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내 인터넷 생활은 토론방에서 시작되었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네트워크상에서 쓸데없는 논쟁이나 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아마 지금 쓰는 글에서도 당시의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 내가 리플로 논쟁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도 그때 이미 할 수 있는 논쟁은 다 해 봤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인 "두 분 토론"을 모는 입장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조금 과장된 것은 있지만 실제 남성주의자나 여성주의자나 극단에서 하는 소리들이 딱 저렇거든. 아주 약간 과장되었을 뿐 그런 사람들이 실제 현실에 존재한다. 옛날이야기나 들먹이며 여성들을 윽박지르려는 남자들이나, 사소한 부분을 침소봉대하여 역차별을 주장하는 여성들이다.
진짜 징하게 싸웠다. 오늘은 남성주의자와, 내일은 여성주의자와, 그리고 글피는 또 남성주의자와. 딱 저렇다.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진지하게 떠들어대는 사람들과. 개그콘서트는 그나마 코미디라 우습기라도 하지 저런 소리 진심으로 하고 있는 것 보면 때로 무섭기까지 하다.
그래서 가끔 생각하는게 의외로 그런데도 그다지 욕을 먹고 있지 않구나. 박영진만 해도 남성우월주의자들을 철저히 조롱하며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고, 김영희도 극단적인 여성주의자들의 행태를 완전히 비웃음거리로 전락시키고 있다. 읽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각이 없는 것일까? 관심 자체가 없는 것일까?
그리고 또 생각하는 것이 저것 처음 구상한 사람도 토론방 좀 다녀봤겠구나. 별 헛소리 다 들어가면서 밤새도록 드잡이질하고. 그러면서 세상은 참 넓고 병신도 많구나를 깨닫게 되고. 아니라기에는 워낙 리얼해서. 진짜 딱 박영진과 김영희 같은 사람들도 상대해 봤다.
하여튼 그래서 덕분에 보면서 항상 바닥을 구르며 웃는다. 그때는 참 진지했는데 이제는 진지해지는 자체가 바보짓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서. 저때는 뭐라고 그리 마주 진지해져서는 그리 떠들어댔는지. 바보는 바보인 채로 모르고 사는 것도 행복한 것을. 나 자신에 대한 웃음이기도 하다. 우습다. 재미있다.
'예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한도전 - 예능인에게 개인이란 없다... (0) | 2011.02.06 |
---|---|
추억이 빛나는 밤에 - 아이가 되어 버리다... (0) | 2011.02.04 |
내가 명절이면 오히려 TV를 안 보는 이유... (0) | 2011.02.02 |
놀러와 - 이 시대 최고의 가객 송창식... (0) | 2011.02.02 |
놀러와 - 트리오 세시봉이 아쉽다... (0) | 2011.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