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카라KARA와 DSP -연예기획사와 전문성에 대해...

까칠부 2011. 1. 25. 08:05

영화계에서 뛰어난 영화제작자는 감독 이상으로 존경을 받는다. 음악계에서도 훌륭한 음반기획자는 음악인들로부터도 존경받는 대상이다. 그들이 아니면 어쩌면 그 영화도 그 음악도 나올 수 없었을 테니까. 직접 영화를 만들거나 음반을 내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 역시 창조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소녀시대 멤버들이 다른 기획사를 통해서도 지금의 소녀시대가 될 수 있었겠는가? 아마 원더걸스의 멤버들도 SM에서였다면 사뭇 다른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타나게 되었을 것이다. 포미닛이 YG에 갔다면 YG의 색깔이 덧씌워졌겠지. 하긴 그러고 보면 구하라도 SM과 JYP에서 모두 오디션에서 떨어진 적이 있었고, 아이유도 JYP 오디션에서 물먹은 경험이 있다. 하기는 SM이나 JYP와 구하라가 잘 맞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고, 각자 나름의 방식이 있고, 비스트에서 이기광이 잘 나가도 JYP안에서는 데뷔하지 못했던 것처럼. 가능성을 발굴하고, 그것을 훈련시키고 단련시키고, 다시 기획사만의 색깔을 덧씌워 컨셉을 잡고 음악을 고르고 안무를 만들고, 물론 미연에 대중의 기호나 취향에 대해 읽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각종 미디어와 방송출연등을 통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자신들을 알리는가.

 

거저되는 것일까? 아이돌이란 그저 데뷔만 시키면 알아서 스타가 되는 것일까?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그 이전에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주먹구구로도 되던 90년대와는 다르다. 하필 최고의 아이돌 전문 기획사가 음악인 출신인 이수만, 박진영, 양현석이 이끄는 SM, JYP, YG인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고, 방식이 있고, 추구하는 바가 있다. 그래서 때로 팬들은 아이돌 자신만이 아닌 기획사를 자신의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는 한다. 아니 아예 기획사 자체에 충성하는 팬들도 있다.

 

연예기획사란 기본적으로 매니지먼트를 전담하는 곳이다. 사실 그것만도 상당한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어떻게 소속 연예인을 위한 최선의 최적의 스케줄을 잡아 연예인 자신의 가치도 높이고 회사의 수입도 높일 수 있는가. 그냥 소속 연예인이라고 막 굴리기만 해서는 결국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하물며 아이돌기획사에는 매니지먼트 말고도 한 가지가 더해져야 한다. 물론 일반 연예기획사에도 그런 것들이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아이돌기획사이기에 더 중요한 것. 바로 프로듀싱이다. 아이돌을 만드는 것. 아이돌을 키우는 것. 아이돌이기에 연예기획사의 기획력과 추진력, 업무수행능력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아니 그런 기본적인 능력 - 특히 하나의 아이돌을 디자인하고 만들어낸다는 창조적인 역량이 없고서는 아이돌기획사로서 성공할 수 없다.

 

한두번은 어떻게 우연으로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한 재능이 필요하고 그만한 기술이 필요하며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쩌면 곡을 쓰고 안무를 짜는 그 이상의 창조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 바로 아이돌 매니지먼트라 하는 것일 게다. 프로듀스의 개념까지 포괄하는 그 자체로 하나의 크리에이티브다. 가장 정교하고 정밀하며 전문성을 요하는 창조의 작업이다.

 

그냥 괜찮은 예쁜 아이들 있으니 적당히 연습시켜 데뷔시킨다. 통할만한 노래 줘서는 아무렇게나 예능 잡아서 사람들에 알리고 스케줄 잡아 돈 벌게 한다. 그런다고 다 성공하면 누가 아이돌 안 만들겠는가? 그나마 SM, YG, JYP나 되니까 계속해서 아이돌을 내놓고 성공하기도 하는 것이다. 큐브의 경우는 JYP의 인재풀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으니까. 그리 나오는 아이돌은 많은데 성공하는 아이돌은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이들 가운데 어딘가의 소속이다. 그냥 되는 일일까?

 

노예계약이라는 일부의 주장들에 대해 오히려 SM소속 연예인들이 반발하는 이유도 그런 것일 게다. SM을 나가서는 지금과 같이 성공할 수 없다. 다시 말해 SM의 프로듀스와 매니지먼트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 값어치는 남들이 생각하는 노예계약 그 이상의 것이다. SM이라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노예계약이라고 비난하는 가운데서도 SM에 남기로 선택한 것이 단지 의리를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필요에 의한 선택이며 SM이라는 연예기획사의 힘이다. 역량이다.

 

사실 진짜 어이가 없었다. 가정주부라. 물론 전업주부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혼자 살아보면 알겠지만 하루종일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일 보통 체력과 정신력으로 못 한다. 남편이 바깥일 하는 동안 집안을 지킨다는 게 바깥일 하는 만큼의 가치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집안에서지 회사에서는 아니지? 더구나 한 번도 그쪽 일을 해 본 적 없다면.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었다. 대충 알아 본 바로 이게 이런 난장이 없다. 딱 기껏 명품 브랜드 만들어놨더니 돈 벌자고 하자품까지도 명품 브랜드 붙여서 내놓는 욕심쟁이 꼬라지다. 그래도 원래 사장은 브랜드를 만드느라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시장조사도 하고, 기술도 개발하고, 디자인도 고안하고, 사람을 채용하고, 설비를 들이고, 그리고 치밀한 계획 아래 철저히 브랜드 가치를 관리하고.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더 많이 생산해 팔면 더 돈이 될 텐데. 낚시를 모르는 사람에게 명품 낚시대란 그냥 낚시대다.

