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vs 런닝맨...????

까칠부 2011. 2. 7. 17:15

언젠가 썼을 것이다. 벌써 2년 가까이 되는구나. 남자의 자격은 원래 그렇게 시청율이 높은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아마 15% 정도가 맥시멈일 것이라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넘으면 거품이다.

 

사실 남자의 자격에는 원래 처음부터 예능에 있어 재미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 하나가 빠져 있었다. 시작부터 남자의 자격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항상 지적하던, 바로 게임이다. 확실하게 웃음과 재미를 책임져주는.

 

남자의 자격에는 게임이 없다. 다시 말해 경쟁이 없다.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 즉 프로그램 안에서 서로 디스할 일이 별로 없다. 김성민의 역할이 중요했던 것이 그나마 김성민이 있으면 그에 반발하며 서로 디스하는 게 있으니까. 생각해 보면 남자의 자격에서 가장 크게 웃었던 것도 김성민과 나머지 멤버들과의 갈등관계였다. 묘하게 김성민 vs 나머지의 구도가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있었다. 그조차도 나중 가면 김성민마저 멤버들에 동화되며 갈등구조가 사라져 상당히 심심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남자의 자격과 아마 가장 닮아 있다고 하면 역시 무한도전일 것이다. 매번 새로운 포맷과 새로운 도전, 새로운 미션.... 그러나 무한도전에도 기본적인 갈등구조가 있다. 멤버들간의 관계에서 나오는 갈등구조가 때로 미션에 따른 경쟁과 어우러지며 큰 웃음을 자아내고는 했었던 것이었다. 노홍철이 정준하를 이용하고, 정형돈과 박명수가 서로를 디스하고, 약점을 잡아 길을 공격하고. 리얼버라이어티의 꽃은 배신이라는 공식을 만든 것도 바로 그런 관계와 갈등을 통해서다. 배신은 관계를 더욱 꼬아주고 갈등을 더 심화시킨다. 어제 송중기가 런닝맨에서 그다지 의미없는 배신을 했음에도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래서다. 최소한 배신하지 않는 것보다 배신하는 것이 더 이야기가 재미있다. 그리고 배신은 결국 경쟁이라는 배경을 통해 극대화된다.

 

그에 비하면 남자의 자격에서의 관계란 얼마나 심심한가? 게임이 있기를 하나? 경쟁이 있기를 하나? 경쟁을 해도 서로를 디스하거나 배신하는 등 과격한 경쟁이 없다. 그나마 가끔 YB와 OB로 나뉘어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경쟁이 되기보다 단지 대조군으로 설정될 뿐이다. 보다 젋은 YB와 보다 나이 많은 OB를 통해 같은 미션에서 어떻게 반응하는가.

 

그래서 항상 들리는 말이 다큐멘터리 찍느냐는 것이다. 서로 경쟁도 않고 갈등도 않고 그로써 이야기도 만들어내지 못하는데 그러면 남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래서 또 서로간의 훈훈함에서 공감과 감동이라는 코드도 나오는 것이다. 결국은 관계보다는 미션 그 자체에서 집중하다 보니 나타나는 결과다.

 

언젠가 썼을 것이다. 무한도전은 관계를 우선하고, 남자의 자격은 사건을 우선한다고. 무한도전은 어떤 미션이 주어지든 내적인 갈등구조를 이용해 이야기를 풀어나며 그것을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그에 비하면 남자의 자격은 캐릭터며 관계를 미션 자체에 종속시킴으로써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 그 자체를 재미의 요소로 삼는다. 당연히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에 집중하다 보니 자칫 다큐멘터리로 오인받는 경우가 나오는 것이다. 그 안에서 뭐라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와야 할 텐데 하염없이 미션에 대해서만 나오고 있으니. 그나마 미션이 대단하고 그 결과가 대단하면 감탄이라도 나오겠지만 아니면 그저 지루하고 심각하기만 할 뿐이다. 진지함이 웃음이 되는 김성민이라는 존재는 그래서 남자의 자격에 있어 얼마나 보물과 같은 존재였는가.

