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내용이 가장 좋았던 것은 나는 유인나였다. 진솔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필요로 하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작년초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와 김국진이 했던 말의 다른 버전이다.
누구나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상처란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을 이겼을 때 어떤 결과가 찾아온다. 포기하려 할 때 그 바로 밑에는 성공이라는 보석이 기다리고 있다. 이경규는 인내를 말했고, 김국진은 롤러코스터를 말했고, 유인나는 보석을 이야기했다.
그저 할 일이 주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뜨거운 조명을 들고 기쁘게 주연을 쫓아 뛰어다녔다던가.
"그래 버티는 거야, 이년아!"
때로 욕이 정겨울 수 있다는 게 그런 것일 게다. 나름의 신고식이라는 것이겠지. 고통을 주고 괴로움을 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견뎌낼 수 있는가.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그래서 버텨낼 수 있다면 그때는 인정해준다. 마지막까지 견디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을 때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저리 철없이 밝게만 보이는 유인나에게도 그런 사연들이 있었구나.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밝게 더울 활기차게 웃을 수 있는 것일 테지. 웃음이란 아픔이 있을 때 더욱 빛이 나는 법이다.
홍수아의 강의는 가장 진솔했다. 마치 친구처럼. 진짜 언니나 누나처럼. 강의를 한다기보다는 그냥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자신의 아픈 상처마저. 드러내기 싫은 부끄러운 비밀이야기마저.
"이 아이들은 나와 같은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기는 내가 영웅호걸을 좋아하는 이유다. 물론 어느 정도 대본도 있다. 짜여진 것도 있다. 모르는 바는 아니다. 때로는 아예 대놓고 티내며 하니.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러나는 모습들이 참으로 순수하고 예쁘지 않은가. 예쁘다는 것은 그것이 보기 좋고 마음에 흡족하다는 뜻이다. 아름답다는 것과는 다르다. 어쩐지 동생같고 친구같고 어디선가 본 것만 같고.
아무것도 몰랐고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실수도 저지르고 그로 인해 상처도 많았고. 그러나 그럼에도 꿈을 꾼다. 아주 자신없는 목소리로 주눅들어 말한다.
"나도 대표작을 만날 수 있을까?"
확신은 없다. 자신도 없다. 지금의 그녀의 위치가 그러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홍드로로 더 유명하지만 그러나 연기자로서는 그다지 알려진 바가 없는. 아니 아예 그녀를 연기자로조차 생각지 않는 사람들마저 있다. 영웅호걸을 통해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항상 인기투표를 해도 하위권에 머물고. 인기나 인지도에서 다른 멤버들에 뒤지고. 그러나 주눅들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항상 밝게, 때로 무리수를 두어가면서도 활기차게 분위기를 이끌고. 그렇게 동정표마저 받게 된 상황에서도 그녀는 꿈꾼다. 연기자를.
아직 어릴 때 뭣도 모르고 시작한 연예인 생활, 그러나 비로소 세상을 알고 오롯이 혼자서 걸어갈 수 있을 때 그녀는 진심으로 자신이 꿀 수 있는 꿈을 발견했다. 이제까지 해 온 일이지만 진심으로 바랄 수 있게 되었기에 더욱 특별해진 바람을. 그것은 반드시 되고자 해서가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기에. 어떤 당위다. 연기자로서 스스로를 자각해 버린.
아마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10년이고 20년이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나문희씨나 김영옥씨처럼 언젠가는 인정받는 순간이 올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 짧을수도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연기란 한두해 하고 말 것이 아니다. 많은 선배들이 그 숱한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명배우의 자리는 그보다 더 힘들고 고되다.
문득 신뢰가 가는 이유. 그녀의 눈물이 너무나 아름답더라는 것이다. 그 진솔한 눈물에 그 푼수같은 모습마저도 그리 아름답고 보기 좋았다. 꿈을 이룰 수 있기를. 그녀의 작품을 연기를 나도 역시 기대해 보겠다.
서인영의 강의는 참으로 시의적절하지 않은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아마 여학생들이 가장 관심있어 하는 것이 패션과 화장일 것이다. 특히 화장은... 요즘은 모르겠지만 예전 신입생들 화장 보면 참 가관도 아니었다. 화장도 제대로 배워야 하는데. 2학년 3학년 지나면서 점차 자기를 가꾸는 법을 알아가며 도대체 이 여자가 그때 그 여자가 맞는지.
어떻게 자신을 꾸밀 것인가. 하지만 그 전에 자기 자신의 장점을 찾아 그것으로 매력을 삼을 수 있도록. 남자의 눈을 신경쓰기보다 먼저 자신을 사랑하라. 서인영이 하고픈 말이었을 것이다. 메이크업이란 그녀의 열등감을 가려주고 그녀로 하여금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소중한 도구. 그녀를 아름답게 해주고 당당하게 만들어준다. 그런 그녀의 철학이 구체적으로 시의적절하게 학생들에게 전해지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녀가 여학생들에게 그렇게 지지를 받는 이유일 것이다. 그녀는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고 아름다웠다.
