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싸인 - 소름끼치는 리얼리티...

까칠부 2011. 1. 7. 01:49

정우진 검사의 모습 - 아니구나 이조차도 상당히 미화되어 있겠구나. 아마 모두들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을까? 아예 대놓고 수사해볼테면 수사해보라는 검찰 상사의 태도야 말로 우리나라 검찰의 현실이구나. 사실 경찰도 신용받지 못하고 있지만 검찰도 마찬가지지. 검찰이 기세등등한 건 힘없는 서민 뿐.

 

그래서 정우진이라는 캐릭터에 호기심이 동한다. 과연 그녀는 판타지를 보여줄 것인가? 리얼을 보여줄 것인가? 개인적으로 정우진이 끝까지 권력의 편에서 그 경찰과 윤지훈을 파멸시키는 모습을 보고 싶지만. 그것이 훨씬 더 리얼할 테니. 현실은 윤지훈 같은 사람이 도태되어 사라지는 것이다.

 

하여튼 내내 짜증났던 것이 윤지훈의 버럭. 시도때도 없이 소리지른다. 이 인간 정신에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선입견이라는 것이 작용했을 때 윤지훈 하는 것 보면 도저히 이 인간 부검결과를 신뢰할 수 없을 것 같다. 감정이 앞서 사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건 아닌가. 뭔 일 나면 인터넷 게시판에다 잔뜩 정의감에 도취된 악플을 남겨대는 게 아마 이런 타입 아닐가. 뭔가 알지 못하는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명한과 나란히 있을 때 드런 점은 더 잘 드러난다. 그래서 이명한이야 말로 악당이라는 것일 테지. 침착하게 미친 나쁜 놈. 전형적인 확신형 엘리트 범죄자다. 거의 사이코 패스인데.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성공한다. 왜 세상이 미쳐돌아가는가. 미친 놈이 이기는 세상이니까.

 

"진실이 뭔지 아나? 이기는 게 진실이야!"

 

사실과 진실의 차이겠지. 사실은 팩트. 진실은 그에 대한 해석이다. 파란 실오라기라는 증거가 있다. 그리고 혈액 가운데 청산가리가 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승자가 결국 그것을 가져간다. 설사 그것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사실은 팩트지만 진실은 권력게임인 게지.

 

의외의 반전. 설마 그 테이프를 가져간 것이 감식반 그 베테랑이었을 줄이야. 그 선량함 이면에 숨은 그런 음습함. 그것은 아마 그가 살아오며 키워온 것이겠지. 타고난 선량함조차 그렇게 그늘에서 자란 음습함에 결국은 먹히고 만다. 개가 묵으면 여우가 될 밖에.

 

아무튼 내내 윤지훈 소리지르는 것만 들어서. 머리가 다 지끈거리려 한다. 현실에서 정의란 이렇게 사람 짜증나고 피곤하게 한다. 그에 비하면 정우진이나 이명한이나 얼마나 깔끔한가? 그래도 주인공인데 이렇게까지 사람 짜증나게 하는 경우는 오랜만. 본방 우선순위에서 밀린 이유다. 드라마 보며 피곤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튼 굉장히 찌질거리고 꾸물거리는 느낌이 여름 안개비마냥 찐득거리지만 그래도 국과수라는 신선한 배경과 내용전개가 좋다. 호흡도 나름대로 상당히 빠른 것 같고. 또 사건이 사건인 터라. 기대하고 볼만은 하달까. 정말 박신양만 아니었으면. 그게 가장 문제다. 문제. 그래도 일단 재미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