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무한도전 - 예능인에게 개인이란 없다...

까칠부 2011. 2. 6. 01:03

짠하다. 그러면서도 노홍철이라는 개인에 감탄하게 된다. 바로 저런 게 프로로구나.

 

진심인 것 같다. 그런데 그 진심마저도 카메라 앞에서는 예능이 되어 버린다. 고백하고 거절당하고 그 과정에서도 그는 철저히 예능인이 되어 있다.

 

과연 개인의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이. 수많은 사람들 앞에 자신의 감정을 내보인다는 것이. 그래서 결국 김형선씨는 자신의 미니홈피를 일시 닫기도 했었다. 단지 노홍철에게 대상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데 연예인으로써 그런 사적인 감정을 사람들에 알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런 것들마저 웃음의 소재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은.

 

설마 진짜 당사자가 나타날까 불안불안해하면서도 당시 상황의 재연에 충실했던 박명수 역시. 과연 누가 자기 첫키스 상대를 지금 와서 다시 찾고 싶어 할까?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이도 아니고, 아니 설사 그렇더라도 이미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있다. 그럼에도 프로그램을 위해 여장을 하고 당시상황을 연기한다. 당황해하고 불안해하면서도 그 순간에만큼은 충실하다.

 

바로 이런 게 예능인이다. 프로페셔널이다. 개인의 사생활이란 없다. 하긴 강호동도 말했다. 연예인이 받는 출연료에는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비용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과거 슬랩스틱 코미디언들이 몸을 내던져 웃겼다면 지금의 예능인들은 자신의 사생활마저 내던져 사람들을 웃긴다. 개인의 내밀한 감정마저 드러내며, 숨기고 싶은 상처마저 웃음거리로 삼아 사람들에 즐거움을 준다. 그래서 대중은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한 주의 위로를 얻고. 물론 해도 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 못하는 금치산자 얼간이 같은 자식들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역시 기억이라는 게 그렇다. 40년을 살았으면서도 목욕탕건물 2층에 피아노 학원이 있었던가? 나이 4살 5살이면 그때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 누가 있었는지. 그나마 비슷하기라도 하면 좋은데 외모까지 그렇게 바뀌고 나면. 항상 기억이라는 것이 그렇게 대칭적이지만은 않다. 길만 해도 그렇게 소중한 짝사랑의 기억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오히려 당황스럽기만 한 것처럼. 누군가는 반갑고 누군가는 어색하고. 그게 바로 시간이란 것이겠지. 서로의 시간은 그렇게 엇갈리며 서로를 갈라놓고, 혹은 서로를 가까이 스친다.

 

웃기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 상당히 불편하기도 했던 회차가 아니었을까. 길성준의 감정도 일방적이고 정형돈의 기억도 일방적이다. 노홍철의 짝사랑과 실연마저도 일방적이다. 그나마 박명수는 대상도 없다. 그런 것이 또 현실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난감한 표정이 되었던 김형선씨나 그런 상황에서도 예능을 잊지 않은 노홍철의 프로예능인으로서의 자세나. 마음놓고 웃을 수 없는 것은 역시 내가 너무 생각이 많아서 그런 듯.

 

무한도전이 재미있는 이유. 어찌되었든간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는 이유. 심지어 질타를 받더라도. 단지 한때의 인기로 예능에 얼굴을 들이밀어보려는 이들은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들. 웃음이란 그렇게 많은 것을 내던지고 많은 것을 고민하며 제단에 바쳐진 제물 만큼 겨우 얻어지는 것이다.

 

새삼 무한도전의 저력을 본 것 같았고, 그리고 내가 TV는 사랑을 싣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고. 재미는... 정형돈을 전혀 기억 못하는 그 꼬마 아가씨가 웃기기는 웃겼다.

 

의미는 있었다 생각한다. 무한도전다운 미션이었으리라. 약간 안 맞는 것이 있기는 했어도.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