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도 처음부터 블로그 운영을 이따위로 했던 건 아니다. 상당히 친절했고 인내심도 있었고 어떻게든 좋은 관계를 만들어보려 노력했었다. 하지만 그게 참 쓸데없는 짓이었다는 걸 오래지 않아 깨달았지.
대중의 마인드는 - 아니 스스로 대중이라는 집단 안에 매몰된 인간들의 마인드는 한 가지다.
"나는 대중님이시다."
그러니 감히 반항도 저항도 하지 마라. 반박도 말고 따라라.
즉 대중님께서는 욕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되는 개인은 욕해서는 안 된다. 대중님께서는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이 되는 개인은 비난해서는 안 된다. 대중님은 무례해도 예의가 되지만 개인은 예의를 다해도 무례가 된다.
내가 말하잖은가. 대중은 권력이라고. 네티즌도 권력이다. 다수라는 힘을 등에 업는 한.
타블로 때도 그렇지 않았는가. 졸업장까지 공개했다. 그런데 그 졸업장 위조라며 달려드는 사람들에게 뭐 어쩌라고. 졸업증명서 떼서 보여줬더니만 그것도 위조란다. 그래도 참고 요구하는대로 다 보여줘야지. 하나하나 다 까발리고 시키는대로 다 해야 한다. 하지 않으니 타블로는 나쁜놈이다. 모든 건 타블로가 자초한 거다.
그리고는 더 어이가 없는 것이, 결국 상황이 역전되고 나니 심하다, 너무하다, 괴롭다. 자기들이 타블로에 한 것은 생각지 않는다. 단지 지금 듣는 소리들이 싫어서만. 대중"님"이시니까. 다름아닌 대중"님"이시니까. 그러니 타블로에게 뭔 짓을 해도 상관없고, 자기는 어떤 것도 당해서는 안 되고. 애들일까?
진중권이 왜 저렇게 욕을 먹는가. 원래 진중권 화법이 그렇다. 나도 좀 비슷한데. 진중권은 말을 해서 설득이 안 된다 싶으면 굳이 설득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상대가 얼마나 바보인가를 까발리려 한다.
"멍청아!"
대중이라고 봐주는 것 없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고 삼가고 체면차리고 하는 것 없다. 그냥 질러버린다. 속에 있는 그대로. 가감없이 바로 그 대중과 눈높이에서 바로 내지른다. 같은 편이면 후련하고 상대편이면 짜증난다는 게 그런 것이다. 같은 편이면 그야말로 눈높이가 맞거든.
당연히 기분 좋을 리가 없다. 자기보다 결코 더하지 않음에도. 어차피 바보라는 소리 듣고 자기가 바보임을 깨달을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대화가 통하는 거다. 하지만 저렇게 말이 안 통해 바보라는 소리 들을 정도면 자기가 바보임을 인정할 까닭이 없다. 그 순간 진중권의 태도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진중권에 대한 비난 가운데서도 그래서 논리적으로 그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대개는 태도고, 대개는 자세고, 그리고는 인성이다. 진중권은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으니 들을 게 없다. 진중권이 말하는 그대로다.
"말을 해도 못 알아먹으니 상대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대중님이시니까. 대중님이 아무리 바보라도 바보라 하면 안 되지. 차라리 진중권 자신이 바보가 되더라도. 대중님이 재미있게 보니 진중권을 비롯 평론가들은 그에 대해 좋게 써주어야 할 의무가 있고, 예의를 달해야 할 책임이 있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감히 대중님을 욕한 것이 된다.
아주 지긋지긋하다. 자기들은 할 말 못 할 말 다 해 놓고서는 단지 블로그 운영자라는 이유만으로 말문을 막아버리는 것. 논객입네 뭐네 어찌 그럴 수 있는가. 대중님이시니까.
지금이야 당연히 그런 것 없다. 나는 대중을 "님"씩으로 모신 적 없다. 그냥 나는 쓰고 사람들은 와서 읽는다. 각자 하나하나이며 개인이고 따라서 개인대 개인으로 서로를 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무례하면 나도 무례하고, 그래서 기분 나쁘면 나도 기분나빠지고, 굳이 조회수 올려준다고 좋게 대하고 없다.
확실히 너무 준비 없이 힘이라는 것을 손에 넣은 느낌이다. 다수라는 힘을. 언어라고 하는 폭력을. 그러나 그에 대한 책임이나 자각이 전혀 없다. 그냥 유아적으로,
"내가 시키니 따라!"
뭐 그런 게 또 권력이기도 하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러면 말하지.
"너는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는데?"
아마 진중권과 나와 - 비교할 대상도 아니지만 - 차이가 있다면 그나마 진중권은 대중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것 없다. 사람은 모이면 바보가 된다. 혼자서도 바보지만 모이면 더 큰 바보가 된다. 숫자란 사람에게서 의심을 빼앗아 가 버리기 때문이다. 의심이 사라졌을 때 사람은 바보가 된다.
또 방문자 떨어져나갈 글이나 쓰고 말았다. 어쩌겠는가. 이렇게 생겨먹은 것을. 이제 와 이리저리 눈치봐가며 블로그 하고 싶지도 않고. 역시 나는 쓰고 와서 읽는다. 그 이상이 필요하겠는가.
어쨌거나 참 진중권도 진중권이다. 나라면 짜증나서도 저리 못하겠는데. 하긴 이제는 주위에서 가만 놔두지 않으니까. 이번 논란도 시작은 라스트갓파더가 워낙 좋아서 평론가들도 혹평을 못한다는 어떤 기사가 도화선이었을 것이다. 진중권도 그래서 비판 못한다. 열받을만 하지. 기자가 원흉일까?
그렇게 대접받고 싶으면 대접할만하게 하던가. 내뱉는 입은 시궁창인데 듣는 귀는 꽃밭이다. 대접받을만하게 하지 않는데 어찌 대접해줄까. 되도 않으면서 대접받으려는 게 바로 비굴함일 테지. 그저 숫자에 기댈 수밖에 없는 비루함이며, 단지 비난함으로써밖에 증명할 수 없는 한심함에 대해. 그냥 웃을 뿐.
이래서 인터넷이 재미있다. 하루도 사건이 끊이는 날이 없으니까. 그래서 사람 많이 모이면 내가 피곤하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이 있다. 지금이 딱 좋다. 어중간한 정도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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