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청춘불패의 실패원인과 아이돌버라이어티의 한계...

까칠부 2011. 1. 6. 01:15

지난주 영웅호걸은 정말 대박이었다. 서인영과 유인나, 홍수아, 박가희, 아이유... 각 멤버들의 인지도와 호감도가 올라간 것은 둘째치더라도 어쩐지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버렸다. 이제까지의 캐릭터에 그것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 어떤 이미지들이.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 어떻게?

 

문득 청춘불패에 대해 생각하게 된 이유다. 지난주 역시 무한도전을 보면서. 그리고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 1박 2일은 가끔 보는 정도지만 런닝맨이라든가 백점만점이라든가. 그리고 말한 영웅호걸. 이들이 갖는 공통점. 이들이 갖는 성공적인 캐릭터메이킹의 공유점.

 

리얼리티란 기믹이다. 리얼이 아닌 리얼리티다. 그렇게 보이도록 하는 것. 시청자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장면들이 모두 사실이라 여긴다. 실제이든 대본이든 어찌되었거나 그렇게 여기도록 장치되고 연출된다. 지난주 무한도전에서 박명수 디스특집을 꾸민 것처럼. 보는 사람들은 박명수가 실제 그런 사람이라 여기겠지? 최소한 무한도전을 보는 동안에는 그것이 박명수의 캐릭터를 정의할 것이다.

 

남자의 자격에서도 굳이 한 회를 할애해가며 제작진이 김태원의 집을 찾아갔던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남자의 자격에서 김태원의 캐릭터가 어떻더라? 국민할매라 부른다. 국민시체라고도 불렸다. 그리고 또 한 편으로 한국 락의 전설이다. 락커 김태원은 남자의 자격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즉 리얼버라이어티에서의 캐릭터란 단순히 프로그램 안에서만의 캐릭터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청춘불패에서도 한선화가 다른 예능에 출연해서도 열심히 백두 캐릭터를 활용하던 것이 그 예다. 백두선화는 단순하 청춘불패에서만의 캐릭터가 아닌 한선화를 정의하는 고유명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할매가 그러하듯. 악마 박명수가 그러하듯. 그 경계를 허무는 것이 바로 프로그램 바깥의 모습들.

 

아예 대놓고 경쟁사의 다른 방송을 언급하며 상대를 디스하거나, 까발리기 곤란한 사생활까지 언급하며 그의 실체를 드러내거나, 예전이라면 금기였을 실연의 상처까지 건드리며 그를 부각시킨다. 노홍철이 단지 "이별에 대처한는 방법"을 강의할 것이라 한 것만으로도 학생들은 그리 환호하고 있었다. 김국진이 강의하면서, "여러분이 아는 그것"이라 했을 때도 모두가 알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예 일반인 사이에서도 돌싱 김국진의 새로운 사랑을 걱정하는 사람마저 있을 정도다.

 

결국은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그 밖에서도.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프로그램 밖 사생활에서도. 그래서 열심히 그의 프로그램 밖에서의 모습을 먹잇감삼아 던지고 물어뜯는다. 철저히 계산되어 그의 캐릭터와 어울리는 것들로만 차려져 있어 시청자는 자연스레 그런 모습을 토해서 그의 캐릭터를 더욱 부각하게 된다. 원래 그런 사람이다.

 

영웅호걸 레스토랑편에서 말 한 마디 없던 니콜이나 정가은, 이진 등이 오히려 더 호감을 산 것은 그래서였다. 아니 아예 웃기는 것 없이 지루한 것이 캐릭터가 되어 버린 이진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아예 한 마디 않는 게 예능을 한다는 느낌 없이 진지해 보인다. 아무래도 웃기지 않는 그런 모습들이 더 "사실적"으로 보이며 그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지루하고 분량도 없지만 그것이 이진이다. 말 한 마디 없이 예능이라고는 않지만 열심히 일하는 니콜이다.

 

여기에 지난주는 그렇게 활달하게 웃을 줄만 아는 것 같았던 홍수아의 아픈 이야기가 더해졌다. 유인나에게도 그런 이야기가 있었던가. 박가희의 경우 그리 인상이 강하지 못했던 것은 그녀의 캐릭터가 모호했고 너무 정석적이라 의외성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하면 아이유는 어리지만 성숙한 모습을, 서인영은 평소의 그녀다운 당당함을.

 

"언제까지 남자에게 신경쓰고 살 거야."

 

그것은 그녀의 평소 이미지와 많은 부분 이어진다.