나르샤는 아무래도 얼어버린 듯 하고. 사실 사람들 시선 받으며 강의하는 게 쉽지 않다. 나도 몇 번 강의라는 걸 해 봤는데, 이게 미리 원고를 써가지고 간다고 그대로 읽히는 게 아니다. 1대 다수다. 그 눈동자 하나하나와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유인나나 홍수아나 아이유나 다 대단하다는 것. 그만큼 진솔하게 할 이야기가 많았다는 것일 테지.
아이유는 사실 좀 어색했지만 - 한 살이나 어린 동생이 오빠언니들에게 강의를 한다. 하지만 사회 나오면 나이보다는 결국 얼마나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는가. 어린 나이에 겪은 상처들을 담담히 오버하지 않고 마치 노래하듯 들려주고 있었다. 오히려 "좋은날"보다 더 노래같이 들리는 이야기들이었다. 언제고 그런 감정들을 자기 노래에 담아 들려줄 수 있다면.
박가희는... 평은 가장 좋았다는데 솔직히 나는 그다지 좋은 것 모르겠다. 문득 흘리는 눈물이 찡하기는 하지만 조금 도식적일까? 가르치려는 게 보인다. 하기는 나이가 그렇지. 애프터스쿨에서도 큰언니다. 그에 어울린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문득 느끼는 거리감이. 부자연스러움도. 하지만 지금의 박가희를 자랑스럽게 여기기에 충분한 강의였다 생각한다. 그냥 내가 듣기에 조금 뻔하게 보였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눈높이에서는 또 다르겠지.
내가 영웅호걸의 순위시스템에 대해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강의에 나선 여섯 명도 그렇지만, 강의에 나서지 않은 이진, 정가은, 니콜, 노사연, 신봉선, 모두 하나같이 어려운 시절을 겪은 사람들이다. 지금의 순간들이 고마운 것도 아는 이들이다. 그나마 가장 순탄하게 인기를 얻고 했던 것이 지연 정도일까. 그래도 티아라도 데뷔 초기는 참 미미했으니까. 괜한 김태희 언플로 악플도 많이 달렸고.
순위에서 꼴찌한다고 물론 상처가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그동안 그녀들이 겪어야 했던 일들에 비할까. 나름대로 산전수전 다 겪은 이들이다. 지금도 현실에 만족하고 안주하기엔 약간씩은 모자른 멤버들이다. 충분히 순위시스템으로 인한 굴욕이나 상처를 감당할 수 있는 "여성"들이다. 가장 어린 아이유조차. 물론 그럼에도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낸 제작진의 무개념은 욕해야겠지만. 어쨌거나 덕분에 재미가 늘었으니. 순위시스템으로 인해 매회 투표하고 그 결과를 보는 재미가 있지 않았는가. 이제는 아마 잘나가는 팀과 못나가는 팀이 고정되어 버린 듯 하지만. 아쉬운 부분.
그리고 또 말했듯 내가 영웅호걸을 좋아하는 이유. 아름답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여성들이 있고 아름다운 그녀들의 순수한 모습들이 있다. 굳이 웃기지 못하면 어떤가. 왁자하게 떠들고 재미를 주지 못하면 어떻겠는가. 우는 모습도 저리 예쁜다. 찌푸린 미간조차 저리 예쁘게만 보이는데.
아름다움 그 자체가 바로 예능감이다. 순수가 예능감이다. 영웅호걸에서는 그래도 좋다. 그것은 내가 바라는 바다. 내가 바라는 판타지다.
영웅호걸에는 바로 그런 것이 있다. 제작진 자신이 그것을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항상 그것을 포장해 보여주려 한다. 포장지가 거추장스럽기는 하지만 그것이 또 얼마나 좋은가. 설마 이진 핸드폰이 실제 10시에 알람이 맞춰져 있을 줄이야. 10시가 통금시간이라더니.
니콜은 아파서 그런지 어쩐지 더 예뻐진 것 같고. 정측면에서 보는 이마라인과 입매가 상당히 야무지고 귀엽다. 이제는 자신감이 생긴 것인지 웃는 눈매도 귀엽고. 요즘 미모에 물이 오른 것 같다. 가장 예쁜가는 모르겠는데 가장 매력적이다.
이진의 분량이 적어 좀 아쉽고, 정가은은... 서인영과 홍수아, 유인나, 내가 주목하던 멤버들이 모두 터뜨렸다. 아이유는... 아이돌로서와 아티스트로서의 괴리는 언제쯤 해소되려나. 드림하이도 보지 않으련다.
여자의 눈물은 확실히 대처불가다. 아이의 눈물을 그렇게 싫어하지만 그래서 여자의 눈물도 꺼려지기는 마찬가지다. 남자는 여자의 눈물에 약한 법이다. 그것도 저리 서럽고 순수한 눈물에 대해서는.
마지막으로 홍수아 파이팅을 외치며. 진심으로 기다려 본다. 홍수아의 대표작을. 아니 연기자 홍수아의 새로운 출연작을. 이정진 때문에 도망자도 봤다. 유인나 때문에 시크릿가든도 본다. 꿈꾸는 자는 아름답다.
확실히 제작진과 나는 통하는 데가 있다. 가끔 뭣스런 기획이나 연출도 있지만 무엇을 영웅호걸을 통해 꿈꾸는가. 그 판타지를 캐치할 주줄 안다. 칭찬의 말을 건넨다. 당신이 최고다.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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