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역시 음악 자체가 좋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허투루 만든 음악이 없었다. 허투루 만든 것 같지만 나름의 개성과 음악적 성취도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음악들이었다. 더불어 그 음악을 살리는 훌륭한 퍼포먼스까지. 음악이란 듣는 것이 전부가 아닌 보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달까?
그러나 음악만 좋다고 뜬다면 세상에 뮤지션들이 고민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특히 우리나라에서. 그래서 둘째, 우리나라에서 한다하는 뮤지션들까지 방송에 나와서 웃겨야 하는 이유 - 제대로 이슈를 탔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무한도전 시청율이 도대체 얼마인가? 아마 어지간한 가요프로그램도 이 정도 시청율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시청율 높은 주말 오후시간대다. 그 시간에 가장 잘 나가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아이돌 위주로 진행되는 가요프로그램에 환멸을 느껴 아예 보지도 않는 사람들마저 그 시간에는 예능으로써 텔레비전 앞에 앉아 방송을 본다. 바로 그 노출도. 음악도 좋은데 그것을 본 사람도 많더라는 것.
더구나 마지막으로 방송을 통해 보여진 뮤지션들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진지한 모습을 들 수 있겠다. 사기꾼작곡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윤종신에서부터, 밴드음악이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보여준 노브레인과 YB, 가차없이 곡을 캔슬하고 그에 맞춰 다시 곡을 준비하는 작곡가 안영민의 모습이라든가, 음악초짜인 유재석으로 하여금 연주를 하게 하고, 멜로디를 만들게 하고 그것으로 곡을 완성해가는 타이거JK의 모습이라든가, 아마 생소한 사람도 있겠지만 바로 이것이 뮤지션의 모습이었다. 듣기로는 그리 편하고 쉽지만 곡 하나를 만들고 선택해 부르기로도 이렇게 많은 손이 가고 노력이 든다. 말하자면 뮤지션의 냄새가 물씬 풍기더랄까?
확실히 이트라이브나 안영민 같은 경우는 방송을 통해 보기 힘든 뮤지션들이다. 노브레인도 방송에 자주 노출되는 편이기는 하지만 이름만 아는 경우가 많다. 그런 뮤지션들이 그렇게 - 어쩌면 즉흥적으로 보이지만 머리를 맞대고 음악을 만들어가는 모습이란 얼마나 신선한가?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을 무대에서 익숙한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부르고 있다는 것은.
즉 말하자면 뮤지션에 대한 향수와 동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을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더 가깝게 끌어준 것도 있고. 힙합이 뭔지도 모르던 사람들도 유재석은 알 터이고, 그 유재석과 같이 음악을 만들어가는 순수하면서도 열정이 넘치는 타이거JK도 알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선 무대까지도. 윤미래도 다시 한번 그로부터 주목 받게 되었고.
결국은 방송을 탔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것도 보는 사람도 없는 음악방송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버라이어티를 통해. 그만큼 보여질 수 있었고, 보여질 수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한 마디로 방송이야 말로, 예능이야 말로 정답이라 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과연 지금의 이 일곱 노래들이 무한도전을 통하지 않고 바로 발표되었을 때 지금만한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 글쎄... 음악이 좋다고 묻히는 뮤지션이 얼마나 많은가? 그만큼 대중에 접근하기가 쉽지도 않고, 대중 또한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여건도 그다지 뮤지션에 유리하지 않고.
그래서 나의 경우 이번 무한도전 듀엣가요제야 말로 한국 대중음악의 한계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음악프로그램을 통해 발표되었으면 묻혔을 수도 있었던 노래들이 예능을 통해 발표됨으로써 화제를 끌게 되었더라는 것... 그만큼 이제 더 이상 음악프로그램 등을 통해 음악을 접하는 사람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요즘은 예능인으로 더 유명한 부활의 리더 김태원이 인터뷰 도중 유현상에게 그리 말한 적이 있었다.
"이제 음악프로그램 나가서 열심히 기타칠 필요 없이 예능 한 번 나가는 게 더 좋아요."
결론은 앞으로도 예능프로그램 이런 거 많이 만들어서 뮤지션들 열심히 출연시키자는 것이다. 아니면 더 이상 음악을 들을 사람이 없으니. 뭔 음반이 나왔는지도 모르고, 어느 신인뮤지션이 데뷔했는지도 모르고, 뭔 음악이 좋은지도 모르는, 음악불감증에 빠져버린 대중을 위해서라도.
아무튼 그래도 노래들은 좋더라는 것이다. 최근 트랜드를 반영한 명카드라이브의 "냉면"도 좋았고, 지극히 이정현스러운 라틴댄스 "세뇨리따"도 좋았고, 물론 가장 좋았던 것은 윤밴의 "나 멋있어", 진정한 후크라 할 수 있는 돌브레인의 "여름", 유쾌하고 발랄한 삼자돼면의 "바베큐", 타이거JK의 음악적 열정과 순수함이 드러난 퓨처라이거의 "렛츠 댄스", 사기꾼 작곡가 컨셉 때문에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 애프터 쉐이빙의 "영계백숙" 특히 가장 중독성이 강한 것이 윤밴의 "나 멋있어"였다. 지금도 그 "나 멋있어 멋있어 멋있어 너보다" 그 부분이 머리를 맴돌고 있으니.
말한 것처럼 앞으로도 이런 이벤트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세가 예능이라면 그에 맞춰가는 것도 대중음악의 본질이라 하겠지. 아이돌이나 인기연예인으로 하여금 예능 등을 통해 대중음악을 견인하도록... 어차피 대중이 보는 것은 그들이니. 한계가 곧 가능성이기도 하더라는 것이다. 아마도. 분명.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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