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나이먹은 초딩들...

까칠부 2011. 1. 17. 00:39

앞부분을 놓쳤다. 보려고 그렇게 서둘렀는데. 그래서 이제서야 앞부분을 다시 보는데,

 

하아아아아아아아아...

 

어쩜 이렇게 남자들이다.

 

울 어머니 말씀 하나 틀리지 않는다. 남자는 아무리 나이 먹어도 애가 된다.

 

아니 그제 박명수가 말했구나.

 

"남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아이가 된다."

 

그러니까 은지원도 얼마 남지 않았다.

 

"관리 잘하고 치료만 잘 받으면 200살까지도 살 수 있대."

"창세기에 보면 800살까지 사는 사람도 나와."

"무협지 보면 1600살까지 사는 사람도 있어!"

"냉면살수 말하는 거지?"

 

뭐 남자들 이야기하는 게 그렇지.

 

남자들끼리 얼마나 가깝고 친한가? 하는 말이 얼마나 시답잖고 하찮은가?

 

굳이 어렵고 심각한 이야기 할 것 없지 않은가? 가까운 사이인데 - 또 자주 보는 사이인데.

 

도대체가 가리는 게 없다.

 

"이작가는 안색이 왜 안 좋아?"

 

이제는 작가까지. 이래도 작가는 외부인이라 하는 사람 있을까? 멤버 스스로 작가를 한 팀이라 여긴다. 제작진까지 한 팀이다. 그다지 불쾌할 일인가.

 

"대상 받았으면 빼줘도 되지 않아?"

"감기기운 있으면 검사 못 받는 것 아냐?"

"나도!"

 

괜히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 김태원, 그리고 이제는 떠나간 세 사람이 에이스 역할을 했던 것이 아니었다. 셋의 공통점. 초딩이다.

 

아이처럼 순수하다. 그래서 가리는 것이 없다. 이경규는 그래도 계산하고 던지는 게 있는데, 김태원과 또 한 사람은 계산하는 것 없이 일단 내뱉고 본다. 별 시답잖은 이야기들을. 잘 기억도 나지 않는 그런 말들을. 깔깔거리고 웃고 나면 말 그래도 해맑게 머릿속이 포맷되며 남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이제는 김국진 역시.

 

"태원이 너 기침하니?"

"나 원래 기침했잖아?"

 

사실 그렇게 웃길 것도 없는 대화일 텐데 말이지. 그러나 그런 김국진이니까. 그런 김태원이니까. 그리고 미션이 그러니까.

 

"용종을 발견했었는데..."

"너는 영양분이 별로 없으니까 잘 안 자랄거야."

 

그래도 나름대로 위로의 말이다. 위로인 것일까? 디스인 것일까?

 

바로 남자의 자격만의 강점이다. 무한도전을 말 그대로 예능감이다. 예능을 하겠다는 게 보인다. 그리고 잘 한다. 그에 비하면 남자의 자격은 그다지 예능을 하겠다는 생각이 없다. 그래서 불발도 많지만 어느새 공감하며 웃는 것들도 많다. 빵 터진다기보다는 스민달까.

 

다만 올드멤버들의 초딩페이스에 맞추기가 아무래도 쉽지 않다 보니 상대적으로 나이 어린 멤버들이 적응하기가 어렵다. 이윤석은 조금 생각이 많은 것 같고, 윤형빈이나 이정진도 가리는 게 많고. 그렇다고 웃겨보겠다고 괜히 더졌다가는 오히려 어색하기만 할 것 같고. 지금 이대로도 좋을 듯. 가끔 자기 본연의 모습 그대로도 웃기기도 하고 그러니. 오버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그림을 살리는 것이리라.

 

남자의 자격이 곧잘 시청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마치 나 같다. 우리 같다. 그런 계산하지 않은 시시껍절함이 실제 우리의 일상의 모습 그대로를 보는 것 같다.

 

어쩐지 겁나서 암검사마저 꺼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새 당면한 문제가 되어 버린 암검사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그 두려움 때문에 검사 자체를 거부하려는 모습에서. 대부분 그렇지 않은가? 작년 종합검진때도 그랬지만 사람들이 병원에 가지 않는 이유가 바로 두려움 때문이다.

 

"결과만 조용히 알려주고 티벳행 비행기표 끊어줘."

"난 그냥 기도원 들어갈 거야."

 

자포자기형 멘트까지. 말이야 조기발견시 치료율 90%라지만 사람 심리라는 게 그렇지 않으니까. 예능스럽게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소소하고 자잘하게 보여주는 그런 리액션들이 우스우면서도 한 편 한 구석이 아릿해진다. 나는 괜찮아야 할 텐데. 끝내 내내 걱정스런 표정을 지우지 않던 김국진처럼.

 

"갑자기 왜 이렇게 숨이 가빠지지? 미치겠네. 국진에 옆에 앉아 있어야지."

 

그리고 어느새 김국진의 옆으로 다가가 손을 잡고 앉은 김태원처럼.

 

아마도 한참을 웃고... 그리고 나도 암검사 한 번 받아봐야 하는가? 그래도 일단 담배는 안 피니까. 술은 취하도록 마시는 법이 없다. 자주 마셔서 문제지. 몸도 안 좋고 한 데.

 

역시 건강을 신경쓸 나이다. 그래서 더 의미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냥저냥 왁자하게 떠들고 웃자는 예능을 바란다면 이것은 아니리라. 무한도전도 아닌, 1박 2일도 아닌, 그러나 남자의 자격이기에 가능한 모습들이 아닐까. 다큐멘터리스러우면서도 그런 다큐멘터리스러움이 웃음을 만든다. 오프닝의 토크마저도 어쩐지 다큐스럽게 여겨지면서 우습다. 남자의 자격일 것이다.

 

어쨌거나 다음에는 간암? 그리고 대장암과 위암? 하아아... 보아야 하려나... 하아아아아아아... 젠장.

 

끝으로 덧붙이자면 내가 본 무협소설 가운데 가장 오래 산 사람이 아마 3천 년 살았을 것이다. 1600살 산 사람도 아마 냉면살수는 아니었지 않을까. 걸어도 좋다.

 

송창식의 말처럼,

 

"철들면 염할 거다."

 

철없는 그 모습이 좋다. 철부지 초딩같은 스스럼없고 자연스런 모습들이.

 

윤형빈과 이정진에게는 상당히 버거울 것이다. 천연이 아니라면 그것은 연륜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아직은 생각이 너무 많겠지. 하긴 벌써부터 그렇게 되어도 재미가 없기는 하다.

 

좋다. 이래서 남자의 자격은 한 부분도 놓칠 수 없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