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가 담배를 끊었더니만 이제는 이윤석과 김국진까지 담배를 끊으려는 모양이다. 심지어 폼이 안 난다며 담배를 고집하던 김태원마저 초여름까지는 담배를 끊는다 하니. 역시 폐암편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재작년 금연편에서는 끝내 실패했던 금연이 이제 다시 현실화되고 있다.
하긴 김태원의 경우는 남자의 자격을 하며 아예 사람 자체가 바뀌었다. 턱걸이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아마 초창기에는 서는 것조차 힘들었을 텐데 이제는 곧잘 탭댄스도 따라하곤 한다. 간도 암검사를 받으니 정상을 찾아간다고 하고. 술 끊어, 담배 끊어, 알공예에, 이번에는 탭댄스까지.
바로 이런 게 남자의 자격만의 매력이 아닐까.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인 양 일과적인 예능의 미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스스로 체화하며 성장해간다. 나이 먹고 더 자랄 것이 뭐가 있겠냐 할 수도 있지만 분명 그들의 일상은 남자의 자격이라는 제목 그대로 바뀌어가고 있다. 담배를 끊은 이경규나 - 아마 간암검사 때문인지 이제는 술까지 끊으려 한다고 하고. 태권도에. 영어에. 제빵에. 탭댄스까지. 마치 당신들도 우리들처럼 일상을 바꿔보지 않겠느냐 하는 듯.
참 의미깊은 말이다.
"놀려면 뭐라도 배워야 해."
"배우지 않고 놀 수 있는 건 술과 담배밖에 없어."
그래서 나이 먹으면 유희거리가 술과 담배, 그리고 고스톱이 전부다. 아니면 섹스. 왜 우리나라에 그렇게 섹스산업이 발달해 있는가. 섹스산업이 일상에까지 침투해 있는 이유일 것이다. 할 게 없으니까. 술 마시고, 담배 피고, 고스톱 치다가, 결국에 남는 건 섹스. 그렇게 중년이란 심심하다.
프라모델을 만들려 해도 - 한 번 쯤 배모형 미션도 해봤으면 한다. 노가다지만 진짜 재미있고 보람도 있다. 돈도 많이 깨지지만 확실히 완성해 놓으면 폼이 제대로다. 자동차 모형도 멋은 제대로고. - 이것저것 준비할 것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처음에는 그렇게 힘들고 어렵고. 그림 하나 그리려면 뭐가 이리 어렵고 뜻대로 되지 않는가. 재작년 했던 웨이크보드만도 이윤석이나 이경규나 이정진 모두 물을 한껏 들이켰었고, 패러글라이딩은 무서웠고, 밴드는 김태원의 머리만 더 빠지게 했다. 그러나 밴드편에서도 보았듯 마침내 성취하고 나니 그리 뿌듯하지 않은가. 시시때때로 모여서 합주라도 하면... 가끔 여기저기 방송에서 멤버들이 모여 연주하고 하는 모습을 보면 또 흐뭇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게 힘드니까. 사실 그 고비가 가장 어렵다. 의욕은 넘치는데 뭐든 뜻대로 따라주지 않을 때. 프로가 되려면 몰라도 취미는 재능이 아니라 단지 의지가 필요할 뿐이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도 끝내 버티고 견디며 그 순간을 즐겨나가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설마 그걸로 먹고 살려 하는 것은 아닐 게다. 그러나 어차피 돈도 안 되는 것 그게 그리 싫으니까.
"그것 하면 밥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그래서 하는 것이 술과 담배, 고스톱, 섹스. 하지만 그렇게 성취해가는 일상이 얼마나 즐거운가 말이다.
"배우고 익히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공자가 말한 군자삼락의 한 가지가 아니더라도 인간이란 바로 그러한 끝없이 배우고 익히며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배우기를 포기하는 순간 인간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한참 나이가 들어 온갖 병으로 아무것도 못하게 된 노인분들도 그래서 무엇이라도 배우는 것을 그리 즐겨 하신다. 단지 어렵다고 포기한다면. 그래서 일상의 다양함과 풍요로움을 즐길 수 없다면 이 얼마나 아쉽고 안타까운 일인가.
정말 즐기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역시 남자의 자격을 통해 변화된 모습들 가운데 하나다. 특히 김태원은 초창기 국민시체에서 적극적으로 미션에 임하는 중년의 남자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초창기 모습을 떠올렸을 때 저렇게 열심히 탭댄스를 추는 김태원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이경규 역시 투덜투덜해도 맏형답게 항상 열심이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보는 사람도 그래서 즐겁다.
