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가수와 함께 노래방 갈 일이 있었다. 가만 듣더니 말한다.
"노래를 왜 항상 반음씩 낮춰 불러요?"
음정은 맞는데 항상 반음이 낮다. 음역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모든 노래가 그러고 있으니까.
위대한 탄생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기억이다. 당시 그 친구가 왜 내가 노래 부르는 것을 듣고 웃었을까?
"목소리 컨트롤이 안 되는 거에요."
태국편에서도 아마 그런 말이 나왔었던 것 같은데. 내가 왜 음치인가를 알겠다. 그 반음이...
아무튼 여전히 한 사람이라도 가능성을 찾아내려는 심사위원들의 노력에 돋보인 회차였다. 내가 보기에도 하나도 노력이 안 되어 있는데. 연습부족이라고 뻔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참가자란 민폐에 다름 아니다. 방시혁이 화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최대한 또 살려내려 노력하고...
면접 볼 때도 그렇다. 포트폴리오 만들어 오라니까 바로 급조해서. 모르는 것 같은가? 포트폴리오 보면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심리상태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사실 보인다. 안 보일 정도면 볼 것 없이 합격이겠지. 그런데도 참 뻔뻔하다. 이 정도면 봐주겠거니. 와서 사정도 하고.
아마추어가 보는 것과 프로가 보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아마추어가 보기에 그 정도면... 혹은 아마추어가 보기에 이게 뭐야? 하지만 그 안에 역시 프로이기에 보이는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안 보이는 것이고.
가끔은 반발하고 때로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그리고 지나서는 아, 그렇구나! 도대체 김태원은 한호와 김한준에게서 무엇을 보았넌 것일까? 그것도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한 재미일 것이다. 남들 다 반대하는 가운데서도 유독 보고 싶은 가능성이란. 그 가능성이 꽃피우는 것이.
그나저나 확실히 프로는 프로다. 6시간밖에 자지 못해 목이 잠겼는데, 전날 공연을 마치고 잠도 못자고 나와서는 그렇게 한결같은 모습들이라니. 국민시체라고까지 불리웠던 김태원마저 새벽시간까지 남아 기침을 하면서도 날카롭게 참가자들의 노래를 듣고 판단하고 있다.
"자기 사정 봐달라 하는 건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오디션만이 아니다. 어디나 마찬가지다.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프로. 못하니까 아마추어다.
동정조차 가지 않는 탈락자들과 어쨌거나 기획를 얻은 합격자들과.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합격자 가운데 다시금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을까? 사실상 탈락자와 크게 구분이 가지 않는 그들 가운데서 김태원의 말마따나 합격시켜준 멘토들을 부끄럽지 않게 만들 합격자가 나올 수 있을까?
다음주가 기대되는 것도 그래서다. 도대체 참가자의 역습이라니. 떨어뜨렸으면 후회했을 것 같다니. 또 얼마나 일취월장하여 괄목상대한 모습을 보여줄까. 멘토들의 판단을 다시 확인해 볼 수 있을까?
"그래도 가능성을 보고 다음으로 올려보내기로 했으니까..."
역시 오늘 분량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벤을 너무나 맛깔나게 불렀던 김정인. 박채린도 잘 불렀는데 역시 내 취향에는 김정인이 가장 어울린다. 막귀라서인가 오늘 가운데 가장 나았던 것 같다. 그리고 한 사람을 추가한다면... 에... 에... 에... 없네? 지난주 이태권과 양정모, 이동미의 존재감이 너무 컸던 때문일까? 허지애라도 나왔다면 뭔가 달라졌을지 모르는데.
아무튼 대충 그려진 판세로 이태권이 김지수, 데이비드 오가 존박, 양정모가 허각, 김혜리가... 부족해... 과연 백청강씨는 어떤 소리를 들려줄까? 황지환? 흠...
다음주가 벌써 기다려진다. 흥미진진하다. 도대체 여기서 멘토가 직접 가르치기까지 시작하면 또 얼마나 재미있어질까? 금요일이 일주일 가운데 두번째로 좋다. 확실하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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