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추억이 빛나는 밤에 - 최민수편 재미있구나...

까칠부 2011. 1. 25. 07:10

조금 - 아니 상당히 감동이었다.

 

"아이를 낳고 젖을 먹이고 과자를 구워주고, 그런 일상적인 모습들을 너무 기적같이 보는 거에요. 그런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습들에 무척 감사하고.  다른 평범한 남자와 결혼했다면 그런 귀한 일상들이 전혀 귀하게 여겨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하는 것인데 최민수만 다르게 인정하더라."

 

하기는 최민수의 성장과정이 그렇게 순탄치는 않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버지 최무룡과 어머니 강효실과의 사이에서의 문제 때문에 - 아마 김지미와의 스캔들과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 어려서부터 꽤나 불우한 과정을 거치며 성장했었다. 그가 "신의 아들"에서 최강타로 캐스팅된 이유도 가장 최강타와 닮은 눈빛 때문이었다고 하던가?

 

그러고 나니 문득 이해가 되기도 하고. 어쩌면 그는 세상을 알기 전에 고독을 먼저 알아버린 사람인지도 모른다. 내가 비정상이고 세상이 정상인지 세상이 비정상이고 내가 정상인지.

 

그런데 아내 강주은과 만나는 순간 그 차이가 바로 이해가 되어 버렸다던가? 송창식의 "사랑이야"를 부르며 이 노래야 말로 그 순간의 자신을 제대로 묘사하고 있다고. "사랑이야"는 나 또한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송창식의 사랑노래는 정말 대중가요의 클래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내를 만나고서 아내로부터 처음으로 머물 집을 발견했다. 그래서 아내를 위해 좋아하는 색이라 하니 핑크빛 카페트에, 아내의 집에서 보았던 인형들에, "엄마의 바다"를 촬영하는 동안에도 주말이면 캐나다로 아내를 만나러 가고, 하루에도 몇 시간씩 전화통화를 하고, 이런 동화같은 사랑도 실제는 있는 모양이다. 하기는 고독을 알아버린 사람은 누구보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 그리고 배반하지 않는다.

 

최민수라는 인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한 느낌이다. 그동안의 허세가득한 예능에서의 모습과는 또 다른 진지하고 순수한 모습이랄까? 아내의 폭로에 민망해하며 불가로 도망치는 모습은 과연 이것이 그 최민수인가. 물론 김창렬에게 라면을 끓이라 시키고 녹화하다 말고 라면을 먹는 모습은 최민수 그 자체였지만.

 

참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다. 놀러와에서와 같은 명MC의 능숙한 진행은 없지만 그 대신 편안함이 있다. 아마도 MC들의 어색함으로 인한 들어주는 분위기일 것이다. 더구나 초대된 게스트들이 하나같이 연륜이 있는 사람들이라. 그나마 홍서범 정도나 비슷하게 대화를 나눌까. 간만에 한때 미친 듯 불러댔던 "걸어서 하늘까지"도 들어보고. 힘을 뺀 최민수의 목소리가 그의 삶인 듯 잔잔하게 젖어온다.

 

그러고 보면 이 "걸어서 하늘까지"라는 노래도 "질투"와 더불어 OST로서 단지 노래만 뜨고 가수는 묻혀버린 불행한 경우다. 당시 OST가운데 이런 보컬락스타일이 적지 않았는데. 락의 느낌을 살린 - 그러나 밴드사운드가 아닌 보컬만을 위한 노래들. 드라마 "폴리스"의 주제가 역시 나의 애창곡 가운데 하나다. 드라마는 솔직히 재미없어 보다 때려쳤지만.

 

어쨌거나 이경실이 나대지 않는다는 것만도 대단히 성공적인 예능이라 하겠다. 내가 지금까지 예능 가운데 이렇게까지 이경실이 조용한 예능은 처음인 것 같다. 남는 것 없이 시끄럽기만 해서. 하기는 말했듯 초대되어 온 게스트들이 어지간한 사람들이어야지. 덕분에 오히려 김희철이 막내로서 애교를 부리는 위치다. 류시원은 도대체 뭘 하는 것인지. 홍서범도 초반에는 노래도 하고 하더만. 윤정수도 역시. 하지만 그래서 게스트의 말에 집중할 수 있는 점은 역시 베스트.

 

좋다. 재미있다. 자주 봐야겠다. 과연 누구까지 나올까. 최근 기대가 되는 예능이다. 역시 늙었다.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