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영웅호걸 - 홍수아는 연기해라!

까칠부 2011. 1. 24. 07:28

"연기하고 싶어요~!"

 

소원을 이루는가? 불길했던 예감과는 달리 이게 꽤 재미있어졌다. 역시 영웅호걸은 멤버들이 어울려 아옹다옹해야 재미있다.

 

연기와 영화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홍수아와 그녀를 못미더워하며 디스하는 서인영. 그동안 팀을 고정하면서 이렇다 할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게 꽤 재미있다. 천진스럽다 할 정도로 엉뚱한 홍수아와 그런 그녀를 참아내지 못해 하는 모태다혈 서인영. 그러면서도 곧잘 맞춰주는 정겨움이 있다.

 

확실히 이제는 홍수아가 에이스다. 유인나는 아마 시크릿 가든 촬영 때문에 기운이 빠진 듯 많이 주춤한 모습이다. 가끔씩 보여주는 감각은 과연 유인나다 싶기는 하지만 뭐랄까... 홍수아와 노홍철과 따로 떨어진 유인나는 전만한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나마 신봉선과의 앙숙관계마저 소멸해 버려서. 과연 과거와 같은 앙숙관계로써 신봉선과 함께 영화를 찍으러 갔다면 그것은 또 어땠을까?

 

다시 공룡으로 돌아온 박지연도 반갑고. 거기서 비닐테이프를 이로 끊을 생각을 하나? 하기는 비닐테이프 이로 끊는 것이야 대단할 것이 없는데, 그 순간에도 지어 보이는 표정이며 태도들이 무척 귀엽고 매력적이다. 약간은 고집세고 엉뚱하게 자기멋대로인 원래의 캐릭터를 다시 찾았달까? 어쩌면 지루할 정도로 상식녀인 이진과의 커플도 나쁘지 않을지도. 박가희와 정가은의 콤비는 둘 다 너무 욕심을 내서 망했지만.

 

아무튼 역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어느샌가 상황에 몰입하며 웃으며 눈물을 흘리는 연기를 소화해낸 홍수아. 역시 그녀는 배우였다. 그것은 그냥 아이돌이고 가수이고 예능인인 다른 멤버들에게는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노홍철은 아예 연기 자체가 되지 않는다. 연예계생활 30년이 넘어가는 노사연조차 상황극은 되지만 극연기는 되지 않는다. 그에 비하면.

 

하긴 그러고 보면 영웅호걸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두 멤버 유인나와 홍수아 둘 다 배우 출신이다. 다른 어떤 멤버보다도 풍부한 표정과 리액션.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하는 말이며 표정이며 행동들이 남다르게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다른 배우 출신의 예능인에 비하면 보다 예능인에 가까운 천연계이지만, 그러면서도 연기자로서 갈고닦은 기본을 충실히 살리고 있는 셈. 특히 홍수아는 순간순간 멋대로 상황극을 만들거나 이끌며 연기자로서의 본분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홍수아야 말로 연기자가 예능에서 살아남는 모범답안이 아닐까.

 

그렇게 연기를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순간순간 놓치지 않고 연기에 대한 욕심을 불태웠다. 그러더니만 이렇게 쉽지 않은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니. 더구나 홍수아는 그다지 연기가 좋은 배우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만큼은 나까지도 가슴이 찡해지는 것이... 그리고 이어지는 마치 연출가로서의 나레이션 처리에 대한 구상까지. 아, 유인나도 자기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면서 보여지는 경험들이라는 게 정말 대단하다.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현장의 경험이라는 게 있으니까.

 

어쩌면 연기가 하고 싶은 배우 홍수아를 위한 제작진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굳이 영화감독이며 관계자까지 불러 시사회도 하고. 유인나는 그래도 드라마 하나 끝냈으니까. 내내 느껴지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 그녀의 순수한 표정만큼이나 산뜻하고 유쾌하다. 간절한 꿈이 뿜어내는 향기보다 독한 건 없다. 취한다.

 

영웅호걸 보면서 가장 호감도가 높아진 멤버가 아닐까. 그동안은 서인영이었는데 추월했다. 유인나에서 서인영으로 그리고 홍수아. 갈수록 진국이다. 그녀 자신의 매력도 매력이려니와 그다지 예능에 익숙지 못한 가운데서도 자기 스스로 상황을 만들어가며 분량을 챙기는 감각은 놀라울 정도다. 초반에는 유인나가 강세였는데 지금은 홍수아가 조금 앞선다. 다시 팀을 고정에서 매번 달리 짜는 것으로 바꾼다면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들이 그녀로부터 나오지 않을까.

 

의욕에 넘쳐 쓴 시나리오는 정말 얼마나 오버스러운가. 10분 분량이라더니만 그런 장편을. 하지만 원래 아마추어들이 처음 하는 일이 그렇다. 무엇 하나 버리려니 욕심만 앞서서. 더구나 자기가 연기할 장면이면 연기에 대한 욕심만큼 버리기가 쉽지 않겠지? 너무나 뻔하지면 어쩐지 소녀적인 홍수아의 시나리오와 그래도 최근까지 연기를 했다고 상대적으로 규모있게 쓴, 무슨 내용인지 궁금한 유인나의 시나리오. 아,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다음주를 기다리게 된다.

 

역시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란 재미있다. 아니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 재미있다. 처음에는 그리 걱정 반 귀찮음 반으로 꺼려하더니만 어느새 열정적으로 되어 버린 모습들을 보라. 진지한 표정으로 하나하나 아이디어를 더하고, 조금 더 잘 찍기 위한 노력들을 더하고, 마음을 더하고, 무엇보다 영웅호걸 그녀들이 있고. 또 그런 영웅호걸들에게 마음껏 당해주고 이용당해주는 노홍철과 이휘재가 있다.

 

간만에 정말 재미있었다. 팀 고정이라는 게 여전히 아쉽기는 하지만 이만하면 영웅호걸의 원래 모습을 상당부분 찾았다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 새로운 팀에 아직 익숙지 못해 관계가 미흡한 것도 있지만 그런 것도 조금씩 찾아가는 과정이고. 다음주는 기대해 보아도 좋지 않을까? 그 다음주도 역시.

 

노사연더러 "언니"라 부르는 니콜의 자연스러운 웃음이 좋고, 서로 거리낌없이 장난도 치고 독설도 할 수 있는 그런 정겨움이 좋고, 어느새 함께 손잡고 영화를 만들어가는 그 마음들이 좋다. 진지하게 아이디어를 들어주고, 어리지만 의욕이 넘치는 지연을 한참 선배인 이진이 가위심부름까지 하며 서포트해주고. 이런 게 영웅호걸이었을 텐데.

 

그런데 의문이, 설마 남자의 자격 "단편영화"를 의식한 미션은 아닐까? 홍수아를 위한 미션이거나, 아니면 남자의 자격을 의식한 미션이거나, 확실히 시간차이가 짧으면 신경쓰이기는 하겠다. 아무리 스마트폰영화제지만 많은 부분 겹치니까. 물론 재미있었으니 상관은 없지만.

 

다시 말하지만 영웅호걸의 주인공은 다른 누구도 아니다. 영웅호걸의 세일포인트 역시 그 어떤 다른 미션도 주제도 아니다. 영웅호걸 자신이다. 그것을 충실히 보여준 회차였다. 미흡하지만 그것이 좋았다.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