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프레지던트에 나온 대사다.
"정치는 선악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의지다."
정치라 하면 흔히 정책이나 실질적인 행정을 떠올리기 쉽다. 그래서 정치 잘한다 하면 자기에게 유리한 정책을 세우고 실천하기를 잘 하는 것이라 여긴다.
하긴 그것도 정치다. 그렇게 여기도록 하는 것. 수많은 이해주체가 있다. 고대사회에서도 수많은 이해주체가 하나의 집단 안에서 서로 이익을 다투고 있었다. 그것을 어떻게 중재하고 조절하느냐? 누구에게 얼만큼을 더 주고, 누구에게는 어느 만큼을 양보받고.
협상이다. 대화와 타협. 양보. 투쟁. 정치란 한 마디로 싸움이며, 협상이란 또한 총칼없는 싸움이다. 어떻게든 더 많은 것을 얻으려. 대신 총칼이 없는 만큼 상대를 죽여서는 얻을 수 없다. 그게 기술이다.
협상당사자에 대해,
"너는 나쁜 놈이야!"
협상하지 말자는 소리다. 프레지던트에서도 박을섭이 신희주에게 말한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 무시해버릴 겁니까? 독재할 거에요?"
신희주가 박을섭과 손을 잡자 장일준도 말하지.
"비로소 정치가가 되었다는 소리지."
당장 협상을 하고 타협을 해야 하는데 정작 그 당사자에게 말한다.
"너는 나쁜놈이니까 믿을 수 없다."
그러면 뭘 어쩌자고?
"그러니 무조건적으로 이쪽에 항복하고 꿇으라. 요구하는대로 다 들어주라."
그것이 협상? 도대체가 회사 경영진더러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라는 게 협상? 그런 건 우월한 지위에 있는 쪽이 일방적으로 양보를 요구할 때나 가능한 것이다. 싸움에서 이기고 전리품을 챙길 때, 혹은 이미 우월한 지위를 확인하고 이익을 챙기려 할 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과연 현재 상황이 그런가?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는가? 상황은 결코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고. 절대적으로 3인에 불리한 상황이며 이대로 시간을 끌게 되면 모든 것은 끝장난다고. DSP도 끝장이지만 카라도 끝장이다. 물론 팬들이야 다른 아이돌 찾아 흘러가면 된다. 부모들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상당히 부담스러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협상을 하자면 먼저 상대를 인정해야 한다. 총칼들고 하는 싸움이면 일단 죽이고 시작해도 된다. 실제 그렇게 정적을 죽임으로써 목적을 달성하는 경우도 그렇다. 그래서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DSP부터 죽이고 온전히 전리품을 차지한 뒤 시작하자. 그러나 주도권은 누가 있는가?
3인 쪽이 DSP를 죽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나도 이런 소리 않는다. 아니 5명이 한 데 모여 DSP를 죽일 수 있게 된다 해도 굳이 이런 말까지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협상이라는 게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것 아닌가?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DSP의 양보를 얻어내려 협상이라는 것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시작부터 DSP를 악으로 규정하고 그를 배제하려고만 한다면? DSP의 경영진을 인정 못하는데 과연 DSP와의 협상에 대해서도 인정하겠다?
계속 평행선이다. DSP의 경영진 입장에서는 절대 경영권에 대한 부분 만큼은 양보 못할 테고, 그런 상태에서는 어차피 "악"일 테니까 협상은 이루어질 수 없을 테고. 그것을 부추기는 팬들 역시. 그 어디에 해결의 단초가 있을까? 대화도 없고 협상도 없는데.
만일 조속한 해결을 바란다면 먼저 DSP를 협상파트너로서 인정해야 한다. 불합리하고 마음에 안 들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원망스럽고 증오스럽더라도 장일준이 원수인 청암을 찾아가듯 상대와의 공존을 먼저 전제하고서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일단 한 자리에 앉아 대화를 시작하고서 해결의 실마리도 보인다.
도대체가 일반인들은 카라가 어떻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는데, 팬들은 팬들이 있으니까 상관없다며 하세월. 나같은 일반인도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걱정하고 재촉하는데 정작 팬들은 어떻게 해도 카라는 카라라며 마냥 기다릴 뿐이다. 오히려 더 기다림을 부추긴다. 하기는 팬 입장에서 DSP를 원망하는 것은 알겠지만, 그러면 DSP 아니면 누구와 협상하게? 연제협?
