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위대한 탄생 - 예능이다!

까칠부 2011. 1. 7. 23:25

슬슬 캐릭터만이 아닌 관계까지 만들어지려 하고 있다.

 

"내가 가능성 보고 합격시키면 옆에서 자꾸 떨어뜨리고..."

"오늘부터는 착한 이미지로 가려고...

 

다음주 예고를 보니 상냥한 방시혁씨가 나올 것 같다.

 

"무서운 선생님을 싫어요?"

"그럼 나랑 하면 되지!"

 

어쩐지 기대가 된다. 이은미라면. 방시혁이라면. 김태원이라면. 그리고 은근히 서로 의식하며 경쟁하는 것도 재미있다. 서로 전혀 다른 평가도.

 

진짜 이건 참가자 노래 들으려는 게 아니라 심사위원 심사평 들으려 보는 프로그램이다. 도전자 노래야 아무러하든 일단 노래가 끝나면 심사위원을 본다. 이은미를 보고, 신승훈을 보고, 방시혁을 보고, 김태원을 보고. 비중이 거의 70% 이상, 그리고 이제는 그런 가운데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관계가 만들어지며 이야기가 그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게 팀웤 좋은 예능도 드물지 아마?

 

기대가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것이다. 더구나 그 기대를 배반하기도 한다면. 이은미는 왜 갑자기 이렇게 상냥해진 것인가. 여전히 까칠하지만 다음주는 또 방시혁이 그런다 하고. 하지만 또 기대를 충족시키는 그런 모습들에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확실히 중국은 조선족풀이 대단하다. 거의 준프로들이다. 그저 집에서, 혹은 어디서 트레이닝 받은 목소리가 아니라 무대에서 갈고닦은 목소리다. 그런 만큼 안 좋은 버릇도 있고 그로 인한 문제도 있지만, 사실 선배가수들도 그렇게 무대에서 자신을 갈고 닦았거든. 무대에 먹히는가? 무대를 잡아먹는가? 일류가 되어 메이저로 올라오는가? 아니면 영영 밤무대를 떠도는가? 밤무대 가수들 노래를 들어보면 그 한계가 여실하다.

 

일단 한국어 되고. 한국 노래 이해하고. 더구나 무대에서 닦은 기본기가 있고. 다만 듣기에는 좋은데 심사위원들이 바라는 그것에 못 미치는 것도 많은 것은 어쩔 수 없겠다. 심사위원들은 프로로서의 성공가능성을 보는 것이지 단지 일반인이 듣기에 좋은 수준의 노래를 바라는 게 아닐 테니까.

 

"멘토로써 만들어갈 수 있는가를 본다."

 

아마 그래서 더 엄격한 것일게다. 내가 과연 저 연마되지 않은 원석에서 빛을 끌어낼 수 있겠는가. 한 춤과 노래를 선보인 17살짜리 도전자에 대해서도 신승훈은 그녀의 가능성을 보았지만 결국 그런 댄스음악을 멘토링할 것은 방시혁 자신이다. 그것은 프로로서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신승훈이 어떤 가능성을 보았든 그 가능성을 개발하는 것은 나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미치지 못한다.

 

어떤 이는 그다지 잘 하는 것 같지 않은데도 그래서 가능성만으로 뽑아주고, 누군가는 훨씬 나은 실력으로 보여도 그 한계가 보이며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고. 냉엄하지만 또한 그게 프로니까.

 

왜 선곡이 중요한가. 얼마나 자기 목소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가. 마찬가지로 어떤 참가자를 선택하여 멘토링할 것인가? 자기가 살릴 수 있는 강점이란 과연 무엇인가? 자기를 아는 것 역시 프로의 중요한 자질이다. 말하자면 참가자 개인만 보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와 자신과의 관계까지 염두에 둔 보다 치열한 고민이며 선택이었달까? 허투루 말하는 것이 없다.

 

아무튼 오는 나름대로 실력이 있어 보이는 수많은 참가자 가운데 유독 눈에 띄었던 것이 이제 열살이던가? 김정인 어린이. 참 천연덕스럽게 잘 부른다. 아마 꼬리를 끄는 것은 아직 나이가 어려서 힘이 딸리는 바람에 억지로 소리를 끌어내느라 붙은 습관인 듯하다. 남자의 자격 합창편에서도 배다해가 그 버릇으로 인해 콕다해, 벽다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음색 좋고, 성량 좋고, 음감 좋고, 더구나 청감 좋고. 가사를 단지 듣는 것만으로 외우다니. 발음까지 정확히. 무엇보다 무대위에서 벌써부터 냉정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 다만 변성기를 어떻게 넘길 것인가. 아마 이은미가 욕심을 부려 멘토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김정인 어린이 말고도 어린이 출연자 나오면 또 심사위원들 표정이 왜 그리 흐뭇해지는 것인지. 중국편에서 꼬마 커플 - 솔로잉을 절대 않는다는 이들 천생연분 커플들에 나도 역시 입이 귓가에 걸리고 말았다. 이쯤 되면 잘 하고 못하고는 둘째 문제다.

 

"저렇게 똘망한 눈으로 보고 있는데 떨어뜨리는 건 너무하다."

"하지만 나는 나쁜 사람이니까."

 

이건 정말 반칙이었다. 떨어뜨리기도 뭣하고, 못한다 하기에도 못하고, 그럼에도 가차없는 방시혁은 확실히 방시혁이라 할 테고. 그러나 그런 가운데 발견되는 그야말로 원석들. 두려울 정도로 그 큰 가능성들 앞에 어쩔 수 없이 흐뭇하게 웃으며 그저 지켜볼 뿐. 과연 이 아이들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가.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은 음악프로그램으로서도 수준이 높고,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이 만들어가는 관계와 캐릭터는 버라이어티로서도 수준이 높고, 가끔은 이런 놀라운 재능들이 있어 반갑고 감탄스럽고. 가히 오디션 프로그램이 줄 수 있는 재미의 극한이랄까. 슈퍼스타케이는 분명 이 정도는 아니었다. 심사위원들이 만들어가는 음악버라이어티. 그리고 서프라이즈하게 나타나는 놀라운 재능들.

 

재미있었다. 다른 말 필요없다. 시간을 잊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다시 또 일주일을. 간만에 일주일을 고문으로 만드는 제대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났다. 금요일 저녁. 그 시간이 즐겁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