 

그러나 청춘불패는 어땠을까? 과연 프로그램 밖에서의 멤버들의 캐릭터는? 심지어 그 팬들이 프로그램 밖에서는 같은 캐릭터를 반복하지 않으니 이미지소모 없어 좋다고 자찬하는 경우마저 있을 정도였다. 청춘불패의 시작은 멤버들이 유치리에 도착하면서부터, 그리고 유치리를 떠나면 끝난다. 즉 청춘불패 멤버들의 캐릭터란 철저히 청춘불패 안에 갇혀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따로 대본을 쓰는 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 캐릭터 구축이 힘들었을까? 하기는 어쩔 수 없다. 아이돌이니까. 기획사 입장에서 관리하는 부분이 있다. 아무리 방치한다고, 아무리 예능으로 인지도 높이자고 소속사에서도 허용할 수 있는 범위라는 게 있다. 그 관리 이내에서 출연자들은 캐릭터를 만들고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얼마나 뻔하겠는가. 말했지만 그렇다고 프로그램 안에서의 모습만을 위한 대본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철저히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프로그램 안에서 되도 않는 MC를 중심으로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가야 했다.

 

그래서 문득 영웅호걸의 한계에 대해서도 떠올려 봤다. 아이유. 지연. 니콜. 홍수아나 유인나나 사실 이미지관리 할 것도 없는 B급이다. 박가희가 이제 와서 이미지관리 할 것은 없을 것 같고. 이진은 오히려 캐릭터 구축이 급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들 현역아이돌 셋에 대해서는 과연 어디까지 캐릭터가 허용될까? 니콜이 고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르샤가 청춘불패의 그늘에서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춘불패에서의 단순한 개인기로서의 성인돌로는 더 이상 안 된다. 영웅호걸에는 그녀보다 나이많은 멤버만 여럿이다.

 

확실히 아이돌이란 기획사에 의해 관리되는 상품이다 보니. 사생활마저 기획사에 의해 철저히 관리된다. 무대 위에 올랐을 때의 모습을 계산하지 않을 수 없고, 장차 CF며 다른 활동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에 비하면 조연급 연기자나 한 걸음 물러선 입장들이나 상당히 편한 것이다. 영웅호걸이 청춘불패와는 달리 장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겠다 여기는 이유다.

 

참 힘든 것이다. 리얼버라이어티란. 스튜디오 토크 버라이어티는 적당히 관리라는 걸 하면서 할 수 있다. 아니 이 경우도 고정출연자들은 철저히 자기 사생활을 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 캐릭터를 위해서 필요할 테니. 아예 가공된 사생활일지라도 일관되게 연기할 수 있어야 비로소 자기 캐릭터를 가질 수 있다. 런닝맨의 개리가 다른 자리에서 송지효를 만났어도 월요남친의 컨셉을 유지할 수 있어야 런닝맨에서의 캐릭터와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일관성을 가지고 체계를 갖느냐.

 

생각해 보면 제작진 욕할 것도 없었던 것 같다. 일일이 기획사들과 협의해가며 어디까지 사생활을 공개하고, 어디까지 프로그램 외적인 모습을 구축하고, 또 어디까지 그의 이미지를 만들어갈 것인가. 그 아주 좁은 허용범위 안에서 허락된 역량이란 그러면 또 과연 얼마일 것인가. 그래서 차라리 대본을 쓰라 한 것이었지만.

 

책임을 돌리자면 처음부터 아이돌만 데려다가 버라이어티 만들자 한 자체를 들어야겠지. 영웅호걸처럼 - 하긴 영웅호걸 자체가 청춘불패를 벤치마킹한 혐의가 강하다. 아무래도 캐릭터메이킹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멤버들을 주로 구성하고 있으니까. 아이유가 에이스인 이유가 이미 따로 있는 것이다. 원래 멤버 구성 자체가 아이유와 지연, 니콜을 제외하면 상당히 B급들이다. 망가짐이 자유롭다.

 

리얼버라이어티가 필요로 하는 기믹으로서의 캐릭터 메이킹, 그리고 아이돌 소속사의 마케팅을 위한 캐릭터 메이킹, 그 교집합을 이루고 남는 것은 과연 얼마나 될까. 앞으로도 아이돌을 리얼버라이어티에 출연시키면서 고민할 부분일 테지만. 제작진에게 남겨진 숙제다.

 

아무튼 참 재미있었는데. 그러고 보면 청춘불패 초창기도 그런 기믹들이 재미를 더했다. 카라의 숙소라든가, 소녀시대 숙소에서의 멤버들의 자연스런 모습이라든가, 그러나 워낙 그 폭이 좁으니 금새 바닥이 나더라는 거지. 어쩔 수 없는 아이돌 버라이어티의 한계일 것이다. 지금 생각하는 것이지만. 한계는 분명했었다.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