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진중권 논란과 관련해서 - 사람들은 정보를 판단한다...

까칠부 2011. 1. 4. 19:17

정치에 프로파간다라는 게 있다. 한 마디로 선전선동. 어찌되었든간에 일단 낙인부터 찍고 보는 것이다.

 

"쟤는 빨갱이다!"

 

그리고 그렇게 낙인을 찍어 놓으면 신기하게도 어느새 그 말이나 행동이 빨갱이처럼 보인다.

 

정치가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자기가 필요로 한 것이 있을 때 그렇게 분위기를 조장함으로써 사람들의 판단을 그리로 몰아가는 것.

 

"나는 한 번 불량품을 판 가게에는 다시 들르지 않는 버릇이 있다."

 

여기서 불량품을 판 것은 과거시제다. 가게는 현재시제고, 다시 들르지 않는다는 건 미래시제다. 과거의 불량품을 통해 현재의 과거를 판단하고 미래의 행동을 결정하겠다.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심지어 진중권에 대해서조차,

 

"진중권이라는 사람은 과거 이런 말도 했던 이런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지금 그게 문제이기도 하다.

 

불량품이란 심형래가 만든 영화를 뜻한다. 불량품을 판 가게라는 건 즉 심형래에 대한 폄하이기도 하다. 심형래를 폄하했으니 당연히 심형래가 이번에 만든 영화도 폄하한 것이다. 따라서,

 

"진중권이 이번에는 영화를 보지도 않고 폄하했다."

 

어떻게 저렇게 결론이 나오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러나 바로 그런 게 선입견이라는 거니까. 미리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다. 진중권이라는 개인에 대한 정보와 판단으로써. 진중권은 이런 사람이다. 따라서 이렇게 말하고 행동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처음 이유가 있어 결론이 있을 지 몰라도 결론이 있고 나면 이유는 사라진다. 결론이 이유를 만들어낸다. 역시 프로파간다의 중요성이다. 그렇게 기업들이 미디어를 통해 이미지광고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한 마디로 소비자의 판단을 흐뜨리기 위해서.

 

하여튼 이미 진중권에 대한 판단이 저리 내려졌으니. 그래서 사실 진중권이 심형래 영화를 보지 않는 것이 더 옳기도 하다. 이미 저렇게 선입견이 자리잡았는데 일부러 애써 본다고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할까. 한 번 신뢰를 잃고 그것을 되돌리기란 처음 신뢰를 쌓기보다 몇 배 더 어렵다.

 

인터넷이라는 게 서로 선전하고 서로 선동하다 보니. 누군가 모르게 외치고, 누군가 모르게 부르짖고, 어느샌가 여기저기서 우우 따라다니고. 그리고 결론지어진다.

 

"그건 이거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진중권은 이런 사람이고 따라서 이런 말을 했을 것이고 이런 뜻이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가정형은 단정으로. 이런 뜻이었다.

 

예전부터도 꼭 인터넷 여론이란 그렇게 흘렀지만. 그래서 신상털기 들어가고, 과거 파헤치기 들어가고, 그러면서 한 인간을 단정짓고 매도하고. 역시 권력이 하는 짓이다. 대중은 이미 권력이란 거겠지.

 

사람은 사실을 가지고 판단하지 않는다. 선험적인 정보에 의지해 판단한다. 그것이 선정적이고 매혹적이면 더 좋겠지. 섹시하면 좋을 것이다. 사람들은 야한 것을 좋아하니까. 이것도 한 번 써 볼까? 그것이 곧 CF니 마케팅이니 홍보니 선전이니 하는 게 존재하는 이유일 테고. 연예인들도 그래서 벌어먹는다. 좋은 일이지.

 

참 이런 때 논쟁하기가 어렵다. 아니 내가 논쟁이란 자체를 포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믿음은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이미 선험적 정보에 의해 체험마저 결정해 버렸는데 무슨 논쟁이 필요할까.

 

이런 것을 두고 답답하게 여기는 것은 내가 뭐라도 되어서가 아니겠지. 그저 웃는다. 뭐라 할 수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