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폐지가 가까워 오는 것인가...?

까칠부 2011. 1. 13. 18:43

PD의 생각인가? 아니면 예능국장이나 어느 윗선의 의지인가? 그러고 보면 PD 자신도 합창단 시즌2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하고 있지 않았었다. 하지만 또 예능국장 자신이 합창단 시즌2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PD의 욕심인가? 아니면 그 윗선에서의 미련인가?

 

합창편은 그야말로 뜬금포였다. 과연 그만한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 예상한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되었을까? 제작진도, KBS예능국도, 출연자들도, 심지어 시청자들까지 그렇게 커지리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의외였고, 바로 그런 의외성이 그 시너지를 높였던 것이었다. 이제 뻔히 예상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또 같은 오디션에 같은 연습과정에 같은 성장과 발전, 그리고 뻔히 보이는 합창단원들의 관계들. 당시에는 이렇게까지 커지리라는 계산이 없었다. 그래서 손안나 같은 경우 중간에 성대결절이라 빠지고 자기 음반을 내기고 있기도 했었다. 그런 만큼 출연자 자신도 욕심 없이 순수하게 합창이라는 그 자체에 매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성공을 보았지? 스타가 되는 것을 보았다. 과연 그런 게 가능할까?

 

다시 배다해와 선우 같이 누가 솔로를 할 것인가로 대결을 할 때 그렇게 우호적으로 끝날 수 있을까? 서두원이나 조용훈, 최성원처럼 튀는 멤버가 있는가 하면 묻히는 멤버가 더 많았다. 묻히지 않으려 자기를 드러내려 하면 확실히 프로그램은 재미있어지겠지. 대신 감동은 없어지겠고. 아니 그렇게 튀려고 나대는 것이 과연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기는 그런 거야 알아서 컨트롤하면 된다. 참 재미있겠다.

 

아마 무한도전 "프로레슬링"편이나 "봅슬레이"편 등 감동과 재미로 크게 이슈가 되었던 편들 다시 하려 한다면 그 팬들조차 반대할 것이다. 재미도 한 번이고 감동도 한 번이지 두 번을 통할까? 박수칠 때 떠나는 게 아니다. 떠날 때를 아니까 박수를 치는 것이다. 시청율도 나오고 화제도 되었다니 리바이벌.

 

이창훈이 말하자.

 

"나는 리바이벌은 안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신원호PD의 뜻이라면 아마 실망이 클 것 같다. 그동안 보여져 온 것들이 있었기에 신뢰가 컸었는데. 존경심마저 품고 있었다. 정말 믿을 수 있는 - 나와 코드가 맞는 훌륭한 좋은 PD다. 그런데 한 번 시청율 좋게 나왔다고 이제 와서 또 다시 한 번? 만일 신원호PD가 아닌 그 위쪽의 의지라면 이건 현장의 제작진을 무시한 관리선에서의 개입이니 더 문제일 테고. 실패하면 그것도 문제지만 성공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윗선에서 대놓고 프로그램에 개입하려 들 텐데?

 

항상 그렇다. 어차피 관리자 쯤 되면 프로그램이란 시청율이고 광고수입이다. 반면 제작진 입장에서는 작품이고 시청자와의 소통이고 출연자와의 호흡이다. 시청자들과의 약속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그 프로그램만의 고유한 색깔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기대하고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본다. 그런데 단지 시청율과 광고수입만을 노리고 외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과연 남자의 자격만의 색을 잃고서도 그것은 여전히 남자의 자격일 것인가?

 

일반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경영진의 판단만을 강요한 결과 망한 예가 적지 않다. 현장의 감각과 저 위쪽의 감각은 다르다. 더구나 TV란 시청자의 감성과 직접 마주하는 일이다. 그 감성을 배반하고 프로그램이 유지되는 예가 없다. 관리자의 입김에 휘둘리며 방향을 잃고 헤매다 보면 결국 그동안 지지해 오던 시청자들과도 멀어지겠지. 시청자들과 멀어지고 난 프로그램이란 과연 어떻게 될까?

 

내년 이맘때는 어쩔 수 없이 런닝맨을 봐야 하는가? 하기는 런닝맨도 좋은 예능프로그램이기는 하다. 가끔 보는데 약간 산만한 감이 없잖아 있기는 하지만 내내 웃을 수 있는 훌륭한 예능프로그램이다. 등떠미는 것일까? 그래도 동종업계이니. 단지 남자의 자격이란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것 뿐인데. 하지만 남자의 자격이 남자의 자격이 아니고서는 존재할 이유가 없겠지.

 

하여튼 듣다듣다 가장 어이가 없는 뉴스였다. 그것도 PD 아닌 예능국장의 입으로. 다시 한 번 예능국장의 판단인가? 신원호PD의 판단인가?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그 동안은 아예 TV 안 보려고. 이건 또한 나의 고집이다. 내가 바라는 남자의 자격은 이런 게 아니다. 실망이 크다. 이런 건 남자의 자격이 아니다. 아니다.

 

 

덧, 신원호PD가 예능국장에게 평소 뭐 밉보인 게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경규가 MBC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 한 것으로 삐진 것인가? 기사를 보아하니 제작진과는 상관없는 확정발표인데. 불안하네. 진짜 내년 남자의 자격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예능국에 휘둘리는 예능이라. 할 말이 없다. KBS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