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시피 락이란 흑인음악인 블루스의 리듬에 백인음악인 컨트리의 멜로디가 더해진 것이다. 원래는 음울한 흑인음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익숙지 않았던 백인들이 자신들의 컨트리 음악으로써 자기네들에 맞게 변형시킨 것이었는데, 그래서 정작 락은 미국이 아닌 영국에서 더 꽃피웠다.
당연하지 않은가? 미국에는 흑인음악이 있으니. 굳이 락이 아니더라도 흑인음악인 블루스가 있고, 변형된 R&B가 있었다. 소울도 있었다. 컨트리는 컨트리대로, 흑인음악은 흑인음악대로, 락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더라는 것이다. 반면 흑인음악의 정통이 미약하던 다른 문화권에서는 락은 락일 수밖에 없었고.
락이 유독 영국에서 그 꽃을 피우고, 지금도 브리티시 락이라 해서 하나의 주된 흐름으로 존재하는 것도 그래서다. 미국에서는 락이 맥을 못 추는데 일본 등지에서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는 것도 그래서다. 반면 미국에서야 이제는 힙합도 있고 하니 락이 아니더라도 상관없고. 또 우리나라에도 그렇게 힙합이 들어오고 R&B가 대세를 이루고 하면서 락의 영역을 잠식해 들어갔고.
아무튼 그런 태생 탓에 한국의 언더그라운드를 보면 락과 포크와 블루스가 묘하게 크로스오버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송창식의 히트곡 가운데 "가나다라"나 "담배가게 아가씨"를 들어보면 이건 진짜 락이다. 김현식의 "봄여름가을겨울"이나 "골목길"을 들어봐도 이것도 락이다. 물론 포크이면서 블루스다. 대표 락그룹 가운데 하나인 산울림의 음악을 들어도 포크적인 것들이 적지 않고. 최근의 시나위의 음악을 들으면 블루스적인 삘이 많이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들국화도 특히 언더그라운드 가운데 포크와 락 뮤지션들이 모여 만든 그룹이었다. 최성원은 아무래도 포크에 가까웠고, 전인권은 락에 가까웠고. 포크락이라고 하지?
모던이야 조금 거리가 있지만 그래서 또 초창기 락커 가운데는 나중에 블루스나 컨트리 쪽으로 선회한 이들이 많았다. 물론 락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것은 블루스이기에 블루스 쪽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컨트리의 영향도 상당해서 우리나라 뮤지션들도 그 세례를 받은 경우가 많다. 초창기. 8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블루스와 포크와 블루스는 사실상 공존하고 있었던 셈이지.
아무튼 간만에 담배가게 아가씨를 듣고 싶어 찾아보다가 문득 윤밴의 담배가게 아가씨를 듣고 좌절하고 말았다. 담배가게 아가씨는 기본적으로 펑크에 속하는 곡이다. 그럴 메탈사운드에 올릴 생각을 했으니. 그렇다고 메탈을 잘 하면 몰라? 그것도 메탈이라고.
결국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를 굳이 찾아 듣고 귀를 씻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역시 담배가게 아가씨는 송창식 특유의 능글맞은 창법으로 불러야 한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어디 술자리에서 남의 이야기 들려주듯, 그렇게 즐겁게, 유쾌하게, 그러면서도 조금은 수줍게...
참고로 내 노래방 18번. 내가 노래방에서 반드시 부르는 노래로 이것과 골목길과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있다. 여기에 더한다면 조용필의 한겨울의 그 찻집과 산울림의 회상,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노래들이다. 늙었다는 얘기다. 좋아하는 노래라고 하나같이 옜날 것들 뿐이니.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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