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크릿가든 - 배드 엔딩...?

까칠부 2011. 1. 16. 06:46

문득 예전에 봤던 순정만화를 떠올렸다. 거기서는 거꾸로 여자쪽에서 좋아 쫓아다닌 것이었는데, 결국 두 사람이 사랑의 도피를 하자 그 부모는 두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아마 사고사였을 텐데...

 

"더 이상 어머니 아들 안 하려구요..."

 

원래 집착하는 마음이 강하면 강할수록 원망하는 마음도 강하다. 기억을 잃었다는데도 단지 길라임과 떼어놓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던 어머니의 마음이라면 아들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모든 행위를 정당화했던 자신에 대해 대놓고 거부하는 아들에 대해 상실감과 배신감마저 느낄 것이다. 그것은 증오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갔다가는 진짜 막장으로 가는 것이고... 이건 기본적으로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다. 만일 비극으로 끝났다가는 이건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최루성 멜로가 된다. 그러고 보니 참 많이도 짰지. 설마 작가가 그렇게 나갈까? 나로서야 그쪽이 더 흥미가 가지만.

 

아무튼 마이 프린세스에서도 말했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핵심은 바로 억지다. 로맨스에 대한 로망은 기적을 통해 완성되고, 기적이란 논리구조 속에서 억지로 나타나니까. 다만 그 억지를 얼마나 대중들에 설득력있게 들려주는가. 그래서 설정의 흥미로움과 캐릭터의 매력이 필요한 것이지만. 설정이 흥미롭고 캐릭터가 매력적일 때 대중은 작품 안에 자신을 이입시킴으로써 그 억지를 용인하게 된다. 사람은 참 자기중심적이라 자기와 관련된 일이라면 어느 정도의 억지는 간단히 눈감고 넘어간다.

 

도대체가 길라임이 뇌사에 빠지고, 다시 김주원이 기억을 잃고, 그리고는 느닷없이 종이쪽지 하나에 기억을 되찾고, 어디에 논리가 있고 구조가 있는가 말이다. 그냥 그렇다는 것 아닌가. 그러나 그냥 그런 것이 문득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이유. 김주원이지 않은가. 길라임이지 않은가.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그보다 더한 것이라도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그만큼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잘 구현되었다는 것인데. 특히 김주원의 캐릭터가 압도적이다. 길라임은 솔직히 보는 내내 짜증유발캐릭터라 인상이 찌푸려지는데 - 내가 남자라서인지는 모르겠다. - 김주원은 항상 보는 내내 독특하면서도 설득력있는 개연성을 갖는다. 더구나 매력적이고. 딱 세상물정 모르는 고귀하게 자란 도련님 아닌가. 그런 만큼 뒤틀리고, 제멋대로이고, 그런 주제에 그런 자각조차 없고. 그러려고 해서가 아니라 태어나 자란 환경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잘 생겼지. 부자지. 하는 짓이 좀 재수기는 하지만 그것도 타고나기를 귀하게 타고나서 그렇다 하지. 그야말로 왕자 아니겠는가. 여기서부터 이미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납득가능한 당위가 만들어진다.

 

어쨌거나 참 잘 만든 로맨틱 코미디라는 것인데, 기적과도 같은 우연과 필연들, 그리고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돌발적인 상황들,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서조차 웃음이 피식피식 나는 매력적인 커플. 어려운 과정도 적지 않지만 그러나 긍정하여 믿고 지켜보는 그런 매력이 있다. 이야기는 단지 거들 뿐.

 

아무튼 오스카와 윤슬의 사랑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되는 모양인데, 차라리 오스카와 윤슬의 이야기가 메인롤이었으면... 아, 썬 때문에 조금 곤란하려나? 지금은 서브의 서브이니 조용한 것이지 메인으로 올라서면 게이라는 캐릭터는 꽤나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래도 차라리 그 쪽이 - 일단 윤슬의 캐릭터가 워낙 매력적이어서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역시 남자라 여자캐릭터가 매력적인 쪽으로 관심이 기운다.

 

김사랑... 이번에 이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된 배우지만 호감이 높다. 정면에 비해 측면이 아쉽기는 해도 매력적인 페이스에 짓는 표정들마저 인상적이고, 몸매 또한 좋다. 윤슬의 캐릭터를 소화하는 것 역시 그녀의 어떻게 해도 사랑스러운 표정연기에 힘입은 바 크다 할 것이다. 확실한 캐릭터가 있는 배우랄까? 과연 그 캐릭터를 어떻게 찾아내어 발전시켜나가는가가 문제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김비서와 임아영의 사랑도 이렇게 귀엽게 끝나나? 드라마에서 보았다며 우유키스를 하는 김비서와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키스했다며 물을 끼얹는 임아영. 확실히 이 커플도 특별하지? 유인나도 나름대로 안정된 연기력으로 임아영을 제대로 소화해냈고, 김성오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이 아저씨가 바로 그 종석이었다는 거지? 어디서 보았는데 한참을 헷갈렸다. 참 깨알같은 커플.

 

이제 남은 것은 아마 한 회동안 어떻게 벌려놓은 것들을 마무리짓고 원래의 해피엔딩으로 달려가는가? 일단 문분홍과 김주원의 갈등부터 해결되어야 할 테고, 해피엔딩이더라도 마음만인가? 아니면 물질적인 부분까지 포함해서인가? 판타지라면 역시 후자쪽이 낫겠지. 개인적 선호는 어디까지나 비극이지만.

 

어쨌거나,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을 이제까지 전해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정말 상투적인 대사. 알고 보니 눈앞의 짝사랑의 상대가 어려서 함께 놀던 소꿉친구였더라. 혹은 어디선가 스치고 지나갔던 인연이 있었다더라. 하긴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판타지라 하는 것일 테지. 로맨스의 로망이다. 김주원이 하면 어울린다. 현빈의 힘이라 생각한다. 오글거리면서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