 

런닝맨과 남자의 자격이 차별되는 가장 결정적인 부분일 것이다. 런닝맨은 제목에서부터 경쟁과 갈등을 예고한다. 게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그 게임을 통해 서로간의 갈등이 극대화되며 캐릭터와 관계가 드러나는 구조다. 서로간의 다양한 감정들이 경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통해 표면화되며 그로써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재미를 만들어내는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즉 게임이라는 매개가 있어 출연자들은 그 안에서 오로지 웃음을 주는데만 집중할 수 있다. 더구나 게임이란 그렇게 새로운 것이 아니고 생소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남자의 자격은 아니다. 무한도전도 도전미션에서 역시 함께 나타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새로운 미션을 마주했을 때 어제 탭댄스 미션에서처럼 출연자들은 전혀 새로운 미션에 적응하느라 예능을 할 겨를이 없다. 그나마 이경규와 김태원이 미션에 대한 집중을 포기하고 재미를 주었을 뿐 - 그래서 다시 한 번 김성민의 공백을 아쉬워하는 것이다. 그는 미션에 집중하면서도 예능도 할 수 있었던 정말 보기 드문 캐릭터였다. 그에 비하면 미션에 집중하던가, 아니면 예능에 집중하던가. 대신 예능에 집중하게 되면 진정성이 없다. 미션에 집중하게 되면 다큐멘터리 찍는다. 어떻게 해도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역시 그동안 남자의 자격에 가해지던 비판들의 이유였다. 운이 좋게 잘 풀리면 감동이 있다 공감이 있다가 되겠지만. 그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거의 얻어걸린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남자의 자격이 런닝맨이 될 수 있을까? 아마 남자의 자격에서도 게임을 넣고 경쟁관계를 만들고 하면 이정진이며 윤형빈의 분량도 지금보다 많이 늘어날 것이다. 보면 알겠지만 이정진도 김성민이나 윤형빈을 의식하며 꽤 적극적으로 멘트를 날린 경우가 많았다. 단지 분위기 자체가 미션에 집중하며 가라앉아 있다 보니 끼어들 타이밍이 윤형빈조차 애매한 것이다. 그래도 윤형빈은 이제 곧잘 토크하는 가운데 치고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윤형빈이 이경규나 김태원에게 대놓고 들이대고 하면 그건 또 남자의 자격이 아니겠지. 미션보다는 게임을, 사건보다는 관계에 더 집중한다면.

 

런닝맨도 마찬가지다. 런닝맨의 재미는 바로 그같은 재미있는 게임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게임을 하면서 드러나는 각자의 캐릭터와 캐릭터 사이의 관계와 그로부터 만들어지는 이야기에 재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굳이 새로운 미션을 준비한다며 전혀 생소한 일에 진정성을 보이며 집중케 한다면? 동방신기가 나왔던 편에서 뮤지컬 체험은 그런 점에서 정말 재미없고 지루했던 미션이었다. 그냥 다 스킵해 버렸으니까. 김병만 나왔을 때도 후반의 달인대결은 그다지 재미가 없었고. 그래도 기본포맷이 다르다 보니 남자의 자격에 비해 확실한 웃음의 우위에 있다.

 

가끔 남자의 자격과 런닝맨을 비교하는 것을 보면서 이해가 안 되는 이유다. 이렇게 두 프로그램은 서로 성격이 다르다. 아마 남자의 자격이 처음 기획되었을 때 패떴이라는 동시간대 강자를 만나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을 목표로 했을 것이다. 패떴이 오로지 재미를 추구한다면 재미도 주되 어쩌면 일요일저녁예능에서 소외된 장년 이상의 남성들에게도 공감할 수 있는 예능을 보여주자. 패떴이 잘 나가고 있을 때니 높은 시청율보다는 소소하게 자기만의 영역을 굳히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을까. 그 기준은 아마 시청율 10~15%정도. 1위까지는 무리이고 안정적인 2위, 혹은 확고한 3위 정도를 목표로 삼아보자.

 

그에 비하면 런닝맨은 1박 2일이라는 확실한 아군조차 없이 혼자서 그 시간대의 시청율을 개척해야 하는 입장이다. 패밀리가 떴다라는 확실하게 성공한 선례도 있고, 유재석이라는 최고의 MC도 동원되고 있었다. 당연히 동시간대 1위를 목표로 하고 어떻게 하면 보다 웃음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겠지. 비유하자면 블록버스터와 B급영화의 차이랄까? 한정되지만 확고한 마니아층과 보다 보편적인 대중. 출발이 다르면 목표도 다르고 성격도 달라진다.

 

런닝맨의 시청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납득하게 되는 이유다. 재미있거든. 웃긴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남자의 자격에 마음이 놓이며 만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제까지나 남자의 자격은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다. 런닝맨은 그 목적대로 최고를 향해 내달리고 남자의 자격 또한 처음 의도한 그대로 남자의 자격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에 충실하고. 시청율을 욕심내자고 남자의 자격이 런닝맨이 되어서야 남자의 자격이 아닌 것이다.

