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이 프린세스 - 오그라든다...

까칠부 2011. 1. 21. 11:14

밸런싱에 실패한 느낌이다. 판타지란 현실 위에 존재한다. 보다 엄밀한 현실이야 말로 판타지의 개연성을 담보해준다. 현실에 발을 딛고서야 청자는 온전히 판타지를 받아들일 수 있다.

 

오윤주나 박해영이나... 이순재가 연기한 박회장에게는 개연성이라는 게 있다. 일관성도 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에 비하면 박해영에게는 뭐가 있을까? 오윤주 역시 그린 듯한 전형적인 악역 캐릭터로써 자신부터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시크릿 가든에서 문분홍이 철저한 개연성으로써 김주원과 길라임이 만드는 판타지를 떠받친 것과 대조된다. 박해영의 캐릭터도 어쩐지 일관성이 없고 방향성도 안 보이고. 나름대로 논리가 있기는 하겠지만 그다지 설득력은 없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과연 궁에서 일하는 고용인들이 진심으로 이설을 공주라 여기고 있는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성장한 그들에게 공주란 그렇게 특별한 존재로 여겨지겠는가? 결국은 고용인이라는 입장이겠지만, 그러나 박해영의 말처럼 이야말로 황실놀이 공주놀이가 아닐까? 차라리 공주에 대한 판타지를 간직한 것 같은 건의 캐릭터가 선명한 색깔을 갖는 것은 그래서다. 이기광의 천연스런 캐릭터가 공주라는 판타지를 현실에 묶어놓는 것이다. 마치 공주라니까 생각없이 환호하는 군중처럼.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가 뚜렷하고 그 균형이 절묘해서 오글거리는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보기 꺼려질 정도는 아니었다. 보는 내내 내가 이것을 끝까지 보고 있어야 하는가? 시작은 분명 좋았는데 전개과정에서 너무 안일하게 나가는 것은 아닌가?

 

싸인이나 마이 프린세스나 잘 만든 드라마이기는 한데 워낙 내가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다 보니.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이 더 엄격한 법이다. 이래서 자르고 저래서 떨어내고. 프레지던트 하나 남나? 하긴 원래 보던 것도 이것이었으니. 이미 동의가 끝났달까?

 

이기광의 연기가 어쩌면 김태희나 송승헌보다 나은 건 아닐까. 천연스럽지만 맞춘 듯 나름 자연스럽다. 확실히 이런 작지만 자기에 맞는 배역으로 캐릭터 연기부터 도전하는 것도 아이돌에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다만 남자라서. 나는 남자 보는 취미는 없다. 여자아이돌이라면 좋겠지만.

 

오늘로서 종료. 내게 있어 마이 프린세스는 오늘로 조기완결되고 말았다. 나중에 생각 나면 보게 되더라도. 짧지만 즐거운 꿈이었다 생각한다. 김태희는 매력적이었다. 가장 큰 성과다.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