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승승장구 - 명불허전...

까칠부 2011. 1. 12. 00:56

사실 나도 승승장구를 가끔 보면서 느낀 것이다. 뭐한다고 저기 네 사람이나 세워놓은 것일까?

 

원래 집단MC가 나오게 된 이유는 자기들끼리 물어뜯으라고 그러는 것이다. 라디오스타가 바로 그 첨단에 있다. 게스트도 물어뜯지만 자기들끼리도 물어뜯는다.

 

그러고 보면 "안녕하세요"와 "승승장구"는 딱 절반씩 나눴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안녕하세요"는 주구장창 자기들끼리만 떠들고, "승승장구"는 한 사람이 해도 될 것을 그냥 넷이 나눠 하고 있을 뿐이고. 정재용이 있으나 없으나... 더구나 김성수는 김승우와 캐릭터가 겹치고. 그나마 게스트와 치고받는 것에서 이기광의 서툴지만 철없다 할 정도로 직설적인 것만 있었다.

 

확실히 이경규다. 한 번에 김성수의 문제를 꿰뚫는다. 이기광의 강점에 대해서도. 이기광은 계산을 하지 않는다. 계산을 한다면 진짜 천재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버리는 것도 있지만 의외의 곳에서 터지는 것도 있다. 김구라도 그것을 높이 보았던 것이다. 김성수는 천하무적야구단에서도 그렇지만 너무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많다는게 힘이 들어갔다는 거다. 힘을 빼면 생각도 빠진다. 리액션을 그렇게 생각해가며 하는 것이던가.

 

메인MC인 김승우가 무게를 잡고 있으려면 주위에서 열심히 나와 치고받고 해야 하는 것이다. 또 MC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있어야 굳이 게스트를 타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기대하고 보는 것이 있다. 김승우가 유재석이나 강호동급은 아니지 않은가. 메인이 약하면 팀 안에서 만들어지는 무언가가 있어야 사람들이 기대하고 그것을 보지.

 

그동안 승승장구의 시청율을 보더라도 누가 게스트로 나오느냐에 따라 부침이 거의 롤러코스터였다. 이제 강심장을 따라잡았는가 하다가 다음주 보면 처참하고. 뭔 말이냐면 게스트 말고는 볼 게 없다는 소리다. 게스트 아니고서는 안 된다는 뜻이고. MC의 역량이 얼마나 불신받고 있는가. 그보다는 MC들만으로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겠지. 이경규의 말처럼 김성수나 정재용의 문제가 아니라 승승장구 자체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경규가 또 중요한 말을 했다.

 

"진짜 수발을 들어야 하는 것은 같은 동료다."

"같이 앉아 있다고 동급으로 보이는가?"

 

역시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메인은 어디까지나 김승우다. 그러면 나머지는 김승우의 스타일에 맞춰야 한다. 김승우의 스타일에 맞춘다는 것이 김승우의 스타일을 쫓는다는 것이 아니다. 김승우가 무게를 잡는 만큼 주위에서는 까불어주어야 한다. 그게 수발을 드는 것이다. 김승우가 돋보일 수 있도록, 김승우를 옆에서 뒤에서 받쳐주며 망가져주는 것. 예능에서 달리 수발을 들 수 있는 게 있는가?

 

김성수가 망가지고 정재용이 망가져야 김승우가 수습을 한다. 이기광과 김성수, 정재용이 망가지며 게스트와 진흙탕싸움을 벌여야 김승우가 중심을 잡고 게스트와의 관계를 주도하여 끌고 갈 수 있다. 김승우가 혼자서 곧잘 게스트와 치고받는 스타일이라면 굳이 보조MC까지 나서서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그러나 김승우는 자기가 나서서 싸우는 파이터 스타일이 아니다. 또 그래서도 안 된다. 김승우의 가치는 지금의 점잖지만 때로는 엉뚱한 정도면 좋다. 망가지고 파이팅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조MC여야 한다. 그것에 MC가 네 명이나 되는 이유다. 그런데 그렇게 메인과 마찬가지로 점잖을 빼고 있으니.

 

"키는 동료가 가지고 있다."

