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거쳐온 과정이다.
어느 순간부터 좋다는 사람이 나온다. 잘 쓴다는 사람이 나오고. 동의하는 사람이 생기고. 감탄하는 사람이 생기고. 추종자 비슷하게도 되고.
"아, 내가 대단한 사람이구나..."
권력의 특징이 - 왕건에서도 궁예 있잖은가? 높은 자리에 있으면 대개 그런다.
"내가 다 알아..."
권력을 과시하고 싶어한다. 나의 특별함을 내보이고 싶어한다. 알량한 권력으로도 그것을 자랑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때로 무리수를 둔다. 그러면서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보이기 시작한다. 들리지 않는 것도 들리고. 모르는 것도 알게 되고.
"내가 누구인 줄 알아?"
어느 순간 깨달은 것이다. 내가 지금 뭘 쓰고 있는가?
사실 가장 어려운 게 보이는대로 들리는 대로 느끼는대로 쓰는 것이다. 생각나는대로. 아는대로.
본다는 자체가 어렵다. 잘 보이지 않아서도 그렇지만 자꾸 눈에 헛것이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배고프면 먹을 것만 보이고, 군대에서 썩고 나오면 모든 여자가 아름다워 보이고, 권력을 손에 넣으면 모든 것이 하찮아 보이고 또 권력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인다.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같은 말인데 왜 듣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까? 같은 사람인데도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자기로부터 유리되어 엄밀한 자기를 유지하며 바로 듣는 것. 하기는 그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란 원래 그다지 많지 않다. 단지 노력할 뿐이다.
이건 내가 본 게 아닌데. 지금 내 앞에 있는 게 이런 게 아닌데. 내가 이런 걸 알던가? 하지만 마치 관성처럼 그렇게 쓰게 된다. 일단 기대치라는 게 있거든. 나 자신에 대한 기대치도.
바로 전지적 글쓰기라는 게 시작된다.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이게 되고, 들려야 할 것도 들리지 않게 되고,
"태초에 말씀이 있었느니라..."
가끔 어떤 글들에서 느끼는 것들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확대해석할 수 있을까? 어디에도 그와 관련한 "사실"이 보이지 않는데 작은 단서를 가지고 추측과 추리로써 "진실"을 만들어낸다.
"나는 다 안다."
그래서 "진실"이다.
하기는 그래봐야 개인적인 글쓰기지만. 문제는 기자 가운데도 그러고 있다는 것이겠지. 언론사 논설위원 가운데서도. 그래도 지식인이라 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그리고는 그런게 잘 쓰는 글이라.
가장 잘 쓰는 글은 간명하게 사실만을 전할 수 있는 글이다. 그것이 자신의 추측이고 생각에 불과하다면 그대로 쓰는 글이 잘 쓰는 글이다. 아,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의견은 공유할 수 있겠지.
사람은 자기가 똑똑하다 느끼는 순간 바보가 된다. 원래 똑똑한 사람 속여먹기가 더 쉬운 법이다. 가끔은 나도 그런 짓거리 하지 않나 스스로 고민도 하는데. 그러나 말했던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고 산다. 얼마나 그것을 스스로 감시하고 반성하느냐? 노력하느냐?
단지 글쓰기에 불과함을 알면 된다. 그냥 노는 것이라고. 별다른 의미 없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된다.
문득 드는 생각이다. 나도 잠시 반성해봐야겠다. 아는 건 아는대로. 모르는 건 모르는대로. 기본일 것이다.
'문화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한국인들의 한류에 대한 모순된 인식... (0) | 2011.01.14 |
---|---|
이번 일본의 혐한류 - 한국 걸그룹 비방 만화에 대해... (0) | 2011.01.14 |
김성민 탄원서 - 연예인차별일까...? (0) | 2011.01.08 |
김성민 탄원서... (0) | 2011.01.07 |
아저씨 - "악"에 대해서... (0) | 2011.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