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무릎팍도사 - 마치 오동촌의 만화를 읽는 것 같은...

까칠부 2011. 1. 13. 06:17

그러고 보니 80년대 소년중앙에서 연재하던 만화 "달려라 꼴찌"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 주인공 독고탁이 오해로 경기에서 드라이브볼을 던지는 것을 포기했는데, 그러나 대회에서의 주루를 보고 대표팀 감독이 그를 대주자로 일본으로 데려간다. 오일룡의 축구만화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고.

 

워낙 어렵던 시절이라. 하긴 일본 만화 아다치 미츠루의 "나인" 역시 그렇게 야구를 위해 감독의 집에서 하숙하던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가고 있었다. 워낙 집안형편이 어려워서 오로지 재능 하나만을 바라보고 주인공을 스카웃해서 학비까지 대주며 집에 하숙시키는 감독. 물론 오동촌의 전성기는 아직 프로야구가 생기기 전이라. 아마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감독의 아들과 또 라이벌이 되는 내용이 있었는데. 하필 그 아들은 다른 학교 다니고 있었고. 고행석의 "폭풍아"에서도 주인공이 그러고 있지. 하긴 그러고 보니 이대호가 폭풍아에 나오는 주인공과 체격이 닮아 있다. 아, 오동촌을 모를까? 이상무 바로 전세대로 야구만화를 전문으로 그리던 만화가라 생각하면 된다. 일본 만화가 가운데 비슷한 풍의 그림이 있는데 아마 무관하지는 않을 듯.

 

아무튼 이런 드라마가 있어야 이야기가 재미있다. 안정환만 해도 그 과거를 들으면 얼마나 파란만장한가? 지금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김태원의 일대기로 "락락락"이라는 드라마를 만들었는데 안정환 가지고도 만들어 보면 재미있을 듯. 한 인간의 성공스토리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그야말로 "보편" 그 자체다. 감독집에 하숙하던 가난하지만 재능있는 학생의 이야기란 정말 오랜만이라. 그런 이야기가 있기에 성공은 더 빛나 보이는 것일 테니. 그 성공이 빛날수록 그 이야기들은 더 아름다운 것일 테고.

 

워낙에 요즘은 돈 없이는 운동을 못 하게 되어 있거든. 이것저것 들어가는 돈이 많아 어지간히 살지 않으면 뒷바라지 자체가 힘들다. 그리고 요즘에도 그런 정이 있는가는 모르겠고. 예전에는 참 그런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오로지 가능성 하나만 보고 무작정 집에 데리고 있으며 키워주고. 정말이지 아날로그 시대의 어떤 낭만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였다. 어디선가 옛날 만화나 영화에서 보았을 법한 그런.

 

하필 전학생이 야구를 좋아해서 주인공에게 야구를 권하고 -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오동촌이라는 이름을 떠올리고 말았다. 배경이 고등학교라는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하게 전개되는 만화가 하나 있었거든. 하필이면 그 친구 사이가 나중에 라이벌이 되는 것도 같다. 워낙 오래전이라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동촌도 다른 만화가처럼 상당한 다작을 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마침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하고, 이대호도 한국에서 굴지의 타자로 성장하고. 정말 옛날 야구만화를 보는 듯한 스토리 아닌가? 오동촌도 고교야구까지는 꽤 잘 나갔는데 프로야구에서 망해서. 상당히 감성이 아날로그적이다.

 

어쨌거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무릎팍도사를 찾은 고민,

 

"7관왕 타이틀보다 팀의 우승이 더 중요하다. 우승하고 싶어서 찾아왔다."

 

진짜 프로다.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의 우승에 자기의 역할이 얼마나 되느냐 하니까 모두가 100%다. 야구는 팀운동이기 때문에 모두가 잘해야지 누구 한 사람이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 하기는 바로 그것을 목적으로 스카웃하고 훈련하고 그 비싼 연봉을 주기도 하는 것이니까. 프로야구 - 아니 팀경기에서 선수가 존재하는 이유는 팀을 우승시키기 위해서다.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그러나 이대호이기에 솔직히 감동했다. 진짜, 이 사람은 진짜 프로야구선수구나.

 

자세한 이야기야 어차피 방송을 보면 되니까. 아무튼 야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며, 성장과정이며, 청소년대회에서 우승하던 과정이며, 왜 이리 드라마틱하고 재미있는가. 이대호부터가 또 아날로그스러워서. 어쩔 수 없이 이런 이야기들에 약한 세대이다 보니. 갑자기 야구만화를 보고 싶어진다. 꿈과 낭만과 열정과 그리고 어딘가 허술함이 남아 있던 시절의 만화들을. 좋았는데.

 

간만에 뭉클하니 페이소스를 느끼며 보았던 토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밝은 이대호의 모습이 뭉클하니 진한 웃음을 선사해주었다. 낙천과 긍정. 이대호가 웃을 수 있는 이유이고, 보는 나마저 어느새 흐뭇하게 웃을 수 있는 이유다. 웃음이 필요한 이유다. 바로 이런 게 웃음이구나. 내 취향이었다. 멋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