 

프로그램이 재미있는데 국장이 자르겠느낙? 팀웤이 좋아 반응도 좋은데 CP가 자르겠는가? 때때로 해주는 것이 있는데 PD가 자르자 하겠는가? 그것은 결국 팀 안에서의 조화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기광이 잘 하고, 김승우는 MC고, 그러면 나머지가 그에 맞춰가는 거다. 자존심따위 필요 없다. 자존심 챙기려면 프로그램 그만두어야겠지. 기분은 나쁘겠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설마 이렇게까지 대놓고 이야기하리라고는. 김성수의 표정에 기분상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어쩌겟는가. 프로그램은 김승우의 승승장구인데. 메인은 김승우이고 보조MC가운데 에이스는 이기광이다. 김성수가 먼저 치고 나갔다면 이기광이 맞춰가겠지만, 지금 이기광을 죽이고 김성수를 따라가게 할까? 그리고 이대로라면 어쩔 수 없이 개편을 타는 것이다.

 

사실 그다지 자주 보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게스트 보고 게스트빨로만 가끔씩 보고 하는데, 그러나 가끔은 보고 느낀 바를 이야기해주고 싶기도 한 것이라. 그런데 오늘 이경규가 나와서 자리를 마련해주니. 이경규의 원래 뜻이 무엇인가는 솔직히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워낙에 느낀 것이 그래서 이렇게 보았다.

 

참 새겨들을 말들이 많았다. 특히,

 

"리얼버라이어티의 끝은 다큐멘터리다."

 

하기는 리얼리티는 궁극적으로 리얼을 지향해 갈 테니까. 내 생각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결국 리얼리티가 리얼을 지향해 나가리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럴만한 여건이 되었다는 것도.

 

사람들이 너무 영악하다. 인터넷이 너무 사람들을 똑똑하게 만들었다. 어설픈 속임수보다는 진정성으로. 괜한 장난보다는 진심을 가지고서.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제작하는 입장에서의 손질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성공을 확신했다. 윤형빈 말고는 모두 사연이 있는 사람들 아닌가."

 

이경규가 항상 강조하는 페이소스겠지. 역경이 있었기에 웃음은 더 해맑을 수 있다. 눈물을 머금은 웃음이 여름 햇살처럼 쨍하니 선명할 수 있다. 실제로도. 그들에 사람들이 어느새 이입하는 이유도 그들이 겪은 아픔들에 어느새 동화되기 때문 아니겠는가.

 

"김성민은 잘 잡혀들어갔다!"

 

왜? 잡혀가지 않았다면 계속 하게 되었을 테니까. 그러면 더 돌아오기 어려웠을 테니까. 대신 죗값을 치르고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오랫동안 함께 했던 동료로써, 형으로써, 진심을 담아 하는 말이다.

 

내내 웃었고. 나도 기억한다. 최수종이 아마 일요일일요일밤에 MC를 보던 때였지? 막춤도 추고. 그때 이경규가 신랑감선호도 1위했던가 했을 것이다. 그게 그 "복수혈전"으로 한 방에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어찌 이런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원래 좋은 남자는 여자가 먼저 안다.

 

일밤을 떠난 이야기들, 그동안의 위기설에 대한 감정들,

 

"인기가 떨어진 거에요. 그런데 위기설이라 하면 그만두라는 얘기잖아요?"

"그 글을 쓴 사람을 보고 싶었어요!"

 

진짜 간당간당했더라는 당시의 심경들에 대해서. 진지함과 그리고 웃음과, 그의 말처럼 페이소스가 진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자연인 이경규와 예능인 이경규, 그러나 그 모두가 이경규라는 한 인간이라. 그가 바로 이경규인 것이다. 어떤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그 어떤 호칭보다도 개그맨이라 불리기 바라는 그.

 

재미있었다. 정말 승승장구답지 않게 재미있는 한 회였다. 다음은 이윤석과 김태원까지. 이경규의 왼팔과 오른팔. 승승장구답지 않게 재미있더라는 말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경규를 굳이 게스트로 부른 보람일 것이다. 말처럼 한 번에 훅 쓸려가지 않으려면.

 

남느니 웃음과 감탄 뿐. MC조차 없이 이경규의 능수능란한 경륜과 깊이 있는 혜안 뿐이었다. 선생이란 말의 뜻에 대해서도. 전설이란. 오래되었다는 것은. 이름은 헛되이 전하지 않는다. 그가 전설인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