 

물론 확실히 재미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계속 강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자격이 항상 최소한의 웃음을 줄 수 있었던 것은 김성민이라는 확고한 타겟맨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진정성을 보이면서도 그것으로 웃음을 줄 수 있다. 스스로 확고한 롤을 만들어 주위를 끌어들이고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은 무리지만 그로 인해 남자의 자격은 특유의 진지함과 웃음을 함께 잡아내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몸이 따라주지 않거나, 아니면 예능이 따라주지 않는 멤버들이다. 극도로 불균형해졌고, 더구나 이경규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불안감과 불확실성마저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이대로라면 자칫 한 번에 무너져 버릴 수 있다. 이경규에 대한 부담도 줄이고 가라앉은 분위기도 띄울 수 있는 새로운 피의 수혈이 필요하다. 정체된 상황을 뚫고 타갈 확실한 타겟맨이. 그러나 과연 시청율이 떨어졌다고 괜히 욕심내서 다른 프로그램을 따라갈 필요가 있는가. 남자의 자격은 남자의 자격이면 좋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그렇다. 해피선데이의 시청율은 1박 2일이 책임진다. 남자의 자격은 그에 얹혀가는 구조다. 하지만 코너라는 것이 1박 2일이 충실히 재미를 추구하여 시청율을 책임진다면 남자의 자격은 1박 2일과는 또 전혀 다른 포맷과 컨셉으로 다른 재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함께 해서 무려 25% 이상의 시청율이지 않으낙. 시청율이 낮다면 남자의 자격도 더욱 시청율에 관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1박 2일이라는 킬러컨텐츠가 잘 나가고 있는 동안이면 1박 2일이 보여주지 못한 것을 남자의 자격이 보여주면 된다. 여러 코너가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묶여 나가는 묘미일 것이다. 황금어장에서도 무릎팍도사와 라디오스타의 관계가 그렇다. 굳이 그것을 부정할 필요가 있을까. 일밤이나 일요일이 좋다처럼 통삽시청율이 안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의미가 없다. 런닝맨은 런닝맨이고 남자의 자격은 남자의 자격이다. 출발이 다르고 목표가 다르고 따라서 성격도 다르다. 즐겨보는 계층도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도 전혀 다르다. 남자의 자격을 재미있게 보는 나로서는 때로 런닝맨이 이해할 수 없고 너무 무리하는 것 같고 재미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런닝맨이 재미있으면 남자의 자격에 대해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 누가 틀리고 맞았는가? 무한도전과 남자의 자격도 비슷해 보이면서도 이렇게나 차이가 큰데. 남자의 자격은 남자의 자격, 런닝맨은 런닝맨.

 

오해할까봐 하는 말인데, 나도 런닝맨을 좋아한다. 다만 초기 컨셉의 런닝맨을 더 좋아한다. 시청율은 높아졌지만 요즘의 런닝맨을 보고 있자면 뭐랄까 조금 지루하달까? 그래도 초기컨셉의 런닝맨에서는 괜히 스킵해가며 보는 것은 없었는데 요즘의 런닝맨은 거의 절반을 스킵하며 본다.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인정한다. 재미있다. 웃긴다. 하지만 요즘은 쪼는 맛이 조금 줄어들었다.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설사 포맷이 비슷하고 출연진이 비슷해도 남자의 자격과 오늘을 즐겨라도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남자의 자격은 남자의 자격. 오늘을 즐겨라는 오늘을 즐겨라. 런닝맨은 런닝맨. 1박 2일은 1박 2일. 각자가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알아서 찾아 골라보면 될 뿐. 누가 더 시청율이 나오네 안 나오네로 심지어 싸우기까지 할 것까지야.

 

하여튼 재미있다. 그렇게까지 예능도 비교를 하고 줄세우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시청율이라는 객관적인 지표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 그것을 보는 것은 자기 자신 아닌가. 개인일 것이다. 내게 있어서 그것이 얼마나 재미있고 만족스러운가. 재미없어도 만족스럽지 않아도 그 자체로 끝내야지 비교씩이나.

 

다시 말하지만 남자의 자격은 남자의 자격이다. 런닝맨은 런닝맨이다. 남자의 자격이 런닝맨이 될 수도 없고, 런닝맨이 남자의 자격이 될 수도 없다. 시청율이란 단지 결과일 뿐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는가. 하지만 다수가 항상 정답은 아닌 것이다. 결국은 내가 어떻게 느끼는가.

 

일단 나로서는 지금의 남자의 자격에 별 불만이 없는 터라. 초심을 잃은 것 같지도 않고, 또 항상 여전한 것 같고. 내가 좋아하던 그대로다. 그래서 남자의 자격을 본다. 웃음은 부족해도. 내가 바라는 재미가 거기에 있다. 내가 재미있게 여기는 것이 바로 그곳에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어느 쪽이든 잘 되면 좋은 것이다. 설사 시청율이 3사 가운데 3위로 꼴찌여도 안정적인 시청율이 나와 확고한 지지층이 있고. 그래서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게 다양성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믿는다.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