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같은 해피선데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여 있어도 이렇게 두 프로그램이 서로 다르다. 확연히 드러난다. 어디에서 두 프로그램의 차이가 나타나는가.
사실 1박 2일 팀이라고 작년 남자의 자격 팀보다 더 유리한 조건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눈이 내렸고, 오히려 날은 훨씬 더 추웠고, 코스도 더 어려웠다. 보는 내가 다 조마조마해질 정도였다. 웃음기라고는 없었는데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이 있었다. 그러나 한참 더 수월했다.
도저히 남자의 자격 팀은 안 되었다. 당장에 산을 오를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멤버가 둘이나 있었다. 당시 갓 술을 끊고 치료를 받고 있던 국민시체 김태원과 영원한 국민약골 이윤석. 도대체 두 사람을 데리고 지리산을 종주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실제 남자의 자격팀의 지리산종주는 이 두 사람을 어떻게 버티고 끌고 올라가느냐 하는 싸움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남자의 자격이 더 재미있었다.
당장 남자의 자격 안에서만도 힘좋고 건장한 김국진과 윤형빈 팀은 더 어려운 코스를 타고 올랐음에도 지리산의 일출을 제외하고 사실상 분량이랄만한 게 없었다. 그냥 산을 탄 게 전부였는데. 그에 비하면 이경규와 기타 주력팀은 이윤석을 뒤에서 받쳐주랴, 김태원을 옆에서 지탱해주려, 에너자이저 김성민마저 대피소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탈진지경에 와 있었다. 거기서 감동이 있었다. 산이란 혼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오르는 것이다. 딸을 위해서 끝까지 버티고 올라갔던 김태원에게서 남자의 부정을 느꼈고.
그러나 1박 2일에서 느껴지는 것은 힘과 젊음. 그 험준한 겨울의 설악과도 맞서싸워 지지 않는 기세. 물론 다리에 쥐가 나서 멈춰서기도 하고, 쓰려지기도 하고, 앉아 쉬기도 하고 1박 2일 팀도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그래도 겨울의 설악에 주눅들지 않고 끝까지 맞서 올라가는 힘이 그곳에 있었다. 1박 2일이 남자의 자격보다 더 시청율이 잘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남자의 자격은 잔잔한 반면 1박 2일은 항상 에너지가 넘치니까.
같은 겨울산 종주를 해도 이렇게 다르구나. 그러면서 또 든 생각이 과연 남자의 자격이라고 다른 예능들처럼 괜히 갈등관계 만들고 긴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을까? 1박 2일이야 힘이 넘치니까. 무한도전도 힘이 남아도니까. 런닝맨 역시 힘이라면 뒤지는 멤버가 없다. 하나같이 건강하고 강하다. 그에 비하면 남자의 자격은 그래도 김국진, 이정진, 윤형빈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나머지가 평균 이하라. 평균 이하 정도가 아니라 여성 포함 모든 연예인 가운데 최악일 것이다. 괜한 힘을 그렇게 나눌 필요가 있을까?
그러고 보면 그동안도 항상 남자의 자격이 대박을 쳤던 것은 서로간에 경쟁하고 갈등하던 에피소드에서가 아니라 서로가 협력하며 하나가 되었던 에피소드였다는 것이다. 서로서로 도와가며 하나하나 새로운 과제들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좋았던 것이었다. 그런 훈훈함들이. 그제 탭댄스 미션에서 느닷없이 이경규와 김국진의 갈등관계가 불거지며 당황했던 것은 그래서였다. 그런 건 남자의 자격의 분위기가 아니었거든.
짓궂지만 악의가 없다. 서로 공격하면서도 오가는 정이 있다. 힘들면 나누는 그런 마음들이 있었다. 그에 비하면 그제는 이경규를 먹잇감삼아 물어뜯는 흔한 공격성만이 있을 뿐. 그동안도 곧잘 이경규를 물어뜯으며 분량을 만들기는 했지만 그제는 그 가운데서도 상당히 심한 편이었다. 하긴 처음이라 탭댄스 하며 서로 도울만한 여지가 없었을까. 역시 선량한 악역을 자처하며 멤버들을 단함케 했던 김성민의 존재가 아쉬워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남자의 자격에 대해 아쉬움이 생기면 반드시 와 닿는 이름 김성민. 정말 지금이라도 만날 수 있으면 달려가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심정이다.
어쨌거나 어쩐지 답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1박 2일과 남자의 자격의 결정적인 차이. 그리고 남자의 자격은 1박 2일에 비해 어떤 방향을 추구해야겠는가? 같은 타이틀을 걸고 방송하는 두 코너인 만큼 서로 차별화된 재미를 추구해야 한다. 그것은 또 무엇일까?
아무튼 참 멋있었다. 헐떡이면서도 서로 등떠밀며 올라가는 남자의 자격도 감동적이었지만 힘겨워하는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산을 타는 1박 2일도 남자의 그것이었다. 아니 가장 산을 잘 타는 것은 여자작가였던가? 성차별성 발언일지도 모르겠다. 산과 맞서는 1박 2일과 산과 어우러지는 남자의 자격. 뭔가 그림이 만들어질 것 같기도 하지만서도.
참 훌륭한 파트너십이라는 생각이다. 서로 다르면서 이렇게 닮아 있다. 닮아 있으면서도 이렇게 다르다. 서로에게 없는 부분이 있고, 서로에게 아쉬운 부분이 있고. 이런 게 팀웤이라는 것일 게다. 다만 역시 나는 1박 2일보다는 영웅호걸 취향이다. 1박 2일은 나오는 것 봐서.
재미있었다. 다만 나는 도저히 저렇게는 안 될 것이라는 유리감이.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는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것도 한 차이겠지. 1박 2일과 남자의 자격과의.
1박 2일이야 이미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으니까. 그러나 남자의 자격 입장에서는 고민해 볼 부분일 것이다. 어떻게 차별화할 것이며 또한 함께 갈 것인가. 생각하고 있겠지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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