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이것도 재미있네?

까칠부 2011. 1. 16. 18:41

그러고 보니 김태원이 다른 프로에 나가서 남자의 자격 출연에 대해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집사람이나 어머니는 쾌재를 부르죠. 남자의 자격에 나가서 건강해졌다고..."

 

아무래도 남자의 자격 미션이라기보다는 어르신들에 대한 건강관리차원인 것 같은데, 작년에는 종합검진. 올해는 암검사.

 

사실 그다지 기대가 없었다. 암검진 그게 뭔 분량이 나오겠나? 괜히 다큐멘터리나 되지 않을까? 실제 그렇기도 했다. 금연운동가 그 양반 나와 할 때도 김태원과 이경규의 리액션이 아니었으면 조금 짜증이 나기도 하겠지. 목소리 크고 반말에 그다지 기분 좋을 만한 타입은 아니라서.

 

하지만 그런 게 또 남자의 자격의 힘이라는 것이거든. 예능은 액션보다는 리액션이다. 특히 이런 일반인 상대로 할 때는 얼마나 리액션을 잘해주는가가 중요하다. 어제 무한도전에도 그래서 김동환씨가 일일멤버로 들어갔을 때 제대로 받아들이고 살려냈던 것 아닌가. 좋은 예능은 리액션부터 좋다.

 

이경규는 확실히 가끔 티를 내며 리액션을 한다. 그에 비하면 김태원은 아예 리액션을 않으면 않았지 할 때는 딱 그만하게 한다. 이경규는 예능인이거든. 다른 멤버들 리액션 않을 때도 이경규는 일부러라도 리액션을 해 준다. 메인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다. 가운데서 일일이 모든 사건과 캐릭터, 관계에 반응하지 프로그램이 흐트러지지 않고 중심을 잡는 것이거든.

 

더구나 딱 멤버가 그 멤버라. 특히 김태원 검사결과 나올 때는 내가 다 조마조마했었다. 이윤석까지는 그래도 괜찮은데 이경규에 김태원에 김국진... 다른 예능프로 어디를 나와도 "옹" 소리를 들을만한 나이대들이다 보니 건강에 관련해서는 혹시나 싶은 게 있다. 골초들이고. 바로 이런 게 쪼는 맛이라는 것이겠지. 설마 싶으면서도 혹시나... 아니나 다를까 젊은 멤버들과는 다른 건강상태가 "헉"소리가 나오게 했다. 설마 김국진이 김태원보다 더 상태가 안 좋을 줄이야... 웃음도 예능이지만 이런 긴장도 예능이겠지. 긴장과 이어지는 이완이야 말로 사람을 짜릿하게 만드는 것일 테니까.

 

아무튼 참 중요한 소재이고 주제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암은 젊어서 더 무섭다. 걸리기는 나이 먹어서 걸리는데 그 대신 젊어서 신진대사도 활발하고 하니까 암도 순식간에 자라 한 방에 훅 보내버린다. 하지만 워낙에 걸리는 빈도가 적으니까. 대신 나이를 먹으면 몸의 저항력이 약해지면서 암에 걸리는 빈도가 높아지지. 그만큼 암에 대한 위험도가 커진다는 것이다.

 

방송에서도 나왔지만 암의 증가는 평균수명의 증가와도 관계가 있다. 원래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40살을 넘기기 힘들었다. 즉 그 이상을 넘어가면 자연에서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정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암도 그 하나다. 젊어서라면 충분히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것들도 나이를 먹어서 몸이 정상을 벗어나니 병이 되어 목숨을 위협하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기는 너무 나이를 먹게 되면 암에 걸려도 암세포 자체가 활력을 잃어 걸렸는지 아닌지 모른 채로 전이조차 되지 않은 채 수명을 마치는 경우도 있다던가? 

 

지금 괜찮다고 앞으로도 괜찮으리라는 보장 자체가 없다. 암세포라는 게 자라는 게 사람마다 각자 다 다르다. 한 순간에 암세포가 자라 짧은 기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다. 더 조심하고 관리해야 할 나이가 되었다는 뜻이다.

 

하긴 그러고 보면 내가 재미있게 본 것이 - 하지만 나는 담배를 피지 않늘 걸? 그렇더라도 역시 건강에 대해 많이 신경쓰게 되었다는 것일 게다. 젊은 층이라면 어쩌면 상당히 재미없었을 수도 있겠다. 크게 웃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 신기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결핵이라 약 꾸준히 먹으면 완치될 수 있다는데 그것을 견디기 힘들어 진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하는 게 젊었을 적이니까. 아직 병이 두려울 나이가 아니다. 어쩌면 그로 인해 시청율지 좀 빠졌을까?

 

예능의 재미를 원한다면 그다지 재미는 없었을수도 있겠다. 하지만 문득 한 번 쯤은 건강에 대한 소중함과 그를 위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면 적당히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했을수도 있겠다. 어느 쪽인가는 각자가 목표하는 바, 바라는 바, 놓인 환경에 따라 달랐을 듯. 다만 폐기종이 확인된 출연자들의 폐의 모습은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데는 한 몫 했을 듯. 담배 끊자.

 

어쨌거나 이렇게 해도 재미있다는 것은 이미 남자의 자격이 안정기를 한참 넘어섰다는 뜻일 게다. 하긴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리고 역시 나 또한 남자의 자격에 길들여져 이런 것을 보면서도 무조건반사로 재미있다 여기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그냥 하는 말, 행동 하나가 귀엽고 재미있다.

 

그런데 아마 다음주는 일일상담인이 되어주는 것 같은데, 어째 갈수록 예능이라기보다는 공익프로그램의 느낌이다. 일반인 학생보다는 딸이나 주위 사람들이 어떨까? 혹은 어린 연예인이더라도. 연예계에서도 어린 나이의 고민있는 청춘이 있을 수 있을 텐데 그쪽이 더 개연성있지 않을까? 이건 아예 대놓고 짜맞춘다는 게 있어서. 더구나 그다지 시청자의 일상과도 통하지 않는다. 보통 상담을 해주면 주위에서 상담을 해주지 전혀 모르는 남을 상담해주나?

 

그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어째 방향을 잃고 엉뚱한 곳을 가려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 그래도 뭐 지금까지 잘 해 왔으니까. 합창단 시즌2만 하지 않는다면. 그것만 아니라면.

 

기대 반, 우려 반, 재미있을 것은 알지만 앞으로의 남자의 자격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고민한다. 오늘은 좋았는데, 다음주도 좋을 텐데, 그러나 혹시 그것이 남자의 자격에도 안 좋은 방향의 어떤 증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남자의 자격만의 색깔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전혀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 소재로도 여기까지 뽑아낸 것은 남자의 자격만의 힘일 것이며, 그렇게 여기고 마는 것은 내가 그만큼 남자의 자격에 동의하고 있다는 뜻. 그러나 어쨌거나 재미있다. 의미도 있었다. 

 

다만 일요일 저녁 예능임을 잊지 말기를. 그것을 생각케 한 회차였다. 다음회예고까지 포함해서.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