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보면 어이가 없는 게,
"그러면 그것을 재미있게 본 사람은 바보라는 소리냐?"
누가 그랬나?
희한하게 자기가 재미있게 본 작품이나, 즐기는 프로그램에 대해 자꾸 자기를 이입시키려는 사람들을 본다. 마치 내가 재미있게 보았으니 욕하면 날 욕하는 것 같고, 내가 즐기고 있으니 비판하면 나더러 뭐라 하는 것 같고. 그러니 하지 마라.
자기만의 명곡이라는 게 있다. 남들은 다 코웃음치는데 문득 나와 코드가 맞아 어딜 가면 곧잘 듣고 부르는 노래들. 그건 누가 판단하는가?
음악평론가가 말한다.
"그건 쓰레기야!"
그러면 대답하지.
"어, 그래?"
비평이란 엄밀한 이론적 토대 위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내가 음악을 들을 때 그런 이론적인 부분까지 신경쓰며 듣지는 않는다.
마니아들이 곧잘 현실과 유리되는 이유다. 마니아들은 생각하지.
"여기서는 이러이러하니까 이리이리하면 이렇게 더 재미있어질 거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보고 듣고 느끼고 즐긴다. 그것이 틀렸는가.
아니 굳이 이론이 아니더라도 그것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고 재미있어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고, 반대로 이건 도저히 참아주지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건 각자가 자기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지 누가 뭐랄 것도 아니고, 누구더러 뭐랄 것도 아니다.
"나는 이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형편없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건 그의 입장이다. 내 입장이 아니다. 나는 그래도 재미있다 생각한다. 다만 참고는 되겠지.
조금은 당당해져도 좋은 거다. 뻔뻔해져도 좋다. 저 사람이 뭐라 하든 나와는 무슨 상관이야? 대신 그들이 하는 소리를 가만 귀기울여 듣다 보면 얻는 건 있다. 아, 이런 작품에 대해 이렇게도 전문적으로 접근할 수 있구나. 그러나 내가, 나의 감성이 그것을 보고 즐기는 것이지 남의 이론이 그걸 즐기는 건 아니니까.
즉 보다 작품과 자신을 유리시킬 필요가 있다. 더 정확히는 그것을 즐기는 자신의 감성조차도 조금은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즐기는 건 즐기는 거지만 그것이 나의 본질은 아니다. 술자리에서 아주 개차반으로 망가져 논다고 그것이 일상에서의 바른생활을 아주 단정지을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놀 때 아지 화끈하게 망가지며 놀아도 일상에서 자기 일 잘하고 올바르면 그건 또 별개인 것이다.
항상 옳아야 할 필요도 없고, 항상 바라야 할 필요도 없고, 아마 바로 그게 문제일 것이다. 틀려서는 안 된다는 것. 그렇게 틀리지 말라 학교로부터 선생들로부터 부모로부터 강요받는다. 틀려서는 안 된다. 그러니 남들에게 자신이 잘못된 것처럼 여겨지는 게 싫은 것이다. 영화를 보는 것마저도.
왜 우리나라 대중문화는 그렇게 쏠림이 심한가. 눈치를 보거든. 남이 이것 재미있다 한다. 남이 이런 것 좋다 한다. 너도나도 이런 것을 좋아 한다. 그러면 어느샌가 그리로 따라간다.
같은 맥락이다. 평론가의 비평을 신경쓰고 그것이 자신의 판단과 맞아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비평을 무작정 쫓는 것이나 비평이 내 생각과 다르다고 모욕감을 느끼는 것이나 결국 같다. 비평이라는 것이 갖는 권위에 대해 한없이 비굴해지는 것이다. 그까짓것. 사실 그런 사람도 많거든.
또 나오는데,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그것을 틀렸다고 하는 건 그 모든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다. 타진요 18만명이 모두 바보인가. 그래서 지금까지 바보인 것 인정하기 싫어 타진요 활동 여심인 사람들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나라고 하는 인격과 내가 노는 건 별개다. 나라고 하는 인간과 내가 즐기며 누리는 건 또 별개다. 그것은 나의 일부이지만 그렇다고 나의 전부는 될 수 없다. 하물며 내가 즐기는 "것"들이.
남들 다 바보같다 해도 혼자서는 재미있다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남들 다 뭐하냐 해도 내가 좋으니까. 그것도 멋일 것이다. 그러니까 누가 뭐라 해도,
"어, 그렇구나."
도대체가 내가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안 좋은 소리를 하면 모욕한 거다. 이건 뭐... 바로 이런 게 격이라는 거다. 수준 떨어진다는 소리가 그래서 나오는 거다. 자기가 즐기는 수준이 자기 수준이다. 그러나 대단한 신사에 부자라도 가끔은 그 수준낮은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그런 때는 그 수준낮은 놀이가 수준이 높아지기도 하지. 자기가 끌어올리는 거다.
하여튼 이런 논란만 보고 있으면. 나도 자주 들으니까. 뭔 소리를 못한다.
"지금 나를 욕하는 것이냐?"
내가 언제? 사람들이 워낙 자아가 빈약해서. 그리 주위의 눈치를 보니까. 자기가 즐기는 것임에도. 심지어 작가조차 작품과 많은 경우 분리된다. 그런데 고작 그것을 즐기는게 어떻게 전적으로 자기일 수 있는가.
참 바보같은 논란이라 하겠다. 진중권이기 때문일까? 비평이 필요치 않은 시대라. 들을 주제가 안 되어 있다.
대중이 어리석다는 건 대중에 기대어 더 이상 의심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바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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