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금도 어디 가서 이야기하면 비웃음부터 듣는 이야기다. 여기서도 몇번 꺼냈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비웃는 리플이 달렸었고.
연예인을 존경해야 한다. 아니 정확히는 연예인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연예인이라는 명칭 자체가 싫어졌다. 마치 연예인이라는 단어에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반영되어 있는 건 아닌가. 그보다는 아티스트.
확실히 아티스트라 하면 무언가 창조해내는 직업 같다.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고 그래서 우러르게 된다. 그렇다 보니 어떤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티스트라 하면 무척 화를 내는데,
나도 엄격하게 구분하기는 한다. 아티스트와 아이돌. 그러나 결국 아이돌도 넓게 보면 아티스트의 범주에 포함된다. 좁은 의미에서의 아티스트인가 넓은 의미에서의 아티스트인가. 즉 비유하자면 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그것을 직접 구현해 보여주는 배우와의 관계와 같다.
작곡가가 있고, 안무가가 있고, 코디네이터가 있고, 프로듀서가 있고, 전문 엔터테인먼트 자본이 있다. 그러나 결국 그것을 전면에 나와 구현해 보여주는 것은 아이돌. 그러기 위해 그들은 몇 년이나 다양한 레슨을 받고 훈련을 받으며 데뷔해서도 무대 위에서 단련되어간다. 아티스트라 할 만하지 않은가.
더구나 중요한 것은 그들이 있음으로 해서 사람들이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는 것. 빠순이네 뭐네 해도 오빠로 인해 마음의 위안을 얻고 일상의 활력을 얻는 10대들도 분명 있다는 것이다. 삼촌부대라 할 때도 어쩌면 지루할 일상애 새로운 색을 더하며 활기를 더하는 것이 또 아이돌이라는 존재다.
아이돌만이 아니다. 배우는 어떤가? 코미디언은? 가수는? 우리가 연예인이라 부르는 바로 그들로 인해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즐거움을 얻고, 때로 슬픔을 견뎌낼 힘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절망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계기를 발견하기도 한다. 대중이 있어 그들이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그들로부터 대중이 얻는 것이 있으니 그들에게 댓가가 주어지는 것이다. 충분히 존경할만하지 않은가?
하기는 재벌기업 회장은 존경받지만 한 분야에서 오로지 수십년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갈고닦은 전문가에게는 누구도 존경을 보내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그렇다. 존경할만한가 아닌가의 기준은 얼마나 돈이 많은가, 사회적 지위가 높은가? 그에 비하면 연예인이야... 스탠포드 나와서 힙합이나 하고 있는 게 연예인인 것이다. 학벌이 높으면서 연예인 하면 그래서 신기하고, 집안이 좋은데 연예인 해도 뭔가 새롭고. 더불어 연예인이니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도 상관이 없다.
한 마디로 딴따라.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서 그런 인식들을 본다. 막연히 아이돌에 거부감을 느끼고 심지어 멸시하거나 혐오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개그맨이라고 함부로 말하고, 예능인이라고 아무렇게나 대하고, 그런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서.
그리고 그것은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대우와도 이어진다. 도덕적인 책임은 그렇게 강조하는데 그렇다고 사회적으로 그들이 누리는 특권이라는 것도 얼마 없다. 온갖 사생활까지 파헤쳐지며 나노미터 단위로 도덕성을 요구하는데, 그렇다고 사회적으로 남들보다 더 누리는 것도 없다. 그런데도 그것이 그렇게 밉다. 그들이 버는 돈이. 그들이 받는 대우가. 그들이 누리는 모든 것이. 뭔 일만 터지면 연예인에게 증오를 쏟아붓는 것도 단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한 마디로 연예인 따위가.
박재범 때도 그랬었지.
"사장이 직원이 직장 욕하는데 잘라야지 누가 가만 있느냐?"
타블로 때도 그랬다.
"대중님들의 의혹을 제기하는데 제깍제깍 나와 해명해야지 어디 감히 침묵을 지키느냐?"
사회적인 인식이 그런데 과연 그러면 정작 연예인과 직접적인 계약관계에 있는 연예기획사는 어떨까? 아니면 방송국은? 언론이나 미디어는?
