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이해가 된다. 그동안의 최민수의 허세스럽던 모습들이. 허세라기보다는 단지 도시의 세련됨에 익숙하지 못한 때문이었다. 강주은씨의 말마따나 미녀아 야수라고나 할까? 자기 성에서 홀로 외로움을 곱씹던 괴팍한 야수가 미인을 만나 사람이 되었다.
최민수라는 작품에게 있어 강주은이란 대본이다. 두려움이란 때로 존경심에서도 나온다. 달리 외경이라 한다. 진정으로 사랑하고 감사하며 인정하는 이. 투덜투덜 불만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마치 어머니에게 투정을 부리는 아이와 같다. 마치 아이처럼 천진스럽고. 이렇게 귀여운 사람이었구나.
김제동에게 전화 거는 장면에서는 빵 터져버렸다. 500만원으로 갚는다 해놓고서는 비상금 400만원을 가져가 돌려주지 않고 있다. 주머니에 뭐라도 있어야 힘이 나는데 돈이 없어 힘이 전혀 없다. 그러더니만 느닷없이 김제동에게 빌려준 60만원을. 이야기하다가는 다시 김제동에게 또 전화. 끝내 돈은 아내 강주은에게 돌아가고 김제동에게는 무덤자리만 하나 남았다. 김희철과 나란히 묻히게 될까?
내내 유쾌했다. 기억도 가물한 드라마 이야기도 좋았지만 최민수라는 한 인간에 대한 진솔한 향기가. 물론 방송이기에 그렇게 좋게 포장한 부분도 있었지만 내내 아내를 어려워하고, 아내의 폭로에 당황해하면서도, 마침내는 아내의 어깨에 기대 어리광부리는 모습은 진심이었으리라. 때로 이런 곤란한 자리를 만든 PD에 대한 협박과 김창렬에게 라면을 끌이고 불을 피우도록 하는 모습 역시.
MC가 쓸데없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지만. 그나마 홍서범과 김희철만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까? 이경실은 충분히 뒤로 물러나니 MC다운 모습이 보인다. 비로소 이경실이 아닌 게스트가 보인다. 아마 이홍렬까지 MC로 합류하면 이홍렬, 이경실, 김희철, 홍서범 정도만 남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조용하면서도 소란스러운 즐거운 프로그램이었다. 그립기도 하고, 또 진솔한 사람의 향내가 매혹적이기도 하고, 어쩌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일 수도 있어서. 새로운 타입의 예능이 나타난 것이 아닌가. 다음주 이홍렬을 기대해 보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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