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배낭여행을 기대하는 이유...

까칠부 2011. 1. 11. 21:12

참 재미있다. 여행계획 짜는 것도 이렇게 재미있나?

 

이경규는 누가 축구통 아니랄까봐 유럽 축구리그를 돌자고 한다. 유럽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을 만나보자. 이것도 물론 재미있겠다. 단, 내 취향은 아니다. 그다지 유럽축구는 관심 없다. 어쩐지 월드컵편의 재현이 될 것 같아 그다지 기대는 되지 않는다. 이경규니 기본은 뽑아주겠지만.

 

윤형빈은 영화에 나온 장소들을 보자고 한다. 그런데 이건 어째 김태원이 더 어울려 보인다. 영화 "애수"의 배경이 되는 템즈강이라든가, "로마의 휴일"에 나온 장소들. 혹은 "길"이라든가. 어쩐지 김태원에게서 80년대 이전의 올드영화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것 같다. 지난주 상상오락관에서도 리타 헤이워드와 비비안 리를 말했었는데. 어머니는 오드리 햅번, 형들은 그레고리 펙, 록 허드슨.

 

이정진은 비덩답게 유럽 젊은이들의 일상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맥주도 마셔보고, 이탈리아에서는 패션도 둘러보고, 그런 것도 또 배낭여행을 하는 재미겠지.

 

이윤석은 역시나 락마니아 답게 미국의 락 발상지 순회를... 하지만 그런 식이면 유럽도 있지 않나? 아마 영국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못할 듯. 김태원과 함께 음악 이야기를 하며 돌아다니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박사 아니랄까봐 유럽의 유명한 철학자의 발자취도 더듬고 싶다고.

 

김국진은 국진사 주지스님답게 인도란다. 티벳.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보고 싶어하는 것은 자폐적인 성향의 김국진과 어울리는 것 같다. 그가 보고 싶은 것은 어쩌면 실제의 공간으로서의 미지의 세계가 아닌 자기 자신의 내면이겠지. 문득 티벳 가서 출가해 버리는 김국진이 떠올라 버린다.

 

김태원은 참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록밴드의 공연도 보고 싶고, f1도 보고 싶고, 하지만 정작 기대하는 건 말했듯 영화 이야기. 나도 80년대 이전의 올드 영화들을 무척 좋아하는 터라. 유럽 가게 되면 정말 많은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겠다. 흑백영상이 어울리는 그런 이야기들. 더불어 기대하는 것이라면,

 

"돈 떨어지면 길거리 공연으로 돈도 벌고..."

 

아마 그런 로망이 있지 않을까? 악기 하나 들고 무작정 여행을 떠나 어디선가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하며 경비를 벌고... 윤형빈은 멜로디언을, 이윤석은 아무 박스나 붙잡고, 이정진도 베이스 들고 가서 길거리에서 "사랑해서 사랑해서"를 연주해봐도 좋을 것 같다. 아니면 김태원 혼자 솔로로 영화음악을...

 

뭔가 주제가 있는 여행이 될 것 같다. 아니더라도 각자의 개성이 주제를 만들어가는 여행이 될 것이다. 그냥 무작정 떠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간절한 바람을 가지고 그것을 찾아가는 그런 의미있는 여행이. 더구나 따로 떨어져서 어디선가 모이는 여행이라면 그 과정에서 얼마나 다양한 그림들이 만들어질까.

 

아무튼 벌써부터 설렌다. 원래 여행이라는 것이 그렇지. 여행을 떠나서도 맛이지만 그것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과정도 여행만큼이나 설레고 즐겁다.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가서 무얼 할까? 떠나서가 아니라 떠나려 해서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 다시 보니 또 재미있네.

 

그나저나 몰래 카메라는... 흐흐흐흐... 올해 기대하는 게 많다. 한 해가 무척 즐거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