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드림하이 - 총체적 난국...

까칠부 2011. 1. 4. 07:17

솔직히 드림하이라고 하길래 나는 새로 시작하는 예능인 줄 알았다. 뭔놈의 아이돌이 이리 많이 출연하는가. 그것도 연기라고는 해 보지 않은 아이돌만으로.

 

더구나 이게 백점만점과 많이 컨셉이 비슷하거든. 백점만점이 먼저일까? 아니면 드림하이가 먼저일까? 아이돌 모아서 예능으로 단련한다. 다만 드림하이에서는 처음부터 아이돌은 아니었지만. 일단 티저만 보고 판단하기에는 그랬다는 것이다.

 

승승장구 나와 박진영 이야기하는 것 듣고, 매리는 외박중 끝나고 다음에 편성되었다는 것 듣고서야 그제서야 이게 드라마였구나. 참 어렵겠다. 아니나 다를까...

 

일단 아이돌 데려다 아이돌 배역에 쓰는 자체가 에러였다. 내가 보기에 그랬다. 시청자가 보기에도 현실의 아이돌과 극중의 아이돌이 명확히 분간이 가지 않는다. 연기하는 입장은 어떨까? 자기와 유사한 캐릭터와 전혀 다른 캐릭터, 어느 쪽이 초보가 연기하기에 그 감정의 선을 잡아내기가 쉬울까.

 

더구나 연기에 대한 어떤 준비도 훈련도 안 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기본적으로 각 캐리겉의 말이나 행동들이 설정만큼이나 상당 과장되어 있으니 그것도 또 현실감이 없다. 현실에 너무 밀착하기에도 현실에 짓눌려 솔직해지기가 쉽지 않은데, 또 과장되어 있기까지 하니 현실감 없이 연기가 붕 떠버린다. 다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것처럼. 그것도 연기라고는 해 보지 못한 초보자들인데.

 

보이는 그대로다. 벌써부터 헤매고 있다. 아직 시작이라 연기에 익숙지 않아서일수도 있지만 덕분에 시청자마저 함께 헤매고 있다. 리얼도 아니고. 판타지도 아니고. 그 경계의 모호함이 아슬아슬함이 되기에는 총체적인 역량의 부족이다. 이것은 차라리 붕괴에 가깝다. 기초조차 없이 무너져내리는 사상누각.

 

거기에 그 시나리오란 어떤가. 장난스런 키스와 매리는 외박중이 범했던 실수. 시청율이 나오지 않았던 이유. 차라리 조금 밝을 때 청소년 시간대에 보여졌다면 조금은 나았을 것이다. 아무래도 심야시간이라면 성인들이 채널의 선택권을 갖기 쉬운데, 그들에게 현실과 유리된 이같은 과장된 이야기는 그저 황당하고 허무맹랑할 뿐이다. 과연 그나마 드림하이에서는 배사장 배용준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도대체가 그렇지 않아도 발성조차 안 되는 연기들이라는 것이다. 노래는 가사고 연기는 대사다. 발성이 되어야 가사도 정확히 전달하고, 노래에 감정을 실어 들려줄 수 있다. 연기도 마찬가지로 발성이 되어야 대사와 미묘한 감정의 톤을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다. 기초도 아 되는데 무리하게 고음 내고 기교 부리고 하면 삑사리가 나지? 기본적인 발성이 안 되는데 감정만 살려봐야 역시 삑사리나 날 뿐이다. 수지나, 옥택연이나, 이제는 박진영이지. 이게 지나치면 드라마가 아니라 코미디가 된다. 연기가 아닌 퍼포먼스가 되어 버린다.

 

하다못해 드라마를 두 개나 끝낸 김현중마저 저 모양이니. 아주 잠깐 나왔지만 그러나 그조차 그 다음은 그보다도 더 심했다. 도저히 몰입이 되지 않는, 오히려 연기자들의 연기가 몰입을 깨는 드라마였으니. 참 드라마 하나 끝까지 보기도 이렇게 힘들구나. 더구나 주요 캐릭터들이 - 박진영마저 드라마에 첫출연이다. 미친다.

 

그렇지 않아도 현실의 아이돌과 가상의 아이돌, 그리고 과장된 가상의 배경이라는 그 균형을 잡기도 어려운데, 극을 끌어가야 할 배우들마저 이래서야. 그래서 더욱 이건 드라마가 아니라 예능이라 생각했던 것이었는데. 설마 이 출연진으로 드라마를 찍을까? 드라마는 아예 생각도 않고 월화시간대에 예능이 들어가는구나.

 

하긴 그랬다면 백점만점과 겹쳤을 테지. 그건 내가 미처 생각을 못했다. 어쨌거나 컨셉부터가 사람을 무척 당황스럽게 만드는 컨셉이었다. 출연진들부터 해서. 그런데 드라마였다.

 

원래는 별로 보려는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워낙에 여기저기 움짤이며 동영상들이 굴러다니는 바람에. 그래서 보고 한 소리 하려 하는데 뭐라도 보고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나 끝까지 보기에도 상당한 인내심을 필요로 했다. 다른 것 다 차치하고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상극이다.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 끝까지 보고 있는 자체로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다.

 

일본에서는 그래도 배용준 때문에 어느 정도는 반응이 있을까?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돌이 연기하려면 신중해야 한다. 아이돌 데려다 연기를 시킬 때는 더 많은 각오와 노력이 필요하다. 만일 이 드라마가 시청율에서 성공한다면 한국 드라마의 역사에도 새로운 획을 그을 수 있겠지. 이렇게 만들어도 된다.

 

아무튼 나로서는 도저히 참아줄 수 없는, 따라서 월요일화요일 드라마시간대에 이제는 분주하지 않겠구나 하는 의미밖에는 없는 드라마였다. 그것도 의미라면 의미겠지만.

 

총체적 난국. 수지는 예쁘고, 옥택연은 멋있고, 아이유도 기대가 되고 하는데, 그러나 어디에서 포인트를 잡아야 할 지 모르겠다. 하긴 연기자 자신들도 그럴 것이다. 어디에라도 붙이고 중심을 잡고 연기를 해도 한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을 텐데. 앞으로의 제작방향에 따라 개선될 여지가 있기는 하달까. 그래도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해결의 가능성이 없지만.

 

재미없다는 말조차 부담스러운 드라마였다. 차라리 예능이었다면. 아니면 시간대라도 달랐다면. 타겟층도. 일본이라는 큰 시장 때문일까? 뭐라 하기에도. 아쉬움은 단지 미련일 뿐일 것이다.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