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우라카라 - 아이돌 드라마...

까칠부 2011. 1. 23. 07:18

참 잘 만들었다. 이런 게 아이돌 드라마다.

 

굳이 연기에 신경쓸 필요 없다. 복잡한 서사구조를 이해하려 노력할 필요 없다. 그냥 보고 즐기면 된다. 매력적인 아이돌들의 평소 보지 못한 모습들을.

 

딱 카라 멤버들에 집중할 수 있는 이야기구조다. 그다지 연기력이 드러날 것도 없이 그저 카라 멤버들의 매력만 보여줄 수 있으면 그만인 내용이다. 그 이상이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유치하도록 단순하고 뻔뻔스러울 정도로 직관적이다. 아예 세세한 부분의 설명은 생략한다. 그러니까 그냥 보라.

 

실제 일본 남성을 차례로 유혹해 함락시키라는 자체가 카라의 여성성을 드러내기 딱 좋은 주제다. 지난 회차에서도 박규리는 멜로적인 분위기로 새로운 성숙한 매력을 선보였고, 구하라 역시 냉정한 듯 보이면서도 세심한 매력으로 보다 그 존재감을 돋보였다. 한승연과 니콜, 강지영의 예의 동창 연기도 역시. 아마도 시청자 역시 기대하고 보는 것은 이런 것일 테니.

 

이야기 구조는 따라서 그다지 비판할 것이 없겠고, 연출 또한 마찬가지다. 여기서 뭘 더 바라겠는가? 카라만 잘 보여주면 그것으로 만만세다. 다만 남는다면 멤버들의 연기력인데... 사실 이것도 필요없지 않을까.

 

일단 아직까지 연기를 하는 멤버는 둘이다. 강지영, 한승연, 니콜은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그냥 놀고 있다. 아마 감독이 그렇게 주문했겠지.

 

"평소 하던 대로 해 주세요."

 

시트콤 등에서 흔히 보게 되는 캐릭터 연기다. 자신의 캐릭터로 배역의 캐릭터삼아 그냥 보여주는 것. 그에 비하면 박규리와 구하라는 어느새 캐릭터에 이입하며 연기를 만들어가고 있달까? 그것이 둘 다 어쩌면 어색하게 보이는 이유일 테지만.

 

특히 구하라가 문제인 게 발성이 너무 안 좋다. 노래 부를 때도 그러더니만 자꾸 입 앞쪽으로만 소리를 낸다. 발성이 안 되니 목소리에 힘이 없고, 목소리에 힘이 없으니 감정이 안 실리지? 그러니까 자꾸 캐릭터에 몰입하기가 힘들고 연기도 어느새 흐트러지고. 그러면서 괜한 힘만 들어가니 맥이 끊기고 자연스럽지도 않다. 기본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데 욕심만 많으니 어쩔 수 없다. 차라리 힘을 빼면. 그러면 아예 안 들릴까?

 

발성이 중요한 게 다른 게 아니다. 대사야 말로 배우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1차적인 수단이다. 표정연기도 중요하지만 일단 대사가 들려야 지금 도대체 배우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바로 이해가 된다. 그런데 대사가 들리지 않으면? 대사에 충분한 캐릭터의 의도가 실려 있지 않으면? 그 결과가 바로 구하라. 김현중도 사실 같은 약점을 가지고 있다. 발성이 안 된다는 점.

 

그것은 강지영이나 한승연, 니콜 등과도 비교되는 부분이다. 나름 섬세하게 연기를 하려고 하는데 대사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양이 너무 다르다. 색도 없고 맛도 없고 느낌도 없고. 그래서 쓸데없이 무리해서 오버를 하게 되고. 차라리 노래할 때 그렇게 오버를 해 봤으면. 보는 사람마저 몰입하지 못하게 만든다.

 

하긴 어차피 아이돌 보자는 드라마이므로 연기지적 자체가 의미가 없다. 감독 또한 그런 의도로 그다지 엄격하게 주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예능하듯 평소 모습 그대로. 그에 성공한 멤버들과 연기를 하느라 오히려 어색해진 멤버들과. 그럼에도 박규리는 몰입하지 못한 가운데 괜찮았다. 다만 구하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할 것이다. 원래 이런 드라마다.

 

어쨌거나 문제가 과연 이 드라마가 완결될 수 있을 것인가인데. 현재 4회까지 찍어놓았다던가? 딱 일주일 남았다. 일주일 안에 해결 안 되면 5회부터는 2명과 3명으로 나뉘어 찍어야 한다. 그런 우라카라따위.

 

하필 이런 시점에 이런 드라마가 방영될 게 무언가. 예능에서도 백점만점에 다음주 박규리가 나온다 하고. 누구 염장지르는 것도 아니고. 과연 다음주는 웃으며 볼 수 있을까. 공은 3이 쪽으로 오래전에 넘어갔다만.

 

오그라들면서도 재미있게 봤다. 끝날 무렵에는 거의 자라가 되어 목까지 파묻고 있었는데, 그러나 말했듯 그런 드라마다. 아이돌 드라마. 마니아를 위한. 목적에 충실한 괜찮은 드라마였다. 일반적인 극 드라마를 생각한 사람들에게는 꽤 난감할 수 있겠지만.

 

아쉽다면 굳이 자막을 구해놓고서는 자막없이 끝까지 보고 난 정신없음. 그다지 일본어가 어렵지 않아 좋았다. 그러나 그렇다면 애써 자막까지 구해서 본 보람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진작 지난주부터 봤어야 했는데. 헛짓 했달까? 요즘 내 정신이 이렇다.

 

카라만 볼 수 있으면 좋다. 오로지 그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한 드라마. 특수한 계층을 위한 아주 특별한. 그렇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보면 되겠다. 카라는 매력적이다. 그 한 가지로. 부디 끝까지 갈 수 있기를. 아주 간절한 바람이다.

 

 

덧, 시대고증이 충실하다. 일본에 데뷔하기 전인 2009년. 그렇다면 스마트폰은 옴니아여야겠지. 공중파에서 옴니아2를 다시 볼 수 있게 될 줄이야. 옴니아2 유저로서 그저 고맙다. 더구나 구하라.

 

나쁜 폰 아니다. 단지 조금 불편할 뿐이지. 나는 만족하니까. 그게 유독 눈이 갔다.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