 

혹은 기껏 부모가 일구어놓은 명품 브랜드로서의 맛집들이 자식대에 이르러 값싼 재료와 부실한 관리와 인색한 서비스로 인해 망하는 경우도 그런 예일 것이다. 처음 음식점을 시작한 당사자에게는 자신이 만드는 음식과 단골이란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고 작품일 수 있겠지만 물려받는 입장에서는 단지 돈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 그런데 무슨 가게가 유지가 되겠는가? 꽤 많다.

 

물론 무지는 죄가 아니다. 모르면 배우면 된다. 무지를 인정하고 혹은 배우려 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면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 하는 게 문제다. 더구나 그러면서 욕심을 부리게 되면.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경험도 없이 기업을 물려받는 예가 해외에서도 적지 않지만 그것이 반드시 문제가 되지는 않는 이유가 바로 그런 것 때문이다. 이병철이 이건희에게 삼성을 물려줄 때 함께 물려준 것이 자신과 함께 고락을 함께 한 전문적인 가신단이었다. 아마 이건희 역시 아들 이재용에게 삼성과 더불어 그를 보좌하며 견제할 가신단을 함께 남겨줄 것이다.

 

모르면 배워서 하면 되겠지. 배우기가 시간이 걸리면 이미 지식도 있고 경험도 있는 기존의 전문가들의 지혜를 비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문제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경영진이라고... 전문성도 없는 주제에 욕심만 많다. 과연 이런 회사가 앞으로 제대로 돌아갈 것인가? 카라는 그렇다 치고, 레인보우까지도 어찌어찌 버틴다 치고 그 다음이란 과연 있을까?

 

모르겠다. 그냥 카라까지 하고 접을 계획인지도. 아니면 뭔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그냥 맨땅에 헤딩하다 보면 뭐라도 나오는 것이라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이번 카라 전속계약해지 사태를 보고 배우는 게 있으면 좋으련만. 아니 어쩌면 그 과정에서 DSP 안에서 유능한 인재들을 발굴해 쓸 줄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의 DSP의 대응은 교과서로 써도 좋을 정도로 모범적이었다. 처음 당황한 듯 감정적인 반응을 내보이다가 이내 수습하고는 철저히 3명과 그 부모들의 머리 위에서 놀고 있었다. 기대해 봐도 좋을까?

 

아무튼 그래서 DSP에 대해서도 권하고 싶은 것이 그것이다. 카라 계약 끝날 때까지만 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이번을 계기로 체질을 바꾸라. 경영권을 놓으라고는 하지 않겠다. 다만 일선에서 직접 뛰는 입장에서는 비전문적인 경영진의 간섭으로부터 최대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전에도 말한 전담팀체제다. 모든 소속연예인에 그런 전담팀을 붙여줄 수는 없더라도 돈이 되는 경우라면 보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그런 팀이 필요하다. 더불어 그런 팀들은 내부적으로 인재를 키우는 풀이 되기도 하여 전체적인 회사의 수준을 높여줄 것이다.

 

물론 말했지만 카라 이후에도 연예기획사를 계속 할 생각이 있다면이다. 새로운 아이돌을 발굴해서 그들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자 한다면 필요한 과정이다. 지금 카라에게 하는 식으로는, 하기는 레인보우도 프로듀스와 매니지먼트만 제대로 되었다면 그 좋은 노래들로도 저런 한심한 결과를 내고 끝나지는 않았겠지. 그래서 불쌍한 게 레인보우다. 정말 주먹구구에 생각없는 매니지먼트였다.

 

일단 상황이 봉합되어 가는 것 같으니. 카라가 먼저 하나로 합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얼마나 안정된 체제를 만드는가. 물론 내가 DSP의 경영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하고 관심을 가질 일은 아니겠지만 - 아마 카라 떠나고 나면 DSP와의 인연도 끝나겠지만 그러나 그 동안에는 그것이 필수적이므로. 잘만 하면 카라와 재계약까지 성공하고 일본에서 인지도를 높인 카라를 통해 더 높은 이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 잘만 한다면. 황금알이 아닌 황금송아지를 낳는 암소로 만들 수 있다.

 

하여튼 진짜 어이가 없었다. 연예기획사만큼이나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도 드물 것 같은데, 한 번 관련해서 일해 본 적이 없는 대표이사라. 그리고 정체도 알 수 없는 등기이사 하나. 우리나라 기업문화가 원래 그러하니 뭐라 하기도 그렇지만. IMF당시 왜 그리 많은 기업들이 망해 나갔을까.

 

다 좋은 소리다. 경영진퇴진이야 받아들이라 하지 않겠지만 체계적인 관리시스템과 더불어 당사자인 소속연예인과 그 보호자와의 소통을 위한 시스템을 갖춰두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연습생을 길러내는 인프라도 갖출 수 있으면. 뭐 당장은 무리겠지만. 그냥 돈 벌고 끝나는 게 경영이 아니다. 당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