결국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된다. 나름대로 대중들에게 인지도도 있고 인기도 있고 영향력도 있는 아티스트라면 충분히 존경과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만한 경제적인 부와 사회적인 지위와 어느 정도의 영향력과 권력은 가지고 있어도 좋다. 그러나 어떤가?
카라 쯤 되는 인기 걸그룹이 스케줄에 있어 자기 의사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한국에서도 일류에 속하는 인기 걸그룹이고, 일본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음에도 자기 스케줄을 정하는데 아무런 자기 의사를 반영할 권리조차 없이 무작정 돌려지고 있다. 일단 소속사에서 계약을 했으니 계약한대로 이행해야 한다. 이게 과연 아티스트인가? 그냥 고용인인가?
계약이 그렇게 맺어져 있어도 그 쯤 되면 자연스럽게 존경심이라는 게 생겨야 하는 것이다.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김밥에서 이제는 메뉴를 고를 수 있게 되었다고? 마찬가지로 반드시 필요한 스케줄이라면 불러서 이러이러한 내용이고 이러이러해서 필요하다. 함께 해 보자.
하지만 워낙에 한 철 장사라는 생각이 있으니까. 인기란 한 때라고 그때 반짝 뽑아먹고 말려고 한다. 저번 아이유의 인터뷰만도 그렇다. 이제 겨우 고등학교 3학년 올라가는 여자아이에게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잠을 2시간밖에 재우지 않고 돌리는가? 당장의 인기가 아쉽더라도 아이유라면 장차 10년, 20년, 아니 어쩌면 이선희와 같은 전설로까지 성장할 지 모르는 재목이다. 스스로 원하더라도 말려야지.
도대체 어떻게 관리하면 무대에서 아티스트가 쓰러질 수 있을까? 물론 최근 일만도 아니다. 그동안도 숱하게 있어온 일이다. 한 철 장사라고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 거기에는 아티스트를 수단으로 여기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한 사람의 아티스트로서 존경하기보다는 돈벌이의 수단으로서만 소비하려고 드는. 인정받는 아티스트의 경우 판매량이야 어떻든 아티스트에 대한 후원 차원에서 계속해서 관리해주곤 하는 해외의 경우가 정말 비교되는 부분이다. 최소한 자기들에 돈을 벌어다주고 있다는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존경받고도 남음이 있음에도.
이번 카라 전속계약해지 사태의 본질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기회가 되었다고 물어뜯으려 달려드는 미디어와 대중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단지 아티스트를 소모품으로만 여기는 이들. 단지 아티스트를 대상으로써 소비하려고만 드는 이들. 그리고 누구보다도 아티스트를 존중하고 보호해주어야 할 연예기획사마저.
왜 뻑하면 연예기획사 관련해서 성폭행이니 성상납이니 하는 안 좋은 뉴스들이 터져나오는가? 성폭행이란 뭔가? 성상납은 뭔가? 도구로 보는 것이다.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인격이 아니다. 아티스트는 커녕 한 사람의 인간조차 아니다. 대중 역시 마찬가지다. 한두 사람이면 개인의 문제겠지만 그것이 열 사람 스무 사람 넘어가면 우리 사회의 문제다.
"까짓 딴따라"
그동안 줄곧 하고 싶었던 말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어떻게 상황이 이런 지경에까지 놓이게 되었는가? 그동안 3인과 그 부모들을 비판한 것이 순전히 카라의 앞으로의 존속과 활동에 대한 전략적인 판단이었다면 이것은 내 솔직한 인식인 셈이다. 어디서부터 이번 일은 비롯되었는가?
아마 이러고도 또 비웃음이나 사지 않을까 싶지만. 그깟 연예인에게 무슨 존경심인가? 그깟 아이돌에게 무슨 존경심씩이나인가? 그러나 그들이야 말로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몇 안 되는 이들이라 여기기 때문에.
팬이 존경하지 않는데 기획사가 존경할 리 없다. 대중이 존경하지 않는데 자본이 그들을 존경해줄 리 없다. 거꾸로 정작 아티스트와 기획사 자신도 아티스트를 존경하지 않는데 그러면 대중은 그들을 존경해줄까?
항상 생각해 왔던 것. 누구보다도 탁월한 재능으로 많은 사람을 울리고 웃기며 감동을 주고 행복을 주었건만 여전히 업수이여김을 당하는 이들에 대한. 진정 존경받을 자격이 있는 이들에 대해서. 아마도 문득.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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