불현듯 눈물이 지어진 이유.
이제는 관조할 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관조란 정면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자신의 장점과 부족한 점을, 돌이키기조차 싫은 컴플렉스와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그런 것이 있겠거니. 극복과는 다른 것은 그조차도 안고 갈 수 있다는 것.
그의 토크가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인 이유다. 참으로 격정적인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굴곡도 많았고 그만큼 좌절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것을 초월한 관조가 있다. 괜찮다. 괜찮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건 전혀 아무렇지 않다. 보듬는 어른의 손길이 있다. 어려서 부모님이, 할머니가 그렇게 토닥여주면 그 어떤 억울함도 분노도 슬픔도 다 가라앉는 듯 했었지. 그리고 그것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여유가 있다.
"만을 그런 아픔을 경험해야만 대곡을 쓸 수 있다면 나는 차라리 대곡을 쓰지 않을 것이다."
"나 자신이 존재하는 것이 가족에게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억지로 그런 힘든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
음악이 전부라면서도 이제는 그조차도 초월해버린 듯한 정신이. 그저 웃고 떠드는 가운데 어느새 어딘가 한 구석을 잔잔히 적셔준다고나 할까?
윤종신도 재미있었지만, 그러나 역시 나도 김태원에게 표를 주고 싶다. 들어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고, 항상 들어도 흥미진진한 드라마틱한 역정들이고. 일단 재미있다.
아무튼 처음 보는 프로그램인데 이게 꽤 괜찮지 않은가. 정리하는 김제동의 멘트는 역시 김제동이구나. 김제동과 박명수, 탁재훈을 중심으로 물고 물리는 토크가 재미있다. 서로 친분도 있고 해서인지 왁자한 것이 한바탕 놀다 가는 기분이다. 유이와 정용화, 대성은 아무래도 얼굴마담인 듯하고. 별로 재미는 없지만 구색맞추기는 된다. 하하는... 흠... 지켜봐야 할까?
그리고 역시 빵 터졌던 부분은 윤종신의 사랑이야기를 재현하면서,
"혼자왔니?"
이 아저씨가 진짜 예능을 안다. 문득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 틈을 노릴 줄이야. 아마 녹화장도 한 바탕 뒤집어진 모양인데. 나도 모르게 낄낄낄낄... 미친 놈도 아니고.
지켜볼만한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놀러와에 대항마는 없다 생각했는데. 안녕하세요는 게스트빨로도 그다지 보고 싶은 포맷은 아니다. 괜찮지 않은가.
재미있었다. 의미깊었고. 들어도들어도 좋은 이야기들이 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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