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이 프린세스 - 로맨틱 코미디...

까칠부 2011. 1. 14. 06:44

스토리에서 개연성은 무척 중요하다. 얼마나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가. 하지만 때로 경우에 따라 그런 것이 무시되는 경우가 있다. 대개 장르적 전형성에 충실할 때인데, 로맨틱 코미디도 마찬가지다. 아니 로맨틱 코미디야 말로 그 개연성 무시 위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로맨틱 코미디란 러프 판타지다. 사랑이란 얼마나 운명적이며 달콤하며 아름다운가. 코미디인 이유는 그것이 즐겁고 유쾌하기 때문이다. 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판타지란 그렇게 즐겁고 유쾌하며 행복한 것이다. 그에 충실한 것이 바로 로맨틱 코미디다. 그래서 로맨틱 코미디란 그런 판타지에 충실하기 위해 때로 개연성따위는 무시해 버린다. 판타지 그 자체를 위해 판타지를 추구한다. 얼마나 뻔뻔스럽게 억지를 부리는가.

 

정말 뻔뻔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균형을 이루는 것은 연출과 연기자들의 연기. 이기광은 정말 천연이다.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그냥 평소처럼 한다는 느낌이다. 생각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일까? 김태희의 현실을 벗어난 듯한 롤 역시 이야기이 중심을 잘 잡아준다. 이순재는 이야기의 리얼리티를 담보하는 존재다. 판타지라기에는 너무 진지하고 정교하며 구체적이다. 대한제국 황실의 복원이라는 비현실의 이야기를 이순재가 있음으로써 마치 실제처럼 현실에 잡아둔다. 이순재라는 존재가 있기에 김태희를 비롯 판타지는 스스로 개연성을 가지고 허구 속에서 생명력을 얻는다.

 

이 드라마의 강점이다. 판타지지만 판타지에 머물지 않는다. 판타지와 현실 사이의 절묘한 균형 어딘가에 자기를 위치시킨다. 판타지의 달콤한과 현실의 쌉싸름함. 판타지는 그래서 더욱 달콤하게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롤을 맡은 김태희. 원래 이런 종류의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주인공의 캐릭터니까. 극속의 캐릭터와 그 캐릭터의 매력을 자신의 매력으로 소화시킬 수 있는 배우. 연기력은 둘째 문제다. 얼마나 주인공의 캐릭터를 - 그 사랑스러움을 대중들에 전할 수 있는가. 김태희는 그러기에는 넘치도록 매력적인 배우지.

 

확실히 아직까지 연기력에 문제가 보인다. 타이밍이나 포인트가 살짝살짝 엇나간다. 하지만 그게 또 지금의 이야기에서는 또한 이설의 매력이라. 이설은 현실의 존재가 아니다. 그 자체가 판타지이며 허구다. 오히려 그래서 김태희의 어색함은 이설의 캐릭터에 녹아든다. 아쉽다면 아무래도 나이가... 언뜻언뜻 숨길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 흐름을 깨뜨리는 게 있다. 그러나 김태희가 있음으로써, 그리고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캐릭터로써 또한 러브판타지의 또 한 주역인 한 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줌으로써, 판타지는 현실과의 교점에서 연착륙하는데 성공한다. 대통령이며, 야당 대표며, 이설의 어머니며, 심지어 그린 듯한 악녀 캐릭터인 오관장마저도 그래서 극 안에서 개연성을 가지고 존재할 수 있다.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전혀 설득력 없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가지고 들릴 때, 그게 바로 로맨틱 코미디다.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이 매력적인 드라마 아닌가. 판타지이지만 판타지에만 매몰되지도 않고, 현실에도 손이 닿아 있으면서도 현실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절묘하다는 말로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이. 프레지던트도 그렇지만 작가 이름만으로도 다음 작품을 믿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물론 일단 끝까지는 가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는 흐름이 좋다. 통속적이면서도 진부하지 않고, 새로우면서도 어색하지 않다. 내가 이렇게까지 남의 사랑이야기에 몰입해 보기도 오랜만이다.

 

마냥 아름답지마는 않다는 것이, 그러나 임예진의 말처럼 사랑이란 장애가 있어야 불타오르는 것이다. 과연 앞으로 이설, 박해영, 오윤주, 남정우 이 네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되어 나갈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대한제국 부활이라고 하는 판타지는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 이제까지 보여진 것이 있으니.

 

기대가 되는 드라마다. 일단 지금까지는 합격. 합격점 이상이다. 아쉽다면 지금 내가 주력해 보고 있는 것이 프레지던트라는 점. 일단 프레지던트부터 보고 마이 프린세스는 한 번에 몰아 나중에 본다. 그게 또 재미있기도 하고. 다음주를 기다린다. 과연... 썩 아주 괜찮은 간만의 로맨틱 코미디가 아닐까.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