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개그콘서트 - 왕비호, 표절이라는 사기...

까칠부 2011. 1. 3. 07:03

전부터도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히트한 노래들 모두 키만 똑같이 해서 이어놓으면 하나의 노래가 될 것이다. 왕비호가 하고 있는 바로 그것이다.

 

표절같은 게 아니다. 화성학이라는 게 있다. 나도 사실 자세히는 모른다. 내 전공이 음악이 아니다. 아무튼 음과 음을 어떻게 배열하고 조화시키는가 하는 구조와 구성이 대한 이론일 것이다. 아마 피타고라스에서 시작되었다던가. 듣기에 좋고, 아름답고, 편하고, 뭐 기타등등... 감성을 이론화하고 계량화한달까.

 

더구나 사람들의 귀에 들리는 멜로디라는 게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흔히 그것을 뽕끼라 부른다. 일본에도 일본만의 뽕끼가 있다. 얼마전 손담비의  Can't U see인가를 들으며 일본노래스럽다 여겼었는데, 일본인이 선호하는 멜로디나 코드가 우리와는 또 다르다. 미국에는 미국만의 선호하는 멜로디가 있겠지. 영국인이 좋아하는 멜로디와 코드, 비트도 다 다르다. 단, 하나의 특정집단에서는 그 선호가 두드러질 수 있다.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멜로디나 그런 것이 이미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다는 거지.

 

물론 아닌 노래들도 많다. 특히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작곡가의 경우. 혹은 주로 코드로 작곡하는 기타의 경우. 가수들이 기타로 작곡한 곡을 싫어한다는 게 아마 그런 이유일 것이다. 멜로디의 전개가 아무래도 피아노만큼 매끄럽지가 않거든. 록을 들으면서 시끄럽다고 여기기 쉬운 것도 록의 경우도 기타나 베이스 같은 악기들로 작곡하기 때문일 것이다. 코드도 단순하고.

 

하지만 일단 대중이 선호하는 코드나 멜로디라는 것이 특정되어 있다 보니, 그래서 어느 정도 들어본 사람들은 딱 듣는 순간 감을 잡는다.

 

"이거 뜨겠다."

 

음악적인 완성도와는 별개로 얼마나 귀에 쏙쏙 들어와 박히겠는가. 그런 친밀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다. 다만 그럼에도 역시 히트의 여부는 여러 다른 변수들에 의해 갈리겠지. 그래도 얼추 듣고 있으면 이건 뜨겠다. 이건 좀 어렵겠다.

 

아무튼 아침이라 좀 정리가 안 된다. 하지만 내가 지금 음악강의 하자는 게 아니니까. 그런 건 전문음악인들에게 듣기로 하고, 왕비호도 아마 그것을 알고 있기에 장난치고 있던 것이었을 게다. 왕비호 - 아니 윤형빈 자신이 밴드로 음반도 내고 했었으니 그런 정도야 알고 있었을 테고, 그것을 개그로 승화시킨 것이겠지. 하기는 이제는 그다지 신기할 것도 없는 일반적인 상식이다. 억지라는 것 뻔히 알면서 웃으며 보는.

 

결국은 너스레다. 표절운운. 작곡가들 운운. 실제 표절과 관련한 노래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은 하나의 보편적인 이론에 의해 쓰여진 곡은 그렇게 유사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웃자는 소리고. 실제 누구도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고. 단지 이것도 아침에 시간 남으니 웃자고. 재미있으니까.

 

아무튼 왕비호도 이제 끝났네. 왕비호 한참 재미있을 때는 내가 개그콘서트를 안 봤거든. 왕비호 보기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되었다. 그것도 한창 욕 들어먹을 때. 예전 방송분 보니까 확실히 그때가 재미있던데.

 

그래도 마지막을 장식한 것이 이경규와 이윤석이니. 왕비호의 마지막은 이경규가 책임지겠다 약속했다던가. 허각은 조금 생뚱맞았지만. 그러고 보면 그런 노래개그는 할 이야기 막히면 나오는 것 같다. 애매하게 공격하기도 뭣할 때 써먹는 레파토리 정도? 나름 재미있기도 했지만.

 

그나저나 왕비호 다음은 무엇일까. 워낙에 윤형빈 이미지가 그리 웃기는 개그맨 이미지는 아니라서. 그래도 왕비호 하던 게 있으니 조금은 나을까. 흠...

 

어쨌거나 수고했고. 다른 모습으로 보기 바란다. 무엇보다 남자의 자격에서. 이제는 웃겨줄 때도 되었다. 김성민도 없고. 이정진도 윤형빈이 끌고 가야지. 열심히 하기 바란다. 마지막 좀 그렇지만 축하한다. 왕비호는 말 그대로 영원할 것이다. 지금 끝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