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위대한 탄생 - 위대한 심사위원...

까칠부 2011. 1. 22. 02:06

도전자 최진아를 두고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리자 김태원이 최진아를 불러 말한다.

 

"최진아씨 가운데 서세요."

"어느쪽이 합격일 것 같아요? 그리로 서세요."

 

아마 마지막 판단은 최진아 자신의 귀에 맡긴 게 아닐까. 듣는 귀 역시 부르는 목 만큼이나 중요할 테니. 가능성을 보고 남겨두자면 결국 마지막 기댈 수 있는 건 그 자신의 재능과 역량일 것이다.

 

순간 소름이 좌악 돋았다. 최진아씨는 울었지만 정말 이 사람들이 도전자들을 음악을 좋아하는 후배로써 아끼고 기대하고 있구나.

 

"이동미씨가 올라가는 걸 바라지 않았어요. 그러다가는 영영 노래를 못 부르게 될 수 있어요. 성대를 너무 혹사시키셨네요. 관리를 잘 하면서 다음 단계로 가 주시기를 바라겠어요."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자신의 브로치를 지적했던 박지연에 대해 브로치를 선물하는 방시혁. 그랬잖은가? 단지 외모를 지적한 것이 아니라고. 자신의 스타일까지도 음악의 일부다. 왜 가수들이 전문적인 스타일리스트를 두고 그때그때 노래 컨셉에 맞게 자기를 꾸미고 무대에 오르는가? 그 점을 다시 한 번 친절하게 지적해주는 방시혁은 냉철하게 독설을 퍼붓는 방시혁 그대로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최환준과 서형주에 대해서도 즉석에서 보컬트레이닝을 시킨다. 선곡을 바꿔주는 것은 기본이고 과연 어떻게 고쳐 불러야 하는가?

 

"콧소리를 빼고 불러 보세요."

"자기 목소리로 불러보세요."

 

그리고 오늘의 합격기준은 얼마나 자기의 단점을 고쳤는가? 더 잘했는가보다는 지적한 단점을 극복하려는 노력들에 대해서. 최진아가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노력을 이은미가 높이 샀던 때문이었다. 재능 만큼이나 그 노력과 열정에서 가능성을 찾는다. 아름답지 않은가?

 

"어떻게 올라온 겁니까?"

"연습이 전혀 안 되어 있잖아요?"

"화가 나려고 해요!"

"전혀 고쳐지지 않았는데..."

"이건 절대 못 고쳐..."

"고치는데 너무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가차없는 독설과 눈물을 흘리며 떨어져나가는 도전자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날카로운 가운데 애정어린 조언이 있다. 음악에 대한 경외와 음악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그렇기 때문에 더 엄격한.

 

"맹! 더 노력해야 해!"

 

연습부족을 지적받고 떨어져서 어깨를 늘어뜨린 맹세창에게 신승훈이 던진 한 마디처럼.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겠지. 가장 중요한 건 앞으로도 계속 음악을 사랑하고 즐겼으면 좋겠다.

 

역시나 내가 가장 기대했던 이태권. 선곡이 탁워하다. 과잉된 감정표현을 다스리라. 거기에는 이 "사랑"만큼 좋은 노래가 없다. 방시혁도 그것을 느낀 모양이다.

 

이 노래는 물 흐르듯 흘러야 한다. 계곡의 물처럼 투명하게 아무것도 담지 않고 담백하게 불러야 한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기에 서럽고, 그래서 서러운 가운데 상쾌하다. 아니 감정을 담으려야 담을 수 없는 노래다. 과잉하려 해도 어디서 과잉해야 할까? 흐르는데. 멜로디가 흐르고 가사가 흐르고 감정을 담아둘 곳이 없다. 이것을 감정과잉까지 되어 부른다면 그것이 더 대단할지도.

 

솔직히 못했다. 감정을 지운다는 것은 감정이 극에 이르고 난 다음이다. 승화라고 하지. 감정을 터뜨리고 남은 것을 순수하게 정화했을 때 감정은 비로소 다스려진다. 사랑은 그렇게 불러야 한다. 그러기에는 이태권은 너무 어리다. 그러고 보면 정동하는 참 대단한 보컬이다. 그때 나이가 고작 20대 중후반이었을 텐데. 듣고 있으면 정말 물 흐르듯이 흐르는 걸 느낀다. 투명하게. 맑게. 이태권은 아직 미숙하다. 그러나 분명 좋다.

 

아무튼 노래 하나는 진짜 제대로 하는 친구다. 성량도 대단하고, 음색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훌륭한 것은 억지로 감정을 만들려 하기보다는 음악에 몰두하겠다는 자세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해야지 어떻게 모르는 것을 알 수 있는가? 그런 가운데 선곡을 저리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르는 걸 모른다 인정하고 준비하는 - 음악을 진정으로 듣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음악하는 프로가수들 가운데서도 조금만 시간을 거스르면 모르는 노래가 태반인데도 올드한 노래들을 일부러 찾아듣는 감수성도 그렇고. 심사위원들이 놀라지 않는가?

 

"어떻게 디스코를 알아?"

 

그리고,

 

"빙고~!"

 

나도 감탄했다. 많은 음악을 듣는다는 건 그만큼 더 풍부하게 음악을 알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스스로 곡을 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들려주는 노래에 더욱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이동미의 노래를 유독 신경썼다는 말에 왜 그런가 했더니만 그런 게 있었구나. 이동미는 상당히 올드한 스타일이라.

 

김혜리는 기대 이하였고, 데이비드 오도 역시 나로서는 느낌이 없었고, 권리세? 글쎄... 역시 인상깊었던 것인 이태권과 기대했던 이동미. 제대로 보컬트레이닝을 받아 성대를 잘 관리할 수만 있다면.

 

생각했던 것만큼 심사위원의 독설은 많지 않았던 것 같고, 그보다는 도전자들의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 가운데 건진 보석들은 빛이 나고. 조금 더 처절하게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싶은 악의섞인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지만. 그러나 그런 음악과 진정이 있었으니까. 차라리 감동이기까지 했다.

 

다음주를 기대해 본다. 놓치고 다시보기로 보는데. 좋다. 멋지다. 재미있었다. 훌륭했다.

 

 

 

덧, 오늘의 감동을 카테고리를 대중음악으로 옮기는 것으로 표현해 봤다. 이제 이건 예능이 아닌 음악프로그램이다. 새삼 감탄한다.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