정치를 할 때도 반대파를 안고 가야 하는 것이다. 아예 상대를 죽이고 멸망시키지 않을 것이면 대화파트너로 역기고 함께 소통하며 같이 가야 하는 것이다. 협상이라는 건 더욱 그렇다. 상대를 죽이고 배제할 것이면 전쟁을 한다. 협상은 상대를 먼저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의 DSP와는 대화를 않겠다는 것은 아예 전쟁을 하자는 것과 같다. 누가 먼저 죽는가? 그래서 누가 먼저 죽을까?
장일준이 말하는 선악이 아닌 의지라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럴 의지가 있는가? 이번 카라 3인의 전속계약해지 사태에 대해 해결할 의지가 있는가? 조기에 해결해 문제를 최소화할 의지가 과연 있는가? 그 의지가 있다면 당연히 DSP와도 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사태를 수습하려 한다면 DSP가 아니라 그 누구와도 협상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겠지. 5명의 카라보다 타도DSP가 우선이다. 5명의 카라로 복귀하는 것보다 DSP의 양보가 우선이다.
하기는 DSP가 이대로라면 5명의 카라도 의미없다. 따라서 5명의 카라를 위해서라도 DSP의 경영진이 물러나야 한다. 실제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결국은 5명의 카라란 DSP 배제에 따라오는 부수적 목적이다. 지금 3인이 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를 지지하는 팬들의 모습이고. 오히려 하루속히 카라를 보기를 바라는 것은 팬보다는 일반인이랄까? 팬이야 어떻게 해도 카라겠지만 일반인이란 아무래도 시간과 이미지에 많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그렇지 않으면 일반인이 아니라 팬이겠지. 앞으로 카라는 팬을 대상으로만 장사할 생각인가? 팬이 생각하는 카라란 팬만을 위한 카라?
왜 사람들이 3인과 그 부모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가? 심지어 카라의 중심이라 여겨지던 한승연에 대한 원망조차 나오고 있는가? 그만큼 5명의 카라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는 그보다는 타도 DSP의 의지가 더 강한 것이고.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굳이 이론으로 이러쿵저러쿵하지 않아도 저들이 지금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 무언가? 그에 반발하는 것이다. 그 어떤 무엇보다 5명의 카라가 중요하다.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이 우선하느냐? 무엇을 우선할 것이냐? 선악이 아니라 의지의 차이라는 것이다. DSP가 악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에 우선순위르 두느냐? 의지만 있다면 설사 악이더라도 DSP와 한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었어야지. 바로 그런.
일단 다섯 명이 한 자리에 모인다니까 기대는 해 보는데, 그러나 여전히 DSP를 협상파트너로 여기지 않는 3인 부모들의 입장은 그다지 희망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도 그들을 부추기고 있을 팬덤의 반DSP여론 역시. DSP를 배제하는 것이 5명의 카라보다 우선한다. 그러면 답이 없는 것이겠지.
말하지만 정치란 선악을 가르는 게 아니다. 협상도 선악을 가르고자 하는 게 아니다. 누가 옳고 그른가가 아니라 무엇에 우선하며 어디에 당위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도 모른다면 협상은 말아야지.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게 생각없이 정의로운 사람. 자신의 정의에 확고한 믿음을 갖는 사람. 그를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든 희생할 수 있는 사람. 정의감이란 그래서 무섭다. 정의감으로는 절대 어떤 협상도 타협도 대화도 불가능하다. 아니 아예 해서는 안 된다. 아예 말자는 소리와 같다. 그리 흐르는 것인가.
그래서 남는 한 가지 불안요소. 불리한 상황에 대한 발악같은 오기가 정의감과 결합하는 것. 그래서 DSP와는 협상할 수 없다. 몽니는 모든 것을 파괴한다. 설마 그렇게까지 갈까 싶기는 하지만.
어디에 의지를 두고 있는가 스스로 생각할 일이다. 카라인가? 아니면 반DSP인가? 둘 다 이루기에는 현실이 그다지 만만치 않다. 꿈을 꾸려는 것이 아니라면. 답답할 따름이다. 현실은 꿈이 아니다.
어쩌다 드라마 이야기를 잔뜩 넣었는데, 그러나 이해가 쉬우라고. 본질은,
"먼저 대화하고 협상하라. 그러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5명의 카라가 진심이라면."
행동만이 진정성을 말해준다. 만고의 진리다. 무엇을 우선하는가? 무엇을 목적하는가? 답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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