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윤종신이 비난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까칠부 2009. 7. 24. 15:46

참 어이가 없다는 게,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그 말은 곧 자신의 재능과 실력, 제반 여건 등을 이용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그것이 사회질서를 치명적으로 해치지 않는 한 지극히 정당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자기가 쓴 곡으로 자기가 돈 벌겠다는데 뭐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간단히 아무리 작곡가가 음반사와 가수에 곡을 팔았어도 여전히 그 곡에 대한 권리는 작곡가에게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다른 가수가 불러 시중에 출시되었어도 같은 곡을 다른 가수에게 팔아서 새로 음반을 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즉 아무리 곡을 넘겼어도 그 권리가 온전히 그쪽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윤종신이 무한도전 측이 곡에 대한 권리까지 넘겼던가?

 

그리고 무한도전 덕분에 히트했으니 하는 것도 그렇다. 그런 식의 논리대로라면 드라마나 영화 OST를 따로 자기 싱글이나 앨범에 수록해 파는 것은 안 되겠나? 무한도전이라는 이름값에 힘입어 히트했으니까 무한도전측의 의도대로 쫓을 거라면 OST는 그냥 OST앨범에서나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가?

 

더구나 더 웃기는 건 무슨놈의 불우이웃돕기 운운하는 헛소리들이다. 진짜 헛소리다. 그래서 윤종신이 영계백숙 음원을 공짜로 풀면 불우이웃이 도와지나? 어떤 불우이웃? 어디서 공짜로 풀리는 괜찮은 음원 없을까 기웃거리는 불우이웃? 돈 없어서 유료음원은 다운받지 못하는 불우이웃을 말하는가?

 

가장 고약하다는 게 바로 그거다. 왜 그리 분노하는가? 결국 음원을 돈 받고 팔겠다는 데 분노한 거다. 그게 핵심이다. 돈을 받고 팔겠다고 한 것. 즉 공짜가 아니라는 것. 다른 것 없다. 오로지 그 하나다. 불우이웃돕기든 무한도전이든 다 필요없고 돈을 받겠다고 한 것이다. 내 돈이 나가야 한다는 것.

 

말이야 휘황하지만 결론은 결국 한 가지다. 내 돈 나가는 게 싫다, 돈 주고 음원을 사기도 싫고, 내 돈 지불해가며 음악을 듣기도 싫다. 그러니 공짜로 내놔라...

 

아니라고? 그러면 다시 처음부터 따져보자. 윤종신이 그렇게 욕을 들어먹어야 하는 이유는? 무한도전? 이야기했다. 불우이웃돕기? 이야기했다. 에픽하이? 아, 그게 있구나. 에픽하이...

 

그래, 에픽하이가 전자깡패를 무료로 공개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나도 조금 놀랐었다. 그리고 이 친구들 진짜 화끈하구나, 음악을 즐길 줄 아는구나 감탄했었다. 처음 자기네 앨범 히든트랙에 싣는다고 했다가 대중의 반응이 너무 뜨겁자 기꺼이 즐거움을 공유하고자 음원을 무료로 풀었을 때는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도 - 덕분에 별 관심도 없다가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그들의 음악을 찾아 들어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과연 에픽하이가 정상인가? 아, 정상이라는 말이 그렇다면 보편이라는 말로 바꿔보자. 과연 에픽하이와 같이 무료로 음원을 푸는 것이 보편적인 행위인가 말이다. 그런가?

 

모두가 안다. 프로 뮤지션을 자처하는 그 누구도 자기 음원을 그렇게 싸게 풀지는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것은 하나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내가 만든 작품을 돈을 받고 판다는 것은 내 작품을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이기도 한 것이다. 공짜로 푸는 것이야 누구나 아무렇게나 즐기더라도, 돈을 지불해야 한다면 그 만한 가치를 느끼는 사람들이 그에 접근하려 들 테니까. 그것이 바로 자기에 대한 인정이기도 한 것이다.

 

즉 에픽하이의 행위야 말로 비정상이며 보편적이지 못한 파격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보편적으로 보았을 때는 윤종신이 정상이고. 그런데 에픽하이를 예로 들어 윤종신을 비난하는 것은 무엇인가?

 

솔직해지자는 것이다. 왜 윤종신을 비난하는가? 내 돈 나가는 게 싫어서 아닌가? 딱 보니 핑계거리 생겼는데 그것을 공짜로 안 푸니 그게 싫은 것 아닌가? 그 이기심이 윤종신을 비난하고 있는 것 아닌가 말이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도덕적으로는 문제라? 자본주의국가에서 자기가 만든 음악으로 자기가 돈 벌겠다는데 그게 왜 도덕적인 문제인가? 자기가 만든 음악으로 정당한 댓가를 받겠다는데 그것이 왜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이유가 되는가 말이다. 결론은 자기가 만든 음악을 공짜로 풀지 않은, 사람들이 공짜로 즐길 수 있도록 하지 않은 데 대한 비난이 아닌가 말이다.

 

하긴 예전 팩키지 게임 박살날 때도 그랬었다.

 

"공짜로 다운로드받는 유저도 소비자다!"

 

그래서 소비자의 권리를 내세우며 불법다운로드받은 유저를 고소한 회사에 대해 오히려 불매운동을 펼치기도 했었다. 돈을 받으려 했다고. 정당한 댓가를 받으려 했다고.

 

이야말로 현재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당당히 자기가 노력한 만큼의 댓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할 음악에 대해서까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공짜이기를 바라는. 음악을 돈을 지불하고 - 의미가 있는 만큼 더욱 돈을 지불하고 구입해 들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않는.

 

그렇다고 값이나 비싸나? 디지털 싱글 그거 다운로드 받는데 얼마나 들까? 스트리밍으로 듣기만 한다면야 따로 돈 나갈 일은 없고, 다운로드 받아서 벨소리나 컬러링 등으로 쓰려 해도 고작해야 몇 천 원 안쪽이다. 그게 아까워서... 그게 그리 아까워서... 고작 맥주 한 잔 마실 돈도 안 되는 것을...

 

뭐라 해도 그냥 역겹기만 할 뿐이다. 그렇게들 정의로워서... 그렇게들 도덕적이어서 뮤지션에게 그 음악을 공짜로 풀기를 바란다는 것이. 어찌 저리 뻔뻔할 수 있을까?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이런 게 바로 한국인의 수준이라는 것이겠지만. 욕밖에 안 나온다. 정말 더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