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이번 회차는 두고 평가해야겠다.
PD가 욕심을 부렸다. 그것이 당장의 시청율을 위한 욕심이었는가. 아니면 앞으로의 큰 그림을 위한 욕심이었는가. 전자라기에는 솔직히 재미가 떨어져서.
그동안의 백점만점의 강점이라면 교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었다. 물고 물리는 관계 가운데 쏟아지는 깨알같은 이야기들이 웃음을 주고 흥미를 유발했던 것이었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박명수, 박경림, 토니 안, 세 MC가 있었고.
그런데 교실을 벗어나고 나니 이야기가 너무 커져 버렸다. 넓은 유원지를 뛰어노느라 정작 관계고 이야기고 깡그리 사라져버렸달까. 민호와 손은서의 러브라인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지만, 하지만 정작 둘이 러브라인이라는 것 말고 남는 게 뭐가 있는가. 넓은 유원지 사이로 흩어진 멤버들 가운데 그야말로 깨알같이 흩어진 산만함만이 남았을 뿐.
역시 MC들이 뒤로 빠지니 기존의 멤버들로는 이야기를 꾸려가기가 벅차다. 멤버들이 나뉘어 민과 이홍기의 집으로 찾아갔을 때 - 하긴 그나마 은혁은 그동안의 MC나 DJ로서의 경험 때문인지 나름대로 상황을 살리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주를 보였다. 그러나 민 쪽은... 그로부터 이어진 유원지에서의 인질찾기는 일관된 이야기나 흐름 없이 완전히 파편이 되어 파열음만 낼 뿐이었다. 그 어디에 캐릭터가 있고 관계가 있는 것일까. 도대체 그렇게 뛰어다닐 당위는. 인질극이라는 게임을 전제하더라도.
하지만 그럼에도 뚱땅이라는 캐릭터가 생겨났으니까. 교회오빠도 나오게 되었다. 민과 김석훈. 물론 말했듯 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뚱땅이인데 그것이 어떤 캐릭터를 말하는 것인지. 교회오빠란 어떤 성격이나 역할을 말하는 것인지. 교회오빠라 한 것은 좋은데 김석훈은 사실 한 게 전혀 없다. 민 역시 뚱땅이로서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다만 앞으로 이것들을 어떻게 살려 나갈 수 있을까. 그에 맞는 역할을 부여하고, 상황극을 부여하고, 연기를 요구할 수 있겠지. 역시 두고 볼 노릇.
즉 이번 회차 자체에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지 않을까. 백점만점이 그동안 보여온 가능성과 강점을 버린 채 완전히 런닝맨이 되어 버렸으니. 캐릭터도 관계도 모두 버리고 게임에만 몰두하느라 도대체 뭣하는 예능인가 헷갈려 버렸다. 나름 재미있는 부분도 분명 있었다. 아주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가 명확히 잡히는 것이 없다.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따라서 그보다는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MT라는 말 그대로 이번 회차를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보려 한다면. 아니면 연말이라 행사가 많으니 스케줄관리상 몰아서 찍고 2주분량으로 편집해 내보내겠다는 속내던지. 그렇다면 결국 그게 드러날 것이다. 이번 회차에서의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프로그램에 영향을 끼칠까. 만들어진 캐릭터와 엮인 관계가. 의미없이 버리는 회차였는가. 앞으로를 위한 포석인가.
그다지 딱히 재미있었던 멤버는... 아, 은혁이 정말 물건이다. 의외로 수수하니 귀엽다. 격의없이 마치 꾸미지 않은 양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망가지는 게 있다. 모든 게 당연하고 자연스런 느낌? 그때그때 상황에 반응하는 능력은 확실히 예능을, 그것도 MC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과연...
다만 그럼에도 가장 재미가 없었던 것은 이홍기 몰래카메라. 카메라까지 있는데 거기서 처음 보는 두 여자가 서로 자기가 여자친구라 다툰다? 그부터가 작위적이고, 작위적이기 이전에 짓궂은 것을 넘어 악의적이다. 맥락도 없고. 개연성도 없고. 뭐하는가 내내 내가 당황하고 민망해 지켜보고 있었다. 은혁의 아이디어라면 아직 미숙한 것일 테고, 작가의 아이디어라면 이번 회차에 대한 평가를 달리 해야겠다. 그냥 생각이 없었다.
손은서는 정말 생각지도 않게 예쁘고. 아, 진짜 예쁘다. 처음 알았다. 민아던가? 걸스데이. 귀엽다. 딱 하는 게. 김재경과 민이 어려서 친구였구나. 뭐랄까 여전히 캐릭터를 잡지 못한 느낌? 그에 비해 김주리 쪽이 보다 캐릭터가 명확한 듯하다. 쌈디며 이태성도 그러나 역시 받아주고 끌러주는 역할이 없으면 자생력이 약하고. 하긴 내가 사내자식들 신경쓸 게 뭐 있을까. NS윤지와 전효성이 없어 그게 더 섭섭하다.
재미있었을까? 말했지 않은가. 다만 평가는 뒤로. 미진한 게 있다. 일단 다음주부터 보고. 다음주 어떻게 전개되는가 보고 나면 뭔가 그림이 그려질 듯하다. 당장의 시청율인가? 보다 멀리 보는 큰 그림인가.
역시 백점만점은 그답게 학교 안에서가 재미있다. 그걸 새삼 확인했다. 이건 스쿨버라이어티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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