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 때문에 결국 프레지던트 본방을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중에 보는데, 이게 다른 드라마들도 새로 시작하는데 무척 재미있단다. 본방이었으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갔을 것을. 문제다. 결국 프레지던트 외에도 다른 두 드라마도 늦게나마 다 챙겨 볼 수 있었는데..
마이 프린세스
김태희는 도대체 뭘 믿고 이렇게 귀여운 거냐? 김태희도 얼추 서른 가깝지 않나? 넘는다는 것도 같고. 그런데 이게 마치 아이마냥 철없이 귀엽기만 하다. 그런 게 또 어울린다. 이제까지 한 번도 김태희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음에도. 사랑스럽다?
다만 아쉽다면 타이밍이 애매하다. 대사를 던지는 타이밍. 표정을 짓는 타이밍. 감정을 싣는 타이밍. 묘하게 엇나간다고나 할까? 연기가 많이 늘었나 싶다 하다가도 문득 나 자신이 보면서 호흡을 놓치는 것을 깨닫는다. 이것도 재주라면 재주일 듯. 이렇게까지 보는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센스란.
설정 자체도 흥미롭다. 대한제국황실의 복원이라. 사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서. 몇 번 부딪히기도 했었다. 사실 과연 그런 게 필요한가. 하려면 이승만이 했어야 했는데 스스로 양녕대군의 후손으로 왕이 되었어야 한다고 믿었던 이승만에 의해 철저히 탄압받았거든. 박정희 역시 대한제국 황실을 그대로 두지 않았고. 철저히 몰락하여 있던가 아니면 해외로 나가던가. 이제 와 대한제국의 모든 것이 대한민국의 국고로 환수되었는데 굳이 대한제국 황실을 복원할 것까지야. 그러면 국고로 편입시킨 대한제국의 재산은 어떻게 하는가. 현실적으로 걸리는 문제가 많다.
다만 그렇더라도 시작부분에서 김태희가 하던 아르바이트처럼 단지 고궁관리 등의 관광자원으로서만 활용하면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하다. 이미 전주이씨 문중에서 대한제국의 후사를 이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제사도 지내고 종통도 세우고.
어쨌거나 공주의 이미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 김태희의 궁상이 - 외모야 당연히 공주지만 그러나 하고 다니는 궁상이나 찌질함이 공주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그리고 오히려 왕자같은 송승헌과의 관계도. 앞으로 전개가 기대된달까? 만화스러운 상상력이 무척 마음에 든다. 더 보고 싶은데..
싸인 -
"부검의는 죽은 이의 마지막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다."
"우리가 들어주지 않으면 죽은 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대로 사라지고 만다."
정말 특이하게도 부검의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나왔다. 법의학적인 관점에서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해나가는 드라마. 가만 예고편을 보아 하니 그럼에도 액션도 나오고 할 것 같은데...
철저히 부패한 검찰과 기회주의적인 법의학자, 그에 부화뇌동하는 과학수사연구소, 그나마 첫인상이 안 좋았던 형사가 제대로 진실을 쫓을 것 같고, 그럼에도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원장과 주인공이 있다. 흔한 구도대로 부패한 권력과 그와 맞서 정의를 지키는 열사의 분위기랄까. 그러나 그게 법의학자라.
박신양의 연기는 솔직히 실망이다. 발음이 너무 안 좋다. 주의해서 듣지 않으면 뭔 소리를 하는가 모르겠다. 감이 떨어졌나 전체적으로 너무 오버스럽고. 연기 자체는 익숙지 않아서인지 상당히 붕 뜬 느낌이다. 하지만 법의학이라는 참신한 소재와 그러면서도 보편적인 기대를 만족시키는 선과 악의 갈등구도. 특히 엄지원이 연기한 검사 정우진의 캐릭터가 전형적이지 않고 복합적인 것이 꽤 흥미를 끈다. 앞으로 여러가지 다양한 극적인 이야기들이 그녀를 통해 펼쳐질 것 가아서.
전광렬의 악역연기도 오히려 자기만의 신념에 충실한 부패한 엘리트의 모습을 제대로 묘사해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나 악당이요가 아니다. 누가 봐도 악당이지만 그에게는 어떤 부끄러움도 후회도 반성도 없다. 오히려 신념에 차서 다른 이를 밟고 치우고 오롯이 나아갈 뿐이다. 오히려 세상에는 이런 악당들이 더 많지. 그리고 사고도 더 많이 치고.
그리고 완전히 만화스런 또라이를 연기한 김아중의 고다경도 흥미를 자아내는 요소다. 단지 미국드라마 <CSI>를 동경하여 검시관이 되었다고 하는 - 오히려 처음 겪는 사건현장에 긴장하기는 커녕 흥미까지 느껴 버리는 그런 이제까지 없던 캐릭터는 앞으로를 계속 기대케 한다. 그러고 보면 셋 다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들이다. 어떻게 묘사해낼지는 모르지만 그것만으로도 보는 보람이 있지 않을까.
나 역시 보면서 김성재를 떠올렸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는데. 그 전개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지금도 잘 정리가 되지 않는다. 뭐가 어떻게 해서 유력한 피의자가 무죄로 풀려났더라? 그때도 그 배후에 상당한 고위층이 있다는 소리가 돌았었는데. 아마 그것도 염두에 두었겠지. 채널권을 가진 주부들이 이제는 바로 그 세대들이다. 듀스는 남자들도 좋아하던 그룹이었다. 다만 너무 심하게는 말았으면.
어쨌거나 정말 이것도 재미있다. 독특한 소재와 소재만큼이나 개성적인 캐릭터, 흥미진진한 사건들, 이제 어지간히 헛짓을 하지 않으면 재미없을래야 재미없을 수 없는 드라마다. 일단 시작부분에서는 신뢰를 획득했고. 이것도 계속 봐야 하는데...
하여튼 월요일 화요일은 볼 게 없어 문제더니 수요일 목요일은 볼 게 너무 많아 문제다. 그래도 예의상 하나를 골라 선택해야겠지. 김태희가 만드는 판타지냐, 김아중이 보여주는 치열한 현실이냐? 그도 아닌 프레지던트의 치열한 판타지냐? 역시 판타지도 치열한 게 좋을까?
하나같이 좋은 재미있는 드라마다. 소재도 독특하고. 약점인 캐릭터도 좋아졌고. 전개도 적절한 속도로 좋다. 굳이 늦게 새벽같이 일어나 보는 보람이 있다. 어느것 하나를 선택하기가... 배부른 고민이다. 보지 않던 드라마를 이제 무엇을 볼까 고민까지 한다. 또 하나의 보는 즐거움이다. 좋다. 배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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