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부활 + 박완규 - 비밀...

까칠부 2011. 1. 22. 00:45

아무래도 판단을 미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 노래는 녹음보다는 라이브에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고 여겼기 때문에. 뭐랄까 상당히 막힌 듯한 답답함이랄까?

 

멜로디야 잘 빠졌다. 확실히 부활의 노래라는 느낌이라 듣는 순간 이후의 전개가 예상되기는 했지만 연주야 말할 것도 없고 멜로디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에. 가사도 좋다. 다만 곡의 전개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서정적인 전반과 폭발하는 사비의 후반의 연결이 어색하달까?

 

생뚱맞다는 생각을 했다. 단절되는 느낌도 있었고. 차라리 사비를 앞으로 빼서 구성했으면 어땠을까? 구성이 매끄럽지 못하니 멜로디도 조각조각 잘리고, 연주도 그다지 들리지 않고. 이건 도저히 들을 게 못 되겠다는 판단까지 나올 무렵, 그러나 이걸로 끝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그것은 부활이라는 밴드에 대한 신뢰였다. 김태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서재혁이며 채제민이며 그렇게 만만한 사람일까? 밴드음악이란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이다. 김태원이 곡을 썼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까였겠지. 부족한 곡이더라도 연습하는 가운데 완성도가 더해졌을 테고. 박완규도 있다.

 

그래서 가만 참고 듣고 있자니 역시 이 노래는 라이브에 어울리겠다. 아마 녹음 가운데 어디선가 문제가 있었으리라. 아니면 녹음이라는 한계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스케치북 나와서 부르는 것을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멋지다. 음원에서는 어색하게만 들리던 부분이 전혀 어색함 없이 무리없이 넘어간다. 막혔던 것이 후련하게 뚫리는 느낌? 멜로디가 한결 살아나며 박완규의 목소리와 부활의 연주가 한 데 녹아든다. 비로소 가사도 들리고. 무엇보다 아름답다. 박완규의 목소리가 이렇게나 서정적이고 감미로웠구나. 묵직하고 거친 가운데 상처가 느껴지는 처절함이 분위기를 더욱 살린다.

 

흠... 역시 음원이 문제다. 그리고 원래 밴드란 라이브에 최적화되었다. 박완규도 라이브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보컬일 테고. 이제야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들은 밴드다. 이건 라이브로 들어야 하는 노래다.

 

부활은 역시 부활다운 음악을 해야 한다. 김태원은 김태원다워야겠지. 잘 만들어졌을 때 그것은 감동이 된다. 아닐 때는 식상함이 되겠지만. 아직은 식상해질 때가 아니다. 인정한다. 좋다. 좋은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