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방송금지곡, 그 시대착오에 대해서...

까칠부 2011. 1. 30. 00:48

가만 생각해 봤다. 과연 아티스트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그 작품까지 금지하는 예가 어디 또 있던가? 월북이든 납북이든 체제에 반한다고 해서 금지한 예는 있다. 70년대 중반 가요정화운동 당시에도 많은 대마초 가수들의 곡이 금지되었지만 그 이유는 대마초가 아니었다. 그러면 대체?

 

반체제인사의 이념에 반하는 서적에 대해서까지도 이제는 어지간하면 금지하지 않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촌스럽다. 그 좋아하는 선진화의 기준대로라면 체제에 반대하는 내용들에 대해서까지 관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물며 도박에 마약에... 엘비스 프레슬리도 약물중독으로 죽었고, 지미 핸드릭스 존 보넴 역시 약물중독으로 목숨을 잃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도박빚으로 빚쟁이에 쫓겨가며 글을 썼다지? 오 헨리 역시 횡령혐의로 옥살이를 하는 가운데 저 유명한 단편들을 여럿 쓰고 있었다. 그래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은 아티스트에게서 나왔지만 단순히 아티스트만의 것이 아니다. 그 노래들이 어째서 히트했는가? 그 노래들을 어떻게 사람들은 아는가? 만들고 부르는 순간은 아티스트의 것이더라도 그것이 일단 세상에 나오는 순간은 좋아하든 싫어하든 대중이 선택에 맡기는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그동안도 문제가 없었는데 단지 범죄를 저질렀다고 문제가 될까? 작품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단지 그것을 부른 가수가 누구니까... 단순한 목소리가 아니다. 노래이고 음악이다. 목소리만 들리는가?

 

지금이 21세기인지 아니면 12세기인지. 도대체가 좋아하는 노래인데도 단지 가수가 범죄에 연루되어 듣지 못하는 대중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작곡가가 있고 연주자가 있고 함께 노래를 부른 사람들이 있다. 설마 연좌제인가? 감히 알고 지냈다는 사실마저도 괘씸하다는? 누가 그 권한을 주었는가?

 

만일 정히 문제가 되어 그것을 금지시키려 한다면 명확한 규정을 가지고 하던가. 신정환이며 김성민이 재판으로 그 처벌에 대해 판결받듯 규정에 따라 왜 그래야 하는게 명확하게 그 기준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래서 이 노래들은 안 된다. 그런데 이유도 없이 단지 그들이 포함되어 있어서라.

 

이건 뭐... 하기는 이런 게 권위주의다. 엄숙주의. 도덕주의.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칼을 쥔 자신. 아티스트야 그렇다치더라도 대중조차 그들의 안중에는 없다. 듣고 말고는 내가 결정한다. 들을 수 있고 말고는 내가 판단한다. 대중도 문화도 머리 위에서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 정말 시계가 거꾸로 흘러가고 있다니까. 5공때도 이런 식으로는 하지 않았었다.

 

자체적으로 금지할 수는 있다. 아무래도 꺼려지니 틀지 않을 수 있다. 대중의 반응이 신경쓰이다 보니 스스로 자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일선에서의 재량에 속한다. 대중이 그들의 노래를 듣기 싫어 안 듣든 역시나 개인의 판단과 선택의 영역인 것과 같다. 다만 그것을 공식화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공식적으로 그들의 음악을 틀지 않겠다. 그것이 과연 공공의 가치에 부합하는 합당한 조치인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적확한 사유에 따른 합리적인 결론이었는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일까?

 

인간에 대한 판단과 작품에 대한 판단은 별개다. 아티스트에 대한 판단과 작품에 대한 판단도 별개다. 그것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작품이란 아티스트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닌 까닭이다. 그것은 말했듯 아티스트 개인만의 것이 아닌 대중의 것이며 사회 전체의 것이다. 최소한 금지곡으로 정하려면 그에 합당한 이유를 대던가. 고작해야 그 아티스트가 물의를 일으켰으니. 그것과 이것이 무슨 상관?

 

뒤늦게 듣고 어이가 없어 이렇게 웃는다. 이게 내가 사는 대한민국이었구나. 그것도 국영방송에서. 한류라는 말이 다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러고서도 문화강대국. 그렇지 않아도 감기로 숨쉬기도 힘든데 자꾸 웃게 하지 마라. KBS가 예능이 강한 게 다 이유가 있다. 웃긴다. 병신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