아쉽다면 역시 김성민의 부재일 텐데. 다시 이경규의 부담이 커졌다. 초창기 컨셉이었던 이경규 잡는 김국진의 관계가 다시 돌아오고는 있지만 지나치게 이경규로 쏠리는 롤은 자칫 이경규에게 너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이경규 쯤 되면 그런 정도의 부담이야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겠지만 이경규라고 하는 존재의 무게가 너무 프로그램을 비대칭적으로 흐르게 만들 수 있다. 균형을 잃으면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 김성민의 존재가 부각된 것이 이경규와 대립각을 세우면서였던 것에 비추어 이경규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새로운 롤이 필요하다. 김국진은 그러기에는 너무 이경규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오늘만 해도 이경규가 전면에 나서면서 거의 모든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그래서 이경규의 롤이 수명을 다하면. 변화가 있어야 한다. 다극화시켜야 한다. 이경규가 소모되지 않도록 이경규와 다른 타입으로 이경규 만큼이나 사건을 일으키고 이야기를 이끌어갈 존재가 필요하다. 김태원이 어느 정도 그런 역할을 맡아 하고 있지만 오늘처럼 몸을 쓰는 미션에서는 김태원은 그저 따라가기도 버겁다. 토크에서는 김태원이 그 역할을 맡더라도 몸을 쓰는 상황에서도 그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 더 미션이 진행되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해외로 나가기 전에 - 오히려 해외여행이라는 미션을 통해 새로운 멤버를 프로그램에 더욱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왁자하게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자면 일곱번째 멤버는 지금 필수라 할 수 있다. 이정진과 윤형빈의 관계가 오늘 다시 또 단초를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끌어주자면 역시 그럴 역할이 필요하다고 하 수 있다. 누구인가는 결국 PD가 판단할 몫이지만. 아마 암특집편이 끝나면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까.
김국진은 정말 귀여웠고.
"지금 제가 춤추고 있는 것 보이세요?"
움직이는 듯 움직이지 않는 듯 추는 춤이 꼭 김국진같달까. 그렇게 두드러지는 것은 아닌데 어느 순간 보면 그의 존재에 빠져드는 것을 느낀다. 밴드로 치면 베이스의 느낌? 베이스는 사실 거의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밴드에서 기둥줄거리를 맡고 있는 것이 밴드다. 이경규는 드럼일 테고, 김국진은 베이스일 테고, 그러니까 기타인 김태원에 나설 수 있는 것이겠지. 나머지 파트야 뭐...
그나저나 프레디 아스테어라. 이것도 또 남자의 자격만의 매력이다. 이경규조차 기억 못하는 오래된 이름이다. 나도 자료화면 보고서야 누구인가 떠올렸다. 올드한 세대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다. 프레디 아스테어. 그리고 "사랑은 비를 싣고"... 탭댄스를 반드시 배워야 하는 당위처럼.
그리고 어느새 "그쪽 세계를 어느 정도 알게 된" 신원호PD의 탭댄스 본능 역시. 확실히 뭐든 배우면 저렇게 자랑하고 싶어진다. 남자는 - 아니 사람은 배우는 순간은 평생 어린아이일 수밖에 없다. 어린아이가 아니면 저렇게 배우지도 못한다. 역시 PD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끝으로 지금이야 방송에서 탭댄스 보기가 힘들어졌지만 80년대 초까지도 쇼프로그램에서 탭댄스가 곧잘 나오고 했었다. 봉고와 요들송도 예능에서 훌륭한 소재가 되고 있었다. 어쩌면 문화적으로 많이 단순화되고 퇴화된 것이 아닌가. 그때 탭댄스 추시던 분들의 이름이 뭐더라. 나도 그분들을 통해 탭댄스를 접하게 됐는데.
남자의 자격이 어디 가지를 않는다. 이경규, 김국진, 윤형빈도 금연에 성공했으면 하고, 김태원도 초여름까지 담배를 끊었으면 하고, 그리고 선우와 배다해 이상의 불꽃튀기는 탭댄스 솔로 경쟁도 보고 싶다. 이경규의 말처럼 이경규의 환갑잔치에 탭댄스를 